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AR, 당신을 드라마 주인공으로
드라마가 증강현실을 만나마법을 부리다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세간의 화제가 된 이유는 현빈, 박신혜, 엑소의 찬열 등스타급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한 것에 더해 ‘증강현실’이라는 새로운 소재가 흥미진진하게 구현됐기 때문이다.
글 > 고영민
렌즈를 끼면, 게임이 시작된다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극중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배우: 현빈)가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출장 갔다가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정희주(박신혜)가 운영하는 보니따 호스텔에 묵는 동안 두 사람이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며 겪는 일들을 보여준다.
‘증강현실’(增?現實, Augmented Reality)은 실제로 존재하는 환경에 가상의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해 마치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그래픽 기법이다. 드라마에서 스페인의 대표적인 유적도시 그라나다에 출장 간 현빈이 콘택트렌즈(스마트렌즈)를 착용해 게임에 로그인하면 그라나다의 광장을 지키던 동상은 대검을 든 장군이 되어 살아 움직이고 골동품 가게는 아이템 상점으로 탈바꿈한다. 게임 세계에들어간 1인칭 시점 화면은 전형적인 롤플레잉 게임의인터페이스를 묘사했는데, 캐릭터 레벨, 체력 등을 그래픽으로 띄워 시청자가 직접 AR 게임을 즐기는 듯한 착각마저 하게 해준다.
특히, 유저(게임 플레이어) 캐릭터들끼리 대결하는 PvP(Player vs Player)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하이라이트들 중 하나이며, 게임 속 에서 패배한 인물이 현실에서도 사망하는 기이한 사건은 주인공이 게임 세계와 현실을 복잡하게 꼬이게 만든 원인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겨주기도 한다.
기술적으로 특이한 점은 현빈이 사용하고 있는 기기가 렌즈라는 점이다. 콘택트렌즈를 하나의 디바이스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고, 구글, 소니, 삼성전자 등의 기업들은 이미 스마트렌즈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울산과학기술원과 성균관대 공동연구팀은 콘택트렌즈에 장착된 센서로 눈물 속 포도당을 감지해 LED를 작동시키는 무선 스마트 렌즈를 개발하기도 했다. 물론 공식적으로 양산되려면 갈 길은 멀다. 콘택트렌즈형 AR기기는 시야를 어둡게 하고, 각막에 전자장치가 달라붙기에 눈을 피로하게 만들 수 있다. 또, 수분을 함유한 안구 환경, 무선 주파수와 배터리(전력전달), 발열, 공간인식 등 임상적, 기술적 난제들도 풀어야 한다.
AR기기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AR의 적용 분야다. VR/AR은 기존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하기에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 예컨대 스크린골프, HMD(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 활용 콘텐츠, VR테마파크, AR게임,스마트팩토리, 360도 영상 등 관련 서비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 국방 등 타 산업과의 융합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의료·항공·국방·제조 등 분야에서 실제와 같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훈련용 트레이닝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교육 분야에선 텍스트가 아닌 경험 중심의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에선 가상의 공간 내에서 상호작용하거나 가상의 객체를 공유하는 형태의 플랫폼 서비스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다.
증강현실 게임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스틸 컷
2049 타깃의 시청이 뜨거운 화제로 올랐다.
게임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증강현실의 단면
드라마도 게임처럼 1인칭으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성공으로 증강현실이 대중문화를 바꿀 새로운 콘텐츠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관람객이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 직접 체험하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액션영화나 다큐멘터리는 종종 나왔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객체형에 불과했다.
지금은 개인이 미디어를 소유하고 퍼스널미디어로의 변화를 넘어 이용자가 콘텐츠 편성권을 갖고 있는 ‘맞춤형 미디어’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현빈이 게임 속 1인칭 시점으로 수많은 인물을 만나고 수십 번 죽기도하며 다양한 퀘스트(미션)를 풀어나가는 것처럼, 시청자가 가상세계 또는 증강현실 속에서 드라마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세계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존 미디어가 이용자에게 제한된 시청각 자극 기반의 관찰자 입장을 제공했다면, VR/AR의 경우 촉각, 후각 등 감각을 확장하고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의 입장에서 미디어를 이용케 한다. VR/AR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로부터 능동적 참여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극본을 맡았던 송재정 작가는 “공유될 수 없어 보이는세계들이 한데 섞이고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경험을통해 사랑과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관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기술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모두 해결할 순 없다. 하지만 그 욕망이 마법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AR/VR를 만들어내고 무한 발전시키고 있다.
증강현실에서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드라마 게임
게임 중 지형지물을 보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