방식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고객을 틀 안으로 끌어들여라


어떤 가톨릭교회에 젊은 신부 두 명은 사소하지만 나쁜 버릇이 있었다. 담배 피우기를 너무 좋아해서 기도하는 순간에도 담배를 피우고 싶어 했다. 신앙심이 깊었던 신부들은 주교에게 가서 허락을 받기로 했다. 첫 번째 신부가 주교에게 물었다. “주교님, 제가 주님께 기도를 올리는 동안에 담배를 피워도 되겠습니까?” 즉시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두 번째 신부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주교에게 물었다. “주교님, 제가 담배를 피우는 동안에 기도를 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주교는 “당연히 그래도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글 > 편집실


하노 벡이 쓴 『충동의 경제학』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문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말하는 방식에 따라 고객이 받아들이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이것을 ‘프레이밍(framing, 틀 만들기, 구조화) 효과’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가장 흔한 예로는 물이 반 정도 담긴 컵을 보며 “물이 반밖에 없네”와 “물이 반이나 있네”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상황을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긍정적으로 볼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고객들이 ‘75% 지방 함유’보다 ‘저지방 25%’ 우유를 더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프레이밍 효과를 세일즈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객의 결정 기준을 바꾸는데 활용하면 좋다. 예를 들어, 가격은 다소 높지만 연비가 월등한 자동차를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자. 고객은 가격이 저렴한 자동차를 원하고 있다. 고객의 결정 기준은 가격인 셈이다. 이럴 때 당신은 다음과 같은 말로 고객의 결정 기준, 즉 프레임을 당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다른 제품과 달리 자동차는 오랜 기간 이용합니다. 기름을 한 번 넣을 때마다 발생하는 이익을 자동차 이용 기간으로 환산하면 훨씬 더 이익입니다.”


이 글을 쓸 때쯤 담뱃값 인상 문제가 뜨거웠다. 세일즈 책에서 시사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약간껄끄럽기는 하지만 프레이밍 효과를 설명하려니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담배값을 올리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일보에 실린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황근 교수의 칼럼을 보자.


정부가 최근 발표한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놓고 온 나라가 다시 시끄럽다. 가뜩이나 세월호 갈등으로 피로감이 극도에 달해 있는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OECD국가들 중에 가장 높은 흡연인구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 불가피한 인상이라고 강변하고 있다.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도리어 국민 건강을 핑계로 조세수입을 늘려 보겠다는 얄팍한 꼼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백해무익’ 아니 ‘만병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흡연인구를 줄여보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동안 독점 전매구조 아래 담배로 돈을 벌어 온 국가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백 번 옳은 말일 것이다. 지금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다. 또 해방 이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시절에 담배 수입으로 국가 재정을 유지해야 했던 불가피성도 어느 정도 인정된다.


담배 수입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국민을 먹여 살리는 지극히 모순된 어쩌면 ‘필요악’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지금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는 모두 담뱃값을 올릴 때마다 항상 국민 건강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정부가담배 독점사업을 중단하거나 아니면 담배 판매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이 맞다.


정부도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면 금연 홍보 같은 국민 건강 사업을 더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비용은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금 2~3조 원에 비해 ‘새 발에 피’도 안 되는 몇백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겉으로 내세우고 있는 국민 건강 어쩌고 하는 말들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일 뿐이고 결국 국세를 늘리겠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략)


이 주장이 옳고 그르고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고, 정부가 ‘프레이밍 효과’를 활용하고 있다는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정부를 담뱃값을 올리려는 목적을 국민이 거부할 만한 ‘세수 확보’를 ‘국민의 건강 증진’으로 프레이밍하고 있다. 프레이밍 효과를 활용하려면 질문의 형식의 중요하다.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비교해 보자.


① “건강기능식품은 효과가 있습니까?”

“건강기능식품은 효과가 없습니까?”

② “보험에 가입하여 이익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보험에 가입하여 손해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두 쌍의 질문에서 ①번 질문은 고객한테 긍정적인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반면 ②번 질문을받은 고객은 좋지 않은 사례를 찾아내려고 할 것이다. 영업인이라면 당연히 ①번 질문으로 고객의 머릿속에 긍정적인 사례들이 그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취급하는 상품에 호감을 보일 것 아닌가. 고객을 유리한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으로는 ‘앵커링 효과’도 있다. 배가 닻을 내린 곳에서 밧줄 길이 한도 내에서 머물 듯 인간의 생각도 처음 얻은 정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어떤 판단을 하려고 할 때, 처음 입력된 정보가 판단의 근거가 되어 영향을 미치는 앵커링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다음 두 질문을 보자.


① “을지문덕 장군이 90세를 넘게 사셨는가?”

② “을지문덕 장군이 50세를 넘게 사셨는가?”


①번 질문을 받은 사람이 ②번 질문을 받은 사람보다 을지문덕 장군이 사망한 나이를 더 높게잡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값을 추측할 때 외부에서 기준으로 삼은 숫자에 영향을 받는다. 그 숫자가 의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말이다.


가격이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제품들, 예를 들어 부동산이나 골동품의 거래 가격은 팔려는 사람이 먼저 부르는 가격 언저리에서 결정되기 쉽다. 특히, 골동품은 가격을 추산하기가 어렵다.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가치가 더 높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도 앵커링 효과의 영향이다.


사실 이런 앵커링 효과가 영업인을 괴롭히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요즘 고객들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가격을 조회해 본다. 거기서 얻어낸 가격 정보가 앵커 역할을 한다. 그 가격은 대부분 영업인들이 요구하는 가격보다 싸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의 경우 불법 유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이유는 고객들이 불법으로 싸게 거래되는 제품의 가격으로 제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다음과 같이 프레이밍 효과로 대처하면 어떨까?



“저희 회사 제품은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통기간이 지난 제품을 불법으로 유통하는 것과는질적으로 다릅니다.”

“상품 가격은 고객관리 비용도 포함된 것입니다. 고객님께서 불법으로 유통하는 제품을 이용하시다 피해를 보시면 구제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방문 판매 제품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많다. 이렇게 앵커링되어 있는 고객의 생각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사실 방문판매 제품이라서 고가인 것이 아니고, 품질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한다. 물론 이것은 영업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본사 차원에서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면 고객의 부정적인 앵커를 좀 더 쉽게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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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 심리학에서 답을 찾다」는?

어떻게 팔 것인가? 심리를 알고, 대응하며, 지배하는 것이 답이다. 이 책은 고객심리, 나의 심리, 조직 심리를 읽고, 다스림으로써 지식사회 세일즈 해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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