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패션 등 대중문화에서 기업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낯선 과거에 묘하게 끌리네”… 새로운 복고 ‘뉴트로’


연말이 올 때면 ‘근하신년(謹賀新年)’과 더불어 가장 많이 쓰는 사자성어 ‘송구영신(送舊迎新)’이 송구스러울 정도의 강력한 ‘트렌드’가 문화예술계는 물론 식품, 패션산업을 비롯한 제조업계 전반에서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 고영민


일본식 한자인 ‘근하신년’은 물론 ‘옛날 것은 보내고, 새것은 환영한다’는 ‘송구영신’이란 말도 함부로 입 밖으로 내뱉어선 안 될 상황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는 옛날풍이 새것이 되는 ‘뉴트로’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 뉴트로(New-tro)는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패턴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새로울 게 없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뉴트로의 진정한 의미는 옛것을 새롭게 거듭나게 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에 있어 보인다.


“기술의 편의성과 반비례해 자기 통제권을 잃어가며 무력감에 찌든 N포세대에게 과거에 대한 동경심은 잠시나마 힘든 현실을 회피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1980년대를 겪지 않은 1020 세대가그 시절을 동경하는 것은 장밋빛 미래가 없는현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팍팍한 현실 탓인지 배부른 투정인지는단언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요즘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유명한 것보다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뉴트로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설렘이다.”

- 《트렌드 코리아 2019》, ‘요즘옛날, 뉴트로’ 중에서


융합의 아이콘 ‘뉴트로’

복고(레트로)가 과거의 유행을 다시 꺼내어 그들만의 향수를 느끼고 즐기는 것이었다면, ‘뉴트로’는 과거의향수를 현 시대상과 적절히 ‘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뉴트로 현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분야들 중 하나가 ‘대중음악’이다. 사상 유례없는 대중적인 관심과 음악적 성장을 가져왔던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들을 무대에 다시 소환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속속 만들어지거나, 아이돌 가수들이 1990년대 음악을 꾸준히 리메이크하는 열기가 가시지 않는 건 소비자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뉴트로 마케팅의 일환이다. 당시 유행의 선두주자이었던 지금의 3040세대와 현재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1020세대가 모두 즐길 수 있는‘세대공감’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왜 이제 와서 ‘보헤미안 랩소디’?

지난해 10월 말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최근 글로벌 수익 9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틀즈, 마이클 잭슨만큼이나 프레디 머큐리가 위대한 뮤지션인 건 확실하지만,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거대한돌풍을 일으킬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더 놀라운건 주 관객이 40대 이상이 아닌 20대였다는 점. 그룹‘퀸’이 보여준 혁명적인 일화들도 시선을 끌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은 음악 세계에 젊은 층이 푹 빠졌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행 가도를 달린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에게퀸의 음악은 클래식 팝이 아니라 낯설고 신선한 그 무엇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자유와 창조를 중시하고 다양화, 차별화를 가치 있게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시대정신을 자극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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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바람 타고 돌아온 1980년대 시티팝

옛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추억이 방울방울 샘 솟는경험을 하게 된다.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에게 ‘시티팝’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 ‘코나’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등이 시티팝 스타일이다. 특히, 최근 싱어송라이터 ‘스텔라장’이 리메이크한 윤수일의 <아름다워>는 1984년 발매된 음악으로 한국 시티팝의 원조다. 시티팝은1970~80년대 버블경제를 맞이한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얻은 스타일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벅스’는 시티팝을 “도시의 열대야를 드라이빙하는 느낌의 사운드랄까. 시티팝이 다시 각광 받으면서 시티팝 스타일의 밴드 아도이(ADOY)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티팝은 부와 풍요로움이 담겨 있는 음악이기에 지금의 각박한 현실은 잊어버리려고, 그때를 그리워하는 정서 때문에 사랑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냉정한 분석도 있다.



패션과 디자인계에 불어닥친 뉴트로룩

옛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추억이 방울방울 샘 솟는경험을 하게 된다.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에게 ‘시티팝’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 ‘코나’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등이 시티팝 스타일이다. 특히, 최근 싱어송라이터 ‘스텔라장’이 리메이크한 윤수일의 <아름다워>는 1984년 발매된 음악으로 한국 시티팝의 원조다. 시티팝은 1970~80년대 버블경제를 맞이한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얻은 스타일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벅스’는 시티팝을 “도시의 열대야를 드라이빙하는 느낌의 사운드랄까. 시티팝이 다시 각광 받으면서 시티팝 스타일의 밴드 아도이(ADOY)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티팝은 부와 풍요로움이 담겨 있는 음악이기에 지금의 각박한 현실은 잊어버리려고, 그때를 그리워하는 정서 때문에 사랑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냉정한 분석도 있다.



기업들의 발 빠른 뉴트로 마케팅

트렌드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분야가 기업마케팅으로, 1980~90년대 인기를 누렸던 제품들을 활용한 뉴트로 마케팅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들이 뉴레트로 콘셉트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궁극적으로 지갑을 열기 위해서이다. 에버랜드는 2018년 11월 뉴트로 트렌드에 편승해 한 달간 ‘월간 로라코스타’ 축제를 열었다. 1020세대가 많이 가는 놀이공원에서 1960~70년대 복고 감성을 구현한 것. 현대카드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라이브러리를 필두로 한 오프라인 공간에서 각 공간의 특성에 맞는 뉴레트로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태원에 있는 ‘뮤직 라이브러리’에서는1980년대 디스코 사운드부터 시티팝까지 화려한 뉴트로 뮤직을 선보이기도 했다.



뉴트로 마케팅의 진짜 타깃은?

복고풍을 브랜드나 제품에 적용한다고 해서 뉴트로마케팅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밀레니얼과 그 이후의Z세대를 타깃으로 하기 위해선 현재에 맞는 해석으로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에버랜드가 뉴트로를 주제로 특별 이벤트를 개최한 것은 중장년층에게 향수와 추억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 Z세대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뉴트로 마케팅’ 전략으로 추진한 것이다. ‘뉴트로’를 상품화해서 가장 핫(hot)한 소비층인 1020세대에 판매한 것이다. 1020세대가 뉴트로에 열광하는 건 과거의 향수가 묻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새롭고 희소성 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뉴트로 마케팅은 기존 브랜드 이미지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변화와 확장을 추구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모호성과 ‘융복합성’이 뉴트로마케팅의 핵심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뉴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중장년층뿐 아니라 10~20대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84년에 발매된 윤수일의<아름다워>를 리메이크한 스텔라장의 뮤직비디오.

2018년 4월 발매된 EXID의싱글 <내일해>는 뉴잭스윙장르로, 펑키한 리듬과 레트로한 멜로디를 선보였다.

1980~90년대 감성을 기반으로 한 뉴트로 트렌드는 패션계를 강타하고 있다.[사진: 리복클래식 공식 트위터]

에버랜드는 뉴트로 컨셉의 <월간 로라코스타 축제>를 지난해 11월 특별 개최했다. [사진: 에버랜드 공식 블로그/www.witheverland.com]

현대카드는 3월 말까지 뉴레트로 콘셉트에 맞춰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였다.[사진: 현대카드 라이브러리/library.hyundaicard.com]

독특한 레트로 감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휠라(FILA) 제품.[사진: 휠라코리아/ www.fil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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