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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따로’ 또 ‘같이’ 운동한다!
피트니스센터에 다닐 시간도, 돈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사람들이 늘면서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홈트레이닝(HOME TRAINING)이 메가트렌드로 떠올랐다. 바이러스의 공습으로 아웃도어 스포츠 마니아들도 속속 홈트족으로 전향하는 추세다. 그야말로 이불 밖이 위험해진 세상에서, 이제는 시대정신이 된 가성비의 측면에서도 홈트레이닝은 종전 운동법들을 압도하는 듯하다.
Editor 편집실
‘홈트’에서 ‘스포츠 크루’까지, 힙스터들의 운동법
40대 주부 A씨는 매일 집에서 한 시간 이상 운동한다. 유튜브에 접속해 유명 트레이너 레베카 루이즈의 복근 운동 동영상을 30분가량 따라 하다 보면 온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30대 직장인 B씨는 야심차게 회사 앞 필라테스 학원 수강증을 끊었지만, 잦은 야근으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홈트족으로 전향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몸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예전 모습과 비교하면서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가의 퍼스널 트레이너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시간과 장소, 돈에 구애받지 않고 실속 있게 운동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손쉽게 짧은 동영상과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는 #홈트 #홈트레이닝 같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넘쳐난다. 큰돈 들이지 않고도 인터넷 동영상 속 트레이너를 따라 하고, SNS에 운동일지를 기록하는 운동법은 점차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홈트레이닝과 맞물린 최근의 추세는 경제·사회적 불안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불황으로 가용한 재정적 자원이 축소되고 이에 따른 심리적 위축이 ‘집에서 혼자 하는 운동’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KT 기가지니에 따르면, 올해1분기 홈트 관련 검색이 부쩍 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가·복부·다이어트·10분·하체순으로 검색량이 많았으며, 명상 검색량도 꾸준히 늘었다. 이동통신사들도 홈 사물인터넷(IoT) 시장 선점을 위한 홈트 서비스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젊음과 새로움이
동의어가 아니듯,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저절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아마 나는 이대로
완전한 중년이 돼도
20대와 같은 호된 실연을 하고
10대 소녀처럼 상처 받을 테지.
한편 체력은 점점 달리겠지.
나이와 정신과 육체는
점점 불균형해지겠지.
-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중에서
천만 유튜버가 선택한 ‘랜선 트레이너’들
홈트족들은 유튜브나 스마트폰 앱을 나만의 퍼스널 트레이너로 활용한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몇 분 내외의 간단한 영상으로 되어 있고 초보자도 부담 없이 따라 할수 있게 진입장벽을 낮췄다. 짧은 시간 고강도 운동이 필요한 다이어터에게는 ‘레베카 루이즈’가 인기다. 고강도 운동으로 악명 높은 레베카 루이즈는 힘든 만큼 빠른효과를 보장한다. ‘운동하는 데이브’는 체형 교정 정보와 운동법을 다루는 채널이다. 올바른 뼈와 관절의 가동범위, 바른 근육의 형태를 그림으로 보여주며 원리부터 설명해줘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근력운동 외에 스트레칭으로 심신을 단련하길 원하는 이들에게는 ‘아드리안’이 인기 강사다. 요가강사인 아드리안은 초보자를 위한 요가, 바쁜 사람들을 위한 10~15분짜리 요가 등 다양한 시리즈 요가를 통해 부담 없이 골라 따라 할 수 있는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스마트폰 홈트 앱도 인기다. 언제 어디서나 운동할 수 있고 목표량까지 관리해주는 손안의 트레이너가 1일 1홈트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준다. ‘눔 코치’는 사용자에게 코치를 배정해 일대일 관리를 해준다. 기록을 건너뛴 사용자에게는 알람으로 보채기도 하고, 원하는 경우 체중감량에 도전 중인 이들과 그룹으로 묶여 서로의 상황을 체크할 수도 있다. ‘핏데이’는 자신의 상황과 체력에 맞는 동작을 음성으로 설명해준다. 마치 트레이너가 육성으로 지도해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 구글플레이에서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오늘도 나를 흔드는
크고 작은 시련들 앞에서
나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중요한 의식처럼 행하며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일을 하고 밥을 먹듯이
당연하게 운동을 하며 마치 나를
단단히 해주는 주문이라도 외는 듯이
운동이라는 습관을 일상 한 켠에
슬쩍 밀어 넣어봅니다.
- <나만 두려운 건 아니겠지?룰라랄라 생존운동 필살기> 중에서
#함께해요 #위드 미 #스포츠 크루 #운동 살롱
크루(Crew)를 결성해 일시적으로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도 급증했다. 인스타그램에 ‘러닝 크루’를 검색하면 수만 개의 포스팅이 나타난다. 러닝 크루들은 보통 참가자들을 모집한 후 1~3개월의 활동주기로 활동한다. 진입장벽이 낮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있어 꾸준히 활동하는 멤버가 많다.
살롱 형태의 운동모임도 늘고 있다. ‘슬릭 프로젝트’는 단체로 주말을 이용해 수업을 받고 평일에는 개별과제를 수행하며 밀착관리를 받는 프로젝트다. 요가, 러닝,크로스핏, PT까지 그룹 트레이닝을 접목해 놀이처럼 운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SNS를 통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어 SNS 사용량이 많은 2030세대의 반응이 뜨겁다. ‘버핏서울’은 운동목적, 거주지역 등 본인이 원하는 운동조건을 설정하면 그에 따라 조가 편성되고, 함께 모인 사람들이 주 1~2회 총 6주간 함께 운동하는 플랫폼이다. 젊은 층으로 갈수록 자신의 건강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풍조가 확산하면서 시장 전반의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트렌드가 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덤벨 이코노미’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덤벨은 무게조정이 가능한 아령의 일종으로, 덤벨경제는 건강·체력 관리를 위한 지출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덤벨경제 세대가 SNS를 통해 자신의 운동방법을 공유하면서 트렌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내 건강과 직결된 분야만큼은 준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가진 현대인들이 ‘내 건강은 내가 지키는 게 상책’이라고 외치게 된 건 어쩌면 필연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장르를 넘나들며 말 그대로 메가트렌드가 되고 있는 홈트레이닝의 진화를 바쁜 현대인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