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변화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얼굴

멀티 페르소나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는 초고속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변신하고 있다. 카멜레온처럼 빠르게 얼굴을 바꾸는가 하면 어느새 다른 역할도 훌륭하게 해낸다. 우리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하나의 얼굴로 살아갈 수 있을까.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생존법의 다른 말,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멀티 페르소나’에 대해소개한다.

Editor 이성주


역할의 ‘모드전환’이 필요한 시대

천 개의 가면을 쓴 ‘멀티 페르소나’가 넘쳐난다. 이들은 시시때때로 상황에 따라 표정과 몸짓을 달리하며 변신을 시도한다. 영화 속 명연기를 펼치는 배우가 신들린 연기를 하는 것처럼 우리는 딸일 때, 아내일 때, 직장인으로 살아갈 때, 커뮤니티 멤버의 모습으로 각각 다른 얼굴을 하고 사회를 살아간다. 더욱이 SNS 상에선 익명과 기명으로 수많은 얼굴로 활동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니 미처 손에 꼽지 못한 모습도 상당하다.


최근 이와 같은 트렌드에 대해 ‘사람들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의 가면을 그때그때 바꿔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가면을 학술적으로 ‘페르소나(Persona)’라고 한다. 본래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말했는데 심리학자 융은 우리는 모두 “천 개의 페르소나”를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으며 오늘날 심리학에서는 페르소나를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인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고 있다.우리는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평상시의 모습과 덕질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며 일상과 SNS에서의 정체성도 다르다. 이렇듯 평범한 직장인이 퇴근 후에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양한 정체성의 표출을 뜻하는 ‘멀티 페르소나’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른 모습으로의 ‘모드전환’을 반복한다.


현실과 가상 사이, 우리가 가면을 쓰는 곳

현대사회의 개인화는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정체성의 노마디즘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N잡러로 살며 다양한 직업을 갖거나 계약에 따라 노동을 하는 긱(Gig) 노동자가 급증했다. 전통적으로 직업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던 시대가 종말을 맞이한 것이다. 대신에 개인은 자신이 가진 다양한 역량을 노래하는 여배우, 연기하는 군인, 운동하는 아이돌 등의 모습으로 사는 사람이 늘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정체성의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졌다. 개인들은 성별·연령·계층과 상관없이 탈육체화된 특징을 보이면서 온라인에서 새로운 자아를 구성해낸다.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은 다중 자아 즉, 정체성을 넘나든다는 뜻을 가진 트랜스 아이덴티티로 진화했다 현대인이 정체성의 다원화를 표현하는 주된 무대는 SNS 플랫폼이다. SNS가 발달하며 가상의 세계에서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고 소통하게 됐다. 멀티 페르소나의 다른 버전처럼 다양한 계정을 만들어 관심사를 따로 분류해서 관리하기도 한다. ‘공개’와 ‘비공개’ 로 나눌 수 있는 프라이버시 SNS의 등장은 페르소나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활동이다. 카카오톡의 익명 대화방인 ‘고독한 직장인 방’, ‘고독한 고양이 방’ 또는 대학생 커뮤니티앱 ‘00 대나무숲’, ‘에브리타임’과 같은 플랫폼이 증가했다. 또한, SNS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셀카 기능이 중요해지면서 셀피로 자신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자유로워졌다.



여러 가면을 쓴 ‘나는 누구일까?’

소확행을 목표로 인생을 즐기는 ‘취향 정체성’이 중요해지며 취미를 직업으로 만드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개인의 취향은 단순히 취미의 차원을 넘어 소통과 소속의 욕구를 실현한다. 나아가 SNS에서 취향을 기반으로 취향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또한,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와 굿즈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고, 패션과 미용에 있어서 자유로운 표현을 일삼기도 한다.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어 내가 만든 ‘나’를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느슨한 연대는 소속되기를 거부하는 개인이 정서적인 ‘공감’에 만족을 느끼면서도 자유를 추구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인은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가면서 다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멀티 페르소나’의 삶은 상황에 따라 또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게 만든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역할’이며, 가면이라고 할지라도 어느 순간 우리는 스스로 되묻게 될 것이다. 이 순간, 내 모습이 진짜 ‘내가 선택한 나’인지 말이다.


INFO

알쏭달쏭 무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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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러

2개 이상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Job’,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란 뜻이다. 본업 외에도 여러 부업과 취미활동을 즐기며 시대 변화에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전업(轉業)이나 겸업(兼業)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고독방

SNS에서 불특정 다수가 모여 만든 오픈 채팅방의 하나로, 글은 쓰지 않고 주로 연예인의 사진 등을 올리는 공간을 말한다.


셀피(Selfie)

일반적으로 셀프타이머 또는 리모컨을 사용하여 촬영하는 것이 아닌 카메라를 팔길이 또는 거울을 향한 상태로 스스로 자기자신을 촬영한 자화상 사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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