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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가족이란, 등본에 함께 등록된 사이? 집을 공유한 관계? 단순히 한 가지 이유만으로는 가족이 성립될 수 없다. 현대인들에게 내 집 마련은 불편한 꿈이고, 결혼은 선택사항일 뿐이다. 때문에 최근 자신을 부양하는 것에 집중하는 ‘분자 가족’, ‘조립식 가족’이란 형태의 새로운 가족이 생겨났다. 즉, 가족은 꼭 로맨틱한 사랑과 헌신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Editor 편집실


평생을 약속하며 결혼이라는

단단한 구속으로

서로를 묶는 결정을

내리는 건 물론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생애 주기에서 어떤 시절에

서로를 보살피며 의지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따뜻한 일 아닌가.

개인이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복지가 되려 한다면,

법과 제도가 거들어주어야 마땅하다.

이전과 다른 모습의다

채로운 가족들이 더 튼튼하고

건강해질 때, 그 집합체인 사회에도

행복의 총합이 늘어날 것이다.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중에서 -


가족일까, 아닐까?

여자 둘이 같이 산다. 자매나 모녀는 아니다. SNS를 통해 알게 된 두 작가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 취향을 알아가면서 자주 만나게 되었고, 함께 살아가기로 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은 지금 서로를 ‘가족’이라 부른다. 그저 공간을 나눠 쓰는 하우스메이트가 아닌, 가족!  20년 동안 1인 가구로 살던 두 여자는 ‘혼자도 결혼도 아닌 가족의 탄생’을 선언하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올해 2월에 출간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다. 큰 화제를 모은 이 책은 가족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피붙이도 아니고, 법적으로 아무 권한도 없는 사람들이 무슨 가족이냐고 하는 이들에게 두 사람은 되묻는다. 혈연이나 서류로만 만들 수 있는 가족의 범위는 누가 정한 것이냐고. 외롭지 않게 나이 드는 방법은 꼭 결혼과 출산뿐이냐고


내 가족은 내가 선택

결혼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내가 늙으면 누가 날 책임져줄까? 내 보호자는 누가될까? 지금은 부모님이 계신지만, 내 옆에 평생 계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진짜 가족은 꼭 결혼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 외의 모든 가족은 가짜인 걸까? 어쩌면 혈연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여러 가족들이 외면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장 친밀한 공간에서 서로를 아끼고 보살필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것 또한 가족이 아닐까? 이제는 비혈연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볼 때가 왔다



‘생활동반자법’ 실현될까?

2014년 한 국회의원이 발의한 ‘생활동반자법’. 혈연과 혼인 관계를 뛰어넘어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을 동반자로 지정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발의 직전까지 진행되다가 법 자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걱정 어린 시선과 기존의 전통 가족제도를 위협한다는 우려로 결국 무산되었다.


하지만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생활동반자법은 공동생활을 둘러싼 법적 권리가 생긴다는 점에서 결혼 제도와 비슷하지만,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이뤄지는 계약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상대방의 가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성립과 해소 절차도 혼인보다 간단하다.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지향하는 법이다. 이 법이 만들어지면 지금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법적 보호자, 법정 대리인이 된다. 엄마, 아빠, 동생, 아내, 남편 사이에만 가능했던 것들이 동반자 관계에서도 가능해진다. 서로의 재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사회보장,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 물론 관계에 대한 의무와 책임도 함께 지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1999년 팍스라는 시민연대계약을 도입했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법원에 등록만 하면 동반자 관계가 형성되어 여러 의무를 나누고 권리를 공유할 수 있다. 독일과 일본 또한 비슷한 법안을 발의해 이미 시행 중이다.앞으로 우리 사회에 분자 가족은 점점 더 늘어날 테고 무산되었던 생활동반자법도 또 다시 뜨겁게 논의될 것이다. 이제 개개인의 삶의 질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이

27%를 넘는다고 한다.

1인 가구는 원자와 같다.

물론 혼자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다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도 있다.

원자가 둘 결합한

분자도 있을 테고 셋, 넷 또는

열둘이 결합한 분자도 생길 수 있다.

단단한 결합도 느슨한 결합도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가족의 분자식은 W2C4쯤 되려나.

여자 둘 고양이 넷.

지금의 분자 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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