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벨롱벨롱! 제주


노란 유채꽃이 바람에 물결을 이룬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거린다. 나뭇잎 사이사이, 구멍 송송 뚫린 검은 돌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에 눈이 부시다. 보이는 것마다 빛나고 있는 제주의 풍경.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낮에 만난 제주 앞에 어떤 수식어를달아야 할지에 대한 답이 떠올랐다. 제주는 빛나고 있었다. *벨롱벨롱. *‘반짝반짝’의 제주 방언

Editor 박영화 Photographs 정우철



이토록 아름다운 숲, 비자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림은 제주 동부 구좌읍 평대리 일대에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 곳을 말한다. 단일수종으로 이루어진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아닐 비(非)’ 자를닮아 비자(榧子)라고 불리게 된 나무인 비자나무들이서로 얼기설기 얽혀 있는데, 마치 정글에 온 듯 느낌마저 든다.

비자림 산책로는 돌길과 흙길이 반복되고, 송이라는 제주도의 화산돌도 바닥에 깔려 있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적막한 산책로를 걷다가 문득 생각난 듯 하늘을 올려다보면 초록빛 나뭇잎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부서져 내린다. 숲 가장자리에는 수령 820년 이상인 ‘천 년의 비자나무’를 볼 수 있다. 비자림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은 이 정도다. 그런데도 제주에 갈 때마다 또 가보고 싶은 건 비자림에서 느껴지는 신비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은, 누구도 손대어 본 적 없는 원시의 비경과 마주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다.


새벽녘 비자림을 만난 것이 그러했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비자림은 신비롭고 산뜻했다. 제주에서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 아닌 조용하고 평화롭게 휴식할 곳을 찾는다면 비자림보다 좋은 산책길은 없다.

 


‘사려니’란 실 따위를

둥글게 말아 흩어지지 않게 포개어

감은 것을 뜻하는 제주 말이지만

‘살안이’ 또는 ‘솔안이’라는 말이 변해

그렇게 불린다고도 한다.


제주도 대표 산책길, 사려니숲

비자림이 아침 산책으로 적당한 곳이라면 트래킹 코스로 추천할 만한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사려니숲’이다. 사려니숲은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조천읍 교래리의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총 16km의 숲길이다. 비자림보다 큰 규모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겐 필수코스다.


‘사려니’란 실 따위를 둥글게 말아 흩어지지 않게 포개어 감은 것을 뜻하는 제주 말이지만 ‘살안이’ 또는 ‘솔안이’라는 말이 변해 그렇게 불린다고도 한다. 솔이란 신성한 곳을 뜻하는 말로, 울창한 삼나무들이 빽빽한 사려니숲은 진정 원시의 성역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사려니숲에서는 졸참나무, 서어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수목과 희귀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노루가 뛰어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사려니숲을 보전의 가치가 있는 숲으로 여겨 2002년에 제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녹차 향? 커피 향? 둘 다 좋아!

제주 여행길에서 ‘오설록 티 뮤지엄’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국내 최초의 차(茶) 전문박물관으로 상설전시관, 선물코너, 전망대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 외관도 녹차잔 모양으로 되어 있다. 전망대에서는 멀리 한라산과 넓게 펼쳐진 푸른 다원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녹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나는 녹차로 만든 녹차와 녹차 케이크, 녹차아이스크림을 먹으니 꼭 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마음이 뿌듯해진다. 특히 카페의 창가자리에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의 연못을 감상하면서 즐기는 녹차 한잔은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건물 건너편에 있는 녹차 밭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도 필수 코스다.



커피박물관 바움은 다양한 커피 소품들과 체험실이 있는 1층과 2층의 카페, 그리고 옥상, 야외 정원 등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옥상에는 하늘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벤치가 있어 여행길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에 좋은 장소다. 바움은 올레길 2코스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날씨가 좋은날에는 옥상에서 한라산도 보인다고 한다.

 

언제라도 가고 싶은 곳, 송악산

녹차와 커피 향을 뒤로한 채 ‘송악산’으로 이동했다. 송악산은 그 모양새가 다른 화산들과는 달리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모여 이루어져 있다. 해발 104미터의 주봉을 중심으로 서북쪽은 넓고 평평한 초원지대이고, 서너 개의 봉우리가 있다. 바닷가 해안 절벽에는 일본 강점기에 일본군이 뚫어놓은 동굴이 여러 개 있어 지난날의 아픈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송악산 정상에 서면 최남단의 마라도와 가파도, 형제섬, 우뚝 솟은 산방산, 멀리 보이는 한라산,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이 보인다. 한라산처럼 웅장하거나 산방산처럼 경치가 빼어나지는 않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송악산에 오르면 누구나 감탄사를 토해내게 될 것이다. 송악산 아래 해안은 감성돔이나 뱅에돔, 다금바리가 많이 잡히는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송악산 정상에 서면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누구나

감탄사를 토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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