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에 따른 뇌의 인지기능 유지와 향상 방법
인지기능의 저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하고 난 이후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약을 찾지만 결국 실패하고 생을 마감했다. 요즘은 100세 시대니 120세 시대니 하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진시황이 지금 세상을 본다면 무척 아쉬울 듯하다. 하지만 진시황이 찾던 불사의 명약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으니 현대를 사는 우리들도 언젠가는진시황과 마찬가지로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시대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따라서 우리는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죽기를 소망한다
글 > 이윤형(영남대 심리학과 교수)
신체적·인지적 노화에 대비하며 건강하게 나이 들기
사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육체적·정신적 능력의 쇠퇴를 경험한다. 몸이 예전보다 훨씬 느려지고 근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느낄 때, 돋보기 없이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어졌을 때,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자리를 양보하는데 알고 보니 나에게 양보해 줄 때,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갔는데 왜 왔는지가 도무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물 한잔 마시고 나올 때,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의 이름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을 때 우리는 나이 들어감을 실감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노화를 받아들이며 살아가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좀 더 건강하게 늙기를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식사 조절이나 운동, 비타민및 기타 건강보조식품 섭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체적인 노화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신체적 노화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인지적 노화일 것이다.
가장 극단적인 인지적 노화의 예로 치매를 들 수 있다. 치매를 인격 상실의 병이라 부르기도하는 것은 치매에 걸리면 점차 나를 아끼고 사랑하던, 내가 아끼던 사람들을 잊어버리게 되고 나아가 그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화와 함께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인지 기능의 저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우선 노화에 따른 인지 능력의 감소에 대해 생각해보자.
노화에 따른 인지능력의 저하
사람에게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양한 인지능력의 감소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노인들의기억 능력 및 특정한 자극을 탐지하는 능력은 청년들보다 떨어지며, 특히 복잡한 과제를 수행할 때 노인의 경우에는 청년들에 비해 처리속도의 저하와 오류의 증가가 크다. 이와 관련해한 부류의 연구자들은 노화에 따른 인지능력의 감소가 모든 인지적 측면에 걸쳐 골고루 나타나는 전반적인 현상이라 주장하지만, 다른 부류의 연구자들은 노화가 전반적인 인지능력의손상을 초래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인지능력에 주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노화에 따른 인지적 변화의 원인을 살펴볼 수 있는데, 최근의 뇌과학 연구들은 뇌의 거의 모든 부분이 노화에 영향을 받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뇌 영역은 뇌의 앞쪽인 전두엽 부분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즉, 여러 연구들에서 노화가 진행됨에따라 뇌에 영향을 공급하는 혈류량의 감소가 전두엽 부위에서 가장 두드러지며 신경조직의상실도 전두엽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뇌 작용의 변화는 다양한 행동 특성의 변화를 초래하는데, 특히 전두엽의 손상은 기억, 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능력, 불필요한 정보를 무시하고 필요한 곳에만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을 손상시킨다. 즉 노화로 인한 뇌 작용의 변화는 과거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지갑을 어디에 두었는지, 누구한테 그런 말을 들었는지와 같은 내용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목표를달성하려면 어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무엇을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삶의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 결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양한 인지적인 과제에서 청년들보다 낮은 수준의 수행을 보이게 되며, 청년들과 같은 수행 수준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뇌 영역을 사용하거나 같은 두뇌영역을 사용하더라도 훨씬 높은 비율로 사용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뇌 기능의 쇠퇴에따른 인지 기능의 저하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뇌 인지 기능의 유지와 향상 방법
현재까지 밝혀진 뇌 인지 기능의 유지와 향상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유산소 운동과 정신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머리를 쓰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기존의 연구 결과들은 뇌세포들이 어린 시절에 만들어지고, 다 만들어지고 난 이후에는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제안했지만, 최근의 뇌과학 연구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뇌세포들이 생성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유산소 운동이 특히 새로운 뇌세포 생산에 도움을 주며 머리를 계속해서 쓰는 것과 같은 정신적 노력은 뇌세포 생산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일단 만들어진 뇌세포의 생존에 영향을 준다고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켐퍼만(Kempermann, 1997) 등과 반 프라크(Van Praag, 1999) 등은 운동을 하는 쥐의 뇌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더 많은 뇌세포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복잡하고 풍족한 환경에서 사는 쥐가 그렇지 않은 환경의 쥐보다 더 많은 뇌세포를 갖고 있진 않지만 풍족한 환경의 쥐의 뇌 속에 있는 뇌세포가 더 오래 생존해 뇌세포들 간의 더 많고 다양한 연결을촉진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즉, 유산소 운동은 뇌세포의 생산에, 머리 쓰는 일은 뇌세포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유산소 운동은 뇌로 향하는 혈관을 확장시켜 산소공급을 증진시키며, 그 결과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계획, 억제, 주의와 같은 다양한 인지적 측면에서유산소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나은 수준의 수행을 보인다.
일례로 크레이머(Kramer, 1999) 등은 운동을 안 하는 노인들을 두 그룹으로 구분해 6개월 동안 주 3회, 30분 걷기와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에 참여시키거나 6개월 동안 주 3회, 30분스트레칭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이후 주의능력과 기억능력과 같은 인지 기능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운동을 하지 않던 노인들에게 주 3회, 30분 스트레칭을 시킨 것은 인지능력의 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주 3회 30분 걷기와 같은 가벼운 유산소운동을 시킨 것은 주의와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 반면 흡연이나 폐질환, 공기가 희박한 지역에 사는 등 산소 부족을 초래하는 일을 하는 것은 주의와 기억에 방해를 준다.
정신적으로 도전적인 활동을 하는 것도 또한 노화의 부정적인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 매일 반복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일상적이지 않고 새로운 일을 하는 것, 평생대학과 같은 곳에서 재교육에 참여하는 것,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는 것,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 등은 노년기 인지능력의 저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정신적으로 도전적인 과제의수행은 우리의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여 뇌세포들의 연결을 촉진시키고 뇌세포의 생존에도움을 준다. 반면 지나친 음주는 뇌세포를 파괴하며 정신적인 활동이 적은 사람들은 치매에걸리기 쉽다.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은 행복을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요소다. 나이가 들어감에따른 인지적 노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훗날을 생각해 보더라도 현재 갖고 있는 뇌기능을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비용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다.
다행인 것은 인지적으로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기 위해서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매일매일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자. 자식이나 손주들과 보드게임을 하는 것도 좋고 스마트폰을 진정으로 스마트하게 사용해보는 것도 좋다. 스마트폰 안에는 다양한 두뇌활동을 촉진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참고문헌
- Banich, MT. (2004). Cognitive neuroscience and neuropsychology. (인지신경과학과 신경심리학, 김명선 외 역).
- Kempermann G, Kuhn HG, Gage FH. (1997). More hippocampal neurons in adult mice living in an enrichedenvironment. Nature. 386, 493-495.
- Kramer, AF., Hahn, S., Cohen, NJ., Banich, MT., McAuley, E., Harrison, CR. (1999) Aging, fitness and neurocognitivefunction. Nature. 400, 418-419.
- Levin B., Craik F. (2012). Mind and the Frontal Lobes. Oxford.
- Ratey JJ, Loehr JE. (2011). The positive impact of physical activity on cognition during adulthood: a review ofunderlying mechanisms, evidence and recommendations.
- Reviews in Neurosciences. 2011;22(2):171-85.
- van Praag H, Kempermann G, Gage FH. (1999) Running increases cell proliferation and neurogenesis in the adultmouse dentate gyrus. Nature Neuroscience. 2(3):26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