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을 주체적으로 배치하는 생활방식, 미니멀 라이프

‘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삶의 주인’이다


선물로 받은 난초를 가꾸느라 정작 본연의 생활을 하지 못했고, 난초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해방감을 맛봤다는 법정스님의 일화는 ‘적게 가짐으로써 삶의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미니멀 라이프의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물론 미니멀 라이프는 아무 것도 갖지 않는 ‘무소유’를 지향하진 않는다. 다만, 생활을 단순하게 만들어 불필요한 일에 쓰던 에너지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글 > 편집실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은 ‘버리기’

2010년 무렵 영미권에서 시작된 ‘미니멀 라이프’를주도한 사람은 웹사이트 ‘미니멀리스트 닷컴(www.theminimalists.com)’을 운영하는 조슈아 필즈 밀번(Joshua Fields Millburn)과 라이언 니커디머스(RyanNicodemus)였다. 그들은 좋은 직장을 다니며 큰 집, 비싼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행복감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소비는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 비싼 물건들을꾸준히 사들였지만 되레 물건들로부터 지배를 받는느낌이었다. 물건들은 내 집 공간을 지배하게 되고 정작 사람은 주인 자리를 잃었다. 공간을 다시 지배하기위해, 주인 자리를 되찾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일이 바로 ‘미니멀 라이프’의 첫 번째 실천이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도 미니멀 라이프에 해당하는‘단샤리(斷捨離)’ 열풍이 일었다. ‘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뜻으로 요가의 행법(行法)인 단행(斷行), 사행(捨行),이행(離行)에서 유래한 말이다.‘야마시타 히데코’가 자신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단샤리’의 단은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는 것, ‘샤’는 집에 있으면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는 것, ‘리’는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11년 대지진은 일본인들에게 ‘단샤리’를 생활습관으로 정착케 하는 계기가 됐다. 정리법 분야에서 블로그 랭킹 1위를 차지한 ‘아무 것도없는 블로그’(nannimonaiblog.blogspot.jp)의 운영자인 ‘유루리 마이’는 블로그에 지진을 경험하며 집안에필요 없는 물건이 태반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버리기 선수가 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단순하고 의미 있는 삶의 추구

유루리 마이는 “물건이 없으면 청소하기도 쉽고 마음이 편해져 부지런히 정리하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며, “항시 산뜻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고 심플한 생활을 하다 보면 하루하루의 생활이 점점 즐겁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그녀는 “심플한 생활이란 물건을 전부 배제하는 것이아니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 인생에서 소중한인연으로 만난 물건들을 집안 곳곳에 배치하는데서오는 만족감 같은 것”이라며, “사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이란 건 사실 뜻밖에도 그리 많지 않다”고 강조한다. 정리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해 ‘살림 마니아(kurashimania.blog.fc2.com)’를 운영하는 ‘구라타 마키코’는 집안이 심플해진 후 기획과 디자인 일을 하는 남편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고, 집으로 일거리를 갖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집중력도 훨씬 높아졌다고 전한다. 이처럼 단순한 삶을 통해 더 큰 만족과 공간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만들 수 있도록시간과 공간을 주체적으로 배치하는 생활방식이 미니멀 라이프다.



“지금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생각해본다면 삶의 본질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의 저자 아즈마 가나코


힘겨운 ‘절약’이 아니라 즐거운 ‘일상

도쿄 교외의 오래된 일본 가옥에 살면서 자동차,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휴대폰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아즈마 가나코’는 “돈을 쓰지 않고 나의 노동력을 쓰는 것,이런 생활이야말로 나에게 최고의 호사”라며, 전기요금 500엔(약 4,950원)이 나오는 비법을 자신의 저서「궁극의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세탁기가 없어도 ‘대야’만 있으면 된다. 청소기가 없어도 ‘빗자루’만 있으면 된다. 냉장고가 없어도 ‘저장식품’만 있으면 된다.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오골계, 메추라기를 키우며 유기농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는 그의 초절약형 생활을 도시에서 흉내 내긴 여간 쉽지 않아 보이지만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충고와 “시간은길이보다 밀도가 중요하며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인생의 풍요로움이 결정된다”는 조언은 가슴깊이 새길 만한 격언으로 와 닿는다.


인간과 지구에 도움되는 심플한 삶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 발생했을때, 사람들은 생명과 죽음, 삶의 본질 등을 묻게 된다.일본에서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이 선풍을 끈 데에는지진이 자주 발생한다는 자연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진이나 원자력발전소 사고처럼 예측불허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삶에 진실로 필요한 것,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최소의 살림살이로 단출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야말로 에너지 낭비를 막고 일상에서 맞이하게 되는 쓸데없는 번뇌도 줄일 수 있다는 성찰을 유도한다. 흔히 ‘미니멀 라이프’라고 하면 버리고 비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다수 미니멀리스트들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것을주문한다. 환경과 물건의 순환까지 생각하며 최소한의 것으로 여유를 즐기며 살아가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는 것. 결국 우리에게도 지구에게도 도움이 되는 심플한 삶의 방식이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주객전도의 끊임없는 소비가 절대로 행복으로 인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이젠 현재 갖고 것을 활용하는 상상력을 발휘할 시점이다. 지금의 생활이 지옥이 될지, 매일매일 새로운 즐거운 모험이 될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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