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형법 제311조)

모욕죄


한 때 상대에게 “대머리”라고 말하면 범죄가 될까라는 주제가 화제 된 적이 있다. 온라인 게임을 하다 상대방에게 대머리라고 부른 사람이 기소됐기 때문이었다. 해당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무죄였다. 하지만 술집에서 상대방에게 “머리 벗겨진 놈”이라고 말한 사람은 유죄 판결을 받고 벌금을 내야 했다. 두 사건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Editor 제본승 변호사


욕만 해도 범죄자가 된다?

유죄가 선고된 사건은 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법전을 찾아 형법 제311조를 찾아보자.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쓰여 있다. 이 법조문 문장을 보면 사람을 모욕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경우에 사람을 ‘모욕’했다고 본다는 것일까. 우리 법 체계에서 법조문에 쓰인 단어의 뜻을 정의하는 곳은 법원이다. 그리고 법원은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도15264 사건). 무슨 말인지 뜬 구름 잡는 것만 같다. 여기서 법원의 판례를 풀어 해석하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다.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란 문장에서 ‘사실’이란 단어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두 범죄 중 어느 범죄로 처벌될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실을 말해서 상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면 명예훼손이 되고, 사실을 말하지 않고 상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면 모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원이 말하는 사실이란 단어를 진실, 소위 팩트(fact)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실은 그 사실이 아니다.


상대에게 “바람피워서 이혼당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말이 담고 있는 내용은 상대에게 일어난(혹은 실제론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일어났다고 표현한 경우를 포함)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법원에서 모욕죄, 명예훼손죄를 구분할 때 기준 삼는 ‘사실’이란 단어의 법적인 뜻이다. 그렇다면 상대에게 “바람기 많은 문란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말의 내용은 상대를 평가하는 것이다. 또 감정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상대가 문란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법적으로는) 사실을 말한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모욕죄의 모욕이다.


그렇다면 욕설을 하면 전부 모욕죄로 처벌을 받을까? 우리 법이 그렇게 야박하지는 않다. 발언을 한 상황과 발언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상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경우 처벌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발적으로, 감정적인 흥분상태에서 한 욕설은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욕설의 횟수가 많거나, 욕설의 수위가 높거나, 발언의 상황상 상대에게 모욕적인 감정을 들게 한다면 욕설만으로도 모욕죄가 성립한다.


또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란 범죄는 반드시 ‘공연성(公然性)’이 있는 발언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법원은 모욕이든 명예훼손이든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게 표현했을 때만 처벌된다고 한다(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도3292 사건). 즉, 1대1로 한 말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이 점 때문에 인터넷모욕, 명예훼손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DM(Direct Message), 1대1 대화방이 아닌 이상 인터넷에 올린 글이나 댓글, 인터넷 방송 채팅은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고 순식간에 전파되기 때문이다.


사이버모욕죄와 명예훼손죄

사이버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범죄의 수단이 말이나 포스터, 편지가 아니라 인터넷이란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같다. 다만 흔히들 말하는 사이버모욕죄란 이름의 범죄가 별도로 법전에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눈앞에서 욕을 하건 인터넷으로 욕설을 쓰건 형법 제311조가 적용된다. 단, 명예훼손죄는 인터넷을 통한 범죄가 빈발하여 특별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너무 길어서 보통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라는 규정을 새로이 만들어 더욱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에선 앞서와 다른 점이 문제된다. 바로 ‘특정성’이다. 사람이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향해 욕설을 하면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은 바로 범죄의 대상(피해자)이 누군지 알아차리게 된다. 그런데 인터넷에선 상대를 ID로 지칭하기도 하고, 누군가 쓴 글에 댓글을 달아 게시자를 모욕하기도 한다. 사람의 이름을 적지도 않았는데 처벌을 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는 것이다.그렇기에 법원에선 인터넷을 통한 모욕, 명예훼손죄의 경우 범죄의 대상(피해자)이 누군지를 사람들이 알 수 있느냐 없느냐란 기준을 추가했다. 즉, 법원은 ‘사람의 이름을 적지 않더라도 표현의 내용을 보는 사람이 주위 사정과 종합해 판단해서 그 표현이 특정한 사람에 대한 것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 모욕 또는 명예훼손죄가 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사건).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다소 위험한 댓글을 달 때 ‘ㅈㅂㅅ’ 처럼 초성만 기재하거나 목적어를 모호하게 쓰는 이유가 바로 특정성이 없도록 글을 써 혹시 모를 처벌을 피하기 위함이다. 다만 이러한 경우도 검사와 피해자 변호인의 노력에 따라 처벌될 가능성이 있으니 과신해서는 안 되겠다. 실제로 법원은 이름을 적지 않거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에 피해자의 직업이나 학력 등과 행적이 기재되어 있어 피해자의 지인들이 피해자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는 경우 명예훼손이라고 보았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5다45857 사건).


TIP

사이버 모욕, 명예훼손피해를 입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게시글 차단부터

피해자는 게시글 등을 관리하는 관리자에 피해사실을 알려 모욕, 명예훼손 글 등의 삭제나 반박내용 게재를 신청할 수 있다(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 관리자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터넷 피해구제센터(remedy.kocsc.or.kr)’에서 권리침해정보 심의 신청을 통해 같은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민사소송, 형사고소를 하고 싶은데 상대의 인적사항을 모를 경우

피해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터넷 피해구제센터’의 이용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가해자의 인적사항을 확보할 수 있다. 단, 상대의 인적사항을 모르더라도 형사고소를 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인적사항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형사고소 시 주의점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범죄(이른바 친고죄)여서 반드시 고소장을 경찰서에 접수해야 한다. 단, 가해자를 알게 된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를 할 수 없고 처벌도 불가능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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