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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眞珠보다 더 아름다운 진주晋州
충절의 고장으로 알려진 경남 진주. 진주에 밤이 찾아오면 임진왜란의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조용한 도시의 모습은 사라지고 화려한 야경이 펼쳐진다. 길고 긴 진주성의 성벽은 주황색 조명을 받아 어둠 속에서 더욱 도드라지고 불빛을 머금은 남강의 물결은 보석처럼 빛이 난다. 제멋을 뽐내며 빛나는 뒤벼리 교량 난간과 천수교, 진주교까지. 진주(晋州)는 보석처럼 아니 더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Editor 박영화 Photographs 정우철
역사와 풍경, 문화가 깃든 성곽, 진주성
진주의 상징을 꼽는다면 단연 ‘진주성’. 진주 제1의 명승지인 진주성(사적 제118호)은 임진왜란(1592년) 때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이 왜군을 대파한 진주대첩이 치러진 역사적 장소다. 더불어 7만 명의 민·관·군이 순국한 아픔의 현장이기도 하다.
진주성의 둘레는 1,760m로 돌로 쌓아 올린 진주성의 모습이 입구부터 위엄이 넘친다. 진주성으로 들어가는 문은 모두 세 곳인데 중앙에 있는 정문(공북문)과 서쪽 끝에 있는 서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촉석문이 그것이다.
진주성 내에는 역사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김시민 장군의 늠름한 동상이 반긴다. 성곽 주변으로는 ‘서장대’와 ‘북장대’ 등 누각을 볼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의 기록과 유물을 볼 수 있는 ‘국립진주박물관’, 김시민 장군 전공비, ‘호국사’, 진주대첩을 높이 받들고 순국한 7만 명의 혼을 위령하기 위해 건립된 ‘임진대첩계사순의단’, 경남 유형문화재 제1호인 ‘김시민 장군전공비’와 각각 유형문화재 제2와 3호인 ‘촉성정충단비’, ‘쌍충사적비’ 등이 그것이다.
치열한 역사의 현장이었던 진주성은 현재 진주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자 휴식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남 제일의 아름다운 누각, 촉석루
사람들이 향하는 곳으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촉석루’에 도착했다. 촉석루는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남강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고려 고종 28년에 지어진 것으로 촉석루라는 이름은 ‘강 가운데 돌이 우뚝 솟은’이라는 뜻에서 ‘촉석’으로 누(樓)의 이름이 지어졌다. 전시에는 진주성을 지키는 지휘본부였고, 평화로운 시절에는 시인 묵객들의 풍류를 즐기던 명소로, 또 과거를 치르는 고사장으로 쓰였다고 한다.
촉석루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남강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곳이 왜 문인들의 ‘아지트’였는지 실감하게 된다. 촉석루는 명성대로 시원한 바람과 황홀한 풍광이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한 곳이다. 정몽주, 이황,정약용 등 당대 최고의 문인 중 촉석루에 올라 시 한수 남기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라 하니 그 아름다움이야 말로 비할 바가 못 된다.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에서 왜장을 끌어안고
의암에서 남강으로 투신한 논개의
의열을 기리고자 이 바위를 의로운 바위,
즉 ‘의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논개의 의열을 기리는 의암과 사당의 가사
촉석루 아랫길로 내려서면 깎아지른 절벽에 ‘의암’이있다. 원래 이 바위는 워낙 위험하여 위암(危巖)이라 불렸었는데,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에서 진주성이 함락되고 7만 명의 민관군이 순절하자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의암에서 남강으로 투신하여 순국했다. 이에 논개의 의열을 기리고자 진주의 선비와 백성들은 이 바위를 의로운 바위, 즉 ‘의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바위의 벽면에는 義巖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
의암에서 올라와 촉석루 앞마당을 지나면 ‘사당의 가사’가 있다.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곳이다. 의기사는 우리나라에서 임금이 여성을 위해 사당을 짓도록 허락한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의기사에는 논개의 영정이 걸려 있는데, 단아하고 고고한 옛 여인이 열 손가락 위로 쌍가락지를 낀 모습이 오래도록 눈길을 끈다.
진주성 반대편에 있는 대숲은
대나무로 된 짧은 강변 산책로인데,
진주성과 촉석루, 남강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하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다
에나길 대숲에서의 산책
진주성 앞을 유유자적 에돌아 흐르는 남강. 남강은 덕유산 육십령 쪽에서 흘러온 물과 지리산 천왕봉 쪽의 물줄기가 합쳐진 것으로, 진주시 중심부를 서남쪽에서 동남쪽으로 가르며 낙동강으로 흐른다.
남강을 사이에 두고 진주성 반대편에 있는 대숲은 대나무로 된 짧은 강변 산책로인데, 곳곳에 전망대와 벤치가 있어 진주성과 촉석루, 남강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하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다.
대숲은 진주시에서 조성한 진주 에나길 코스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진주 에나길은 역사문화 생태탐방로, ‘에나’는 ‘참’, ‘진짜’라는 의미의 진주 사투리다. 총 2코스로, 1코스는 진주성과 진주중앙시장, 비봉산, 선학산전망대를 지나 진주성까지 이어지는 15km 길이며, 2코스는 진양교를 시작으로 새벼리와 등을 지나는 12km의 길이다.
진주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진주성은 2013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위’, 미국 CNN 선정한 ‘한국방문 시 꼭 가봐야 할 곳 50선’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관광지로 유명한 장소다. 진주성의 풍광은 언제 봐도 좋지만, 특히 야경은 그 아름다움이 유별나다.
주황빛의 조명이 성곽을 환하게 비추고, 길게 이어진 성곽 위로 촉석루의 아름다운 자태가 보이면서, 강물위로 길고 긴 빛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그 운치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진주성의 야경을 보고 있노라면 말을 잇지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보게 된다. 특히 남강에 비치는 촉석루의 불빛은 은은하면서도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진주성의 야경을 봤다면 이것으로 진주 여행은 충분하다고 감히 말하겠다.
아름다운 진주의 야경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이곳에서 매년 10월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열리고있다. 남강에 유등을 띄우는 풍습은 1592년 10월 김시민 장군이 왜군을 맞아 싸울 때 성 밖의 지원군과 군사신호를 보내거나 병사들이 성 밖의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남강에 유등을 띄운 데서 유래된 축제라고 한다.
진주의 맛, 진주비빔밥
진주비빔밥은 ‘꽃밥’ 또는 ‘칠보화반’이라고 한다. 황금색의 둥근 놋그릇에 흰빛의 밥, 다섯 가지 나물이 어우러져 일곱 가지 색상의 아름다운 꽃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주비빔밥은 소고기를 넣는 다른 지역과 달리 육회를 넣는 것이 특징이다. 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선짓국에는 살코기와 선지, 간, 허파, 천엽, 내장을 넣고 푹 곤 국물에 무와 콩나물, 대파를 넣어 부드럽게 해주면서 특유의 얼큰한 맛을 선사해준다. 진주비빔밥은 조선시대에는 궁중에서 즐겨 먹은 음식 중 하나였으며, 특히 태종 때에는 한양의 정승들이 비빔밥을 먹기 위해 진주를 자주 찾았다는 기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