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치의
열대야를 이기는 법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덥고습한 날씨가 연이어 계속되면서 밤마다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 한여름 복더위에만 나타나던 열대야 현상은 최근 점점 더 자주, 길게 나타나면서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를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Editor 이준규 의학칼럼니스트
열대야, 피하고 싶다
열대야는 낮 동안에 태양열로 달궈진 지면의 열이 밤중에 복사현상으로 대기 중에 방출되어 한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으로 보통 아침 최저 기온이 섭씨25℃를 넘는다. 이런 열대야는 지면이 거의 포장되어 있고 숲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대도시에서 더 잘 나타나는데 특히 대기의 흐름이 멈춰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더욱 심해진다.
잠 못 이루는 열대야 증후군
휴식, 특히 수면은 기온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온이 오를수록 잠자는 동안 심박수가 증가하고 몸 움직임이 잦아지며 잠의 깊이가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잠을 자고서도 잔 것 같지 않고 원기 회복이 안 되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열대야현상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상태가 지속하면 피로가 누적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또 무기력해지고 두통과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는 ‘열대야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어른뿐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 아이는 땀띠, 피부 트러블과 과다한 에어컨 사용에 따른 여름감기 등 여러 가지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대부분 열대야 현상은 열흘 정도면 수그러들기 때문에 이 기간만큼은 충분한 영양섭취와 최적의 수면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늦은 밤 열대야를 이겨내기 위해 시원한 맥주와 고칼로리의 야식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숙면을 취하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알코올을 많이 섭취하면 탈수증세가 나타나면서 수면 중 갈증을 느끼고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게 된다. 또 복통과 장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전에 음주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잠자기 전 심한 운동은 피해야
잠자리에 들기 전 충분한 휴식과 함께 미지근한 물로 샤워해 몸 온도를 수면하기 좋은 섭씨 18~20℃로 만들어 줘야 한다. 단, 잠자기 적절하고 쾌적하게 느끼는 방 온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담요나 이불을 덮는 습관에 따라 다르므로 냉방기를 일률적으로 맞춰놓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특히 너무 시원하면 우리 몸은 체온을 올리기 위해 근육운동을 시작하므로 오히려 잠이 안 올 수 있다. 선풍기를 틀 때도 수면 시작 1~2시간만 몸에서 멀리 떼어놓고 가동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오랜 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선풍기를 쐬면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다. 선풍기를 켠 채 잠잘 때는 반드시 창문을 열어두며 기관지천식을 비롯한 만성폐질환 환자나 어린이, 노약자 등은 선풍기 바람을 직접 쐬지 않는 것이 좋다.
온갖 방법을 다 써도 잠이 잘 오지 않으면 뒤척이지 말고 잠자리에서 벗어나 크게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가벼운 독서 등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다. 보통 잠자기 2시간 전에는 지나치게 심한 운동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습도 및 온도가 높을때는 운동을 삼가하는 것이 좋다. 또 잠자기 전 지나치게 집중하는 작업은 피해야 하고, 우유 한 잔으로 공복감을 없애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된다.
숙면에도 마음가짐이 필요
잠을 잘 자려면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잠이 오지 않으면 내일 어떻게 하나,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오늘 제대로 못 자면 내일 일을잘 못할 텐데, 내일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장시간하기보다는 걱정이 있다면 문제의 해결책을 명확하게 찾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을 방해하는 것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전자제품에서 새어나오는 빛은 수면 촉진 호르몬인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해 수면을 방해한다. 잠이 잘 오지 않으면 스마트폰을 붙든 채로 오랜 시간 뒤척이지 말고, 차라리 잠깐 다른 활동을 하다 잠자리에 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고 정확하게 하여 생체리듬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밤에 잠을 설쳤다고 늦게 일어나거나 피곤하다고 낮잠을 너무 많이 자게 되면, 몸이 기억하고 있는 생체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몸이 기억하는 시간에 맞춰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불면증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평가 결과
1~5개 = 불면증에 시달리는 때도 있으나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
6~9개 = 불면증(만성 불면)이 의심되는 상태로, 의사의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