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시장 다변화하고 기술개발 힘써야

미-중 무역전쟁 고래싸움에 한국 새우 등 터진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수출상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무역전쟁이 현실화한 것이다. 대외 무역의존도가 큰 한국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타격을 무시할 수 없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변화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인 우리나라의 대응책에 대해 알아본다.

글 > 양재찬(더스쿠프(The Scoop) 대기자·한양대 겸임교수)


경제 대국의 싸움, 미-중의 입장차

2018년 7월 6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세계 경제 1·2위국가, 미국과 중국이 끝내 관세전쟁을 개시한 날로 기록됐다. 미국은 이날 0시 1분을 기해 각종 산업 기계류와 부품, 화학제품 등 중국산 제품 340억 달러 규모818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선제공격했다.중국도 곧바로 응전했다. 미국과 똑같은 금액에, 똑같은 관세율로 보복에 나섰다. 미국산 대두와 육류 등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545개 품목 340억 달러어치에25%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미국과 중국 간 2차 관세전쟁은 한 달여 뒤, 8월에 벌어졌다. 이번에도 미국이 먼저 공격했다. 반도체와 트랙터 등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중국도 미국산 석유와 철강, 자동차, 의료장비 등 160억 달러어치에 대한 보복관세를 매겼다. 1·2차 관세전쟁을 통해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방에 25% 고율관세를 매긴 대상은 각각 500억 달러어치에 해당한다. 미중 양국은 관세전쟁을 여기서 끝내지 않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관세전쟁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미국이 한 수 더 떴다. 미국은 추가로2,000억 달러 상당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내년부터 25%로 올리는 한편 추가로 2,670억 달러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에 중국도미국산 제품 600억 달러 규모에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맞섰다. 미중 양국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서로 공격하고 보복하는 치킨 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사실 무역전쟁에선 양국 모두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 공산품은 추가 관세만큼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 또한 콩기름과 육류 가격을 올리게 된다. 양국 소비자, 특히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일자리와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을 불사하는 데는 이유와 배경이 있다. 지난해 중국의대미 수출은 5,055억 달러, 미국의 대중 수출은 1,539억 달러. 상대국으로부터 수입 규모로 볼 때 미국의 보복수단이 중국 보복 수단의 3배에 이른다. 무역전쟁이극단으로 갈수록 중국이 불리한 구조다. 미중 무역전쟁은 겉으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에 입각한 보호무역이 촉발한 관세 갈등이지만, 본질은 세계경제 패권을 둘러싼 G2(주요 2개국)의 맞대결이다. 트럼프 정부로선 시진핑 국가 주석 체제가 들어선 이후 두드러진 ‘중국의 굴기(堀起)’가 마뜩찮다.국가 차원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며 기술기업을 키우는‘중국 제조 2025’ 정책 폐기, 중국 내 금융시장 개방 등을 노린다. 트럼프 정부가 고율관세 부과 대상으로 정보통신(IT)·항공우주·로봇공학·산업기계·신소재 등 산업 분야를 지목한 배경이다.



이에 맞서는 중국의 보복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팜 벨트’(중서부 농업지대)와 ‘러스트 벨트’(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집중된다. 대두와밀, 옥수수, 돼지 등 미국 농축산업과 자동차에 대한보복관세로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지난 6월말 은행·보험·증권, 자동차·철도·전력 등 15개 산업에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을 해제했고, 5년 동안 수입을8조 달러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등 강온 전략을 함께구사한다.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 돌입으로 자유무역주의에 기반을 둔 국제교역 질서에 금이 갔다. 미국의 총구가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일본, 한국등 미국과의 거래에서 흑자를 보는 세계 주요국을 향하자 다른 국가들도 수입관세를 인상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EU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율관세에 맞서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수입상품을 자국 상품으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이래저래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면서 세계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경제·패권 다툼 오래 갈 듯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은 단기간에 가라앉지 않을 것같다. 양국 간 정치·경제적 패권다툼일 뿐 아니라 G2의 스트롱 맨-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자존심 대결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트럼프로선 11월6일 중간선거에 이어 2020년 대선에서의 재선을 노리고 지지층을 규합하겠다는 전략이다. 장기 집권체제에 돌입한 시진핑도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세전쟁 초반 미국이 판정승을 거두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중 양국 경제 모두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에선 주가가 하락하고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트럼프가 공을 들여온 러스트 벨트의 상징 기업GM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도 올해 분기별경제성장률이 계속 미끄럼을 탄 데다 내년 성장률은5%대로 낮아지리란 전망이 나왔다.이런 상황에서 11월 3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두 나라 지도자의 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담판에서도 타결되지 않으면 미중 무역전쟁은 더 확산될 수 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이미 그 영향권에 들어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4%, 이 가운데 79%가중국산 완성품에 들어가는 중간재다.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대중국 수출 비중이 큰 우리 기업들에게 연쇄적 피해가 돌아가는 구조다.


미중 양국 간 고래 싸움에 한국의 새우 등이 터질 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떨어지고 고용은 12만 9,000명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정부가 예상한 성장률이 2.9%, 잠재성장률이2%대 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0.5%포인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우리로선 중국발 경제위기 가능성은 물론 달라진 글로벌 교역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 품목에 한국 제품이 끼지 않도록통상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문재인대통령이 인도와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를 방문하는등 신남방정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의미가 있다.미중 무역전쟁의 주요 배경이 기술패권 다툼인 만큼우리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기술역량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조선·철강·자동차 등 전통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데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반도체까지 중국의 맹추격에 위협당하는 판이다.


세계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미중양국의 무역전쟁은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않을것 않다.

G2의 스트롱 맨-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자존심 대결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무역전쟁의 당사자인 중국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세 파악이 빠르고 이(利)에 밝다고 해서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저장상인 200여 명이 지난 6월 초 저장성 내 항저우에서 총회를 열었다. 항저우 출신의 세계적 기업인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주가 연설을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될 30년간 세계경제의 판이 새로 짜일 것이다. 개혁·개방 때와 비슷한 거대한 변화가일어나고, 여기 있는 200개 기업 중 20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다.” 중국 정부의 수입확대 정책과 중산층의 급성장으로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거대 소비시장으로 변하고, 시장개방에 따라 서방 기업들이 대거 중국에 들어와 생존경쟁이 치열해질 테니 미리 대비하자는 이야기였다. 예부터 전해오는 속담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만 있지 않다. ‘호랑이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도 있다. 한국이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낀 샌드위치 신세로 고전하지 않도록 민관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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