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선택하고 표현하는 것이 피곤한 우리들의 자화상

감정대리인아! 내 감정을 부탁해도 될까?


일상 대화 속 나의 감정을 표현해주는 이모티콘을 비롯, SNS에도 ‘대신 욕해주는 페이지’, ‘대신 상사 욕해주는 페이지’, ‘대신 찌질한 페이지’ 등이 유행하고 있고, TV 예능 프로그램에는 출연진의 영상을 관찰하면서 감상하고 해석하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른바 감정을 외주화하는 즉, 감정 표현을 타인에게 맡기는 ‘감정대리인’에게 내 감정 표현을맡기는 것이다.

글 > 편집실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말과 감정 등으로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삶의 모든 잣대에 가성비를 따지는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관계에서조차 가성비 원칙을 적용하게 됐다. 관계를 맺기 위해 나의 에너지와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 등을 비용으로 따지게 되고,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와쓸모를 계산한다.


또한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상호작용하며 살아온 이들 세대는 사람 간의자기 감정을 스스로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부담스러워한다. 감정 과잉사회 속에서 정작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대신 기기로 소통을 하거나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관계를 위해 나의 에너지를 낭비하고싶지 않지만 외로움은 해결하고 싶은 현대인들, 이제 그들은 관계의 본질은 깊으냐 얕으냐 심도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 애착, 소통의 필요를 누가 충족시켜줄 수있느냐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내 감정을 누가 대신 표현해주고, 느끼게 해주니 편하긴 하겠다.


그러나 감정은 수동적으로 누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타인이 감정을 결정해주는 것에 익숙해지기보다는 스스로 내면 속 감정과 마주해 진정한 감정을 헤아리고 표현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연습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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