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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 ‘취미가 있는 삶’ 좋아요♡


현대인의 여가 시간이 바뀌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부르짖던 직장인들은 퇴근 후 늦게라도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찾아 나서고, 짬이 날 때마다 자신만의 안식처로 들어가 패스트 힐링(FAST HEALING)을 취한다. 나만의 취향과 안목을 끌어올리며 남다른 경험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트렌드의 새 판을 짤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Editor 편집실



중요한 건,

얼마나 잘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타는가 하는 것.

봄 바다의 서퍼들이

내 시선을 오래 붙잡은 건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바다에 몸 담그는 시간보다

생활에 몸 담그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 훨씬 많은 우리도

다르지 않다. 동동 떠서

즐거움을 기다리다가

그것이 밀려오면 잽싸게

올라타야 한다.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중에서

 

2020 트렌드 키워드 ‘업글인간’

직장인 A씨의 진짜 삶은 칼퇴근 후 지하철에서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시작된다. 자기계발을 위해 등록한 영어학원에 도착하면 전자책 구독서비스 ‘리디셀렉트’로 강의교재를 읽는다. 집에 도착해서 가볍게 ‘혼술’을 즐긴 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넷플릭스’로 미국 드라마 한 편을 본다.주부 B씨의 일주일도 스케줄로 꽉 들어차 있다. 집안일을 끝내고 시간을 쪼개어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요가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요가도 배우러 간다. 하루 한 시간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비용은 월 30만 원이 넘지만, 만족도가 높아 꾸준히 다닐계획이다.


자신의 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남들보다 나은 나’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나’를 지향하고,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을 ‘업글인간’이라고 한다. ‘업그레이드(Upgrade) 인간’의 줄임말로,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한 단어다.


업글인간은 좋아하는 콘텐츠 분야가 뚜렷하고, 좋아하는 일엔 얼마든지 돈 쓸 의향이 있는 사람들로 인식된다.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더 알고자 하는 욕구도 강하다. 수십만 원씩 회비를 내는 독서모임, 회원제 사교클럽, 함께 운동하는운동 플랫폼 등등 처음 만나더라도 취향을 존중하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특성도 주목할 만하다. 덕분에 ‘살롱’ 형태를 띤 모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본업 이외에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모임도 인기다. ‘딴짓클럽’에선 1인 크리에이터, 독립출판, 나만의 쇼핑몰 제작 등등 다양한 ‘딴짓’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 참여가격은 대부분 두세 달에 20~35만 원.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업글인간들은 흔쾌히 지갑을 연다.



현대인은 취향과 정체성으로

흩어지고 모이며 자기만의

부족을 형성한다.

2020 대한민국의 새로운

종족은 ‘업글인간’이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열중하는

업글인간은 ‘남들보다 나은 나’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나’를

지향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다.

이들의 모토는 “나는 업글한다.

고로 존재한다”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0> 중에서

 

나만의 안식처에서 즐기는 新 취미 열전

이 같은 취미 열풍은 지난해 트렌드로 부상한 ‘슈필라움’ 열풍과도 맥을 같이 한다. 독일어 슈필라움(SPIELRAUM)은 놀이(SPIEL)와 공간(RAUM)의 합성어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주체적 공간’을 뜻한다.


TV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인기 비결에도 슈필라움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네온사인과 미러볼 등으로 꾸며진 ‘나래바’는 평소 술을 즐기는 개그우먼 박나래가 자신의 집 주방을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바(bar)로 바꾼 공간이다. 나래바 이외에도 추억의 오락게임을 온 집안에 펼쳐놓은 ‘시언하우스’, 연주와 녹음이 가능한 ‘헨리의 클래식 연습실’ 모두 슈필라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누구의 방해도 없이 자신만의 놀이를 즐기는 출연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공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보잘것없이 작은 공간이라도 내가 정말 즐겁고 행복한 공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자신의 가치와 취향을 실현할 수 있는 곳, 슈필라움에서 우리는 지친 심신을 충전하며 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어른도 놀이가 필요하다

가만 보면 아이보다 어른이 더 들떠있다. 수백만 원이 넘는 건담 로봇, 하늘을 나는 드론, 오프로드 트랙을 누비는 무선조종자동차가 다 큰 어른들을 유혹한다. 치열한 삶에 지친 어른들에게 걱정 없이 즐거웠던 시절로 회귀하는 스위치가 되어주며 취미산업은 불황에도 꾸준히 성장세를 잇고 있다. 그림에 색을 채워나가며 마음의 안정을 얻는 컬러링북, 짧은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는 나노블록 등등 핸드메이드 취미들도 수년째 세를 확장 중이다. 자신의 노동이 들어가는 적당한 불편을 감수함으로써 몰입 과정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얻고 개성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모든 일이 모니터와 모바일로 진행되는 요즘, 손으로 하는 취미활동은 결과를 바로 내 눈으로 확인하고, 비교적 단시간에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바쁜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한 원데이 클래스도 부쩍 늘었다. 일반 학원이나 아카데미보다 비용 부담이 적고, 자유롭게 시간과 날짜를 선택할 수 있는 점에서 인기다. 가죽공예, 비즈공예 등등 장르도 다양하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생기를 줄 ‘취향 저격 놀이’가 절실한 시대. 오늘도 취미시장은 ‘어른이’들로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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