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숨은 역사

녹음에 묻혀 보내는 휴식
경기도 양평군

녹음에 묻혀 보내는 휴식<BR />경기도 양평군

글·사진 김초록 여행칼럼니스트


녹음에 묻혀 보내는 휴식
경기도 양평군


‘수도권 청정 1번지’, ‘물 맑은 양평’ 홍보 문구에서 보듯 청정도시를 자랑하는 양평의 강·호수·계곡·들·산이 보여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은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포근한 쉼터가 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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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에서
양평 여행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반갑게 악수하는 두물머리에서 시작하자. 두 물(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큰 강(한강)을 이루니, 양수리(兩水里)란다. 두물머리는 양수리의 옛 이름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강에는 빈 나룻배가 떠있고, 강변에는 껑충한 느티나무가 이를 가만 바라보고 있다. 갈대가 무성한 작은 섬을 보고 있노라면 오래 잊고 있던 동심이 떠오르는 듯하다. 두물머리는 새벽녘이나 해질녘에 찾으면 더욱 환상적이다. 이른 아침 강가를 휩싸는 물안개와 해질녘 산 능선으로 번지는 노을이 참으로 아름답다.
두물머리 한쪽엔 수생식물원인 세미원(洗美苑)이 있다. 비록 인공적으로 만든 정원이지만, 본디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觀水洗心 觀花美心)’는 이곳엔 연꽃·수련·부레옥잠 같은 수생식물이 자라는 6개의 커다란 연못과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나 있다. 특히 한강물을 끌어들여 연꽃밭을 거쳐 다시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설계해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한강물을 정화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세미원: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로 93 / 031-775-1834 / www.semiw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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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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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 삼아 쉬어가는 곳
두물머리에서 북한강을 따라 서종면에 있는 서후리숲으로 향한다. 사람의 손길을 최소한으로 들여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린 이곳은 근래 들어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주말이면 소풍을 온 사람들로 제법 시끌시끌하다. 잔뜩 우거진 잣나무·자작나무·단풍나무 숲은 길동무가 돼주고 청아한 새소리가 귓전을 간질인다. 낮에는 안내소 앞 너른 잔디밭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으며 두런두런 수다 떨기 그만이고, 밤에는 캡슐펜션에서 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바라보며 하룻밤 묵어가면 좋다.
길은 서종에서 옥천을 지나 양평시내 쪽으로 뻗어있다. 구불구불 이어진 농다치 고갯길은 저 지리산 횡단도로처럼 아슬아슬하다. 용문산 서쪽 자락인 사나사계곡에 들면 마치 오대산의 한 귀퉁이를 보는 듯하다. 바위 사이로 넘쳐흐르는 계곡물과 크고 작은 소와 담·울창한 수목·그리고 그 위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경이롭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면 오싹할 정도로 차다.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계곡길을 따라 20분쯤 오르면 아담하고 소박한 사나사(舍那寺)가 나타난다. 사나사는 1천1백여 년 전 신라 경명왕 때 세워져 여러 고승들을 배출한 사찰이다. 임진왜란과 6·25전쟁으로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가 복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나사계곡 깊숙한 곳엔 설매재 자연휴양림이 있다. ‘설매재’란 휴양림 정문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고개를 이르는 말로, 한겨울에 눈 속에서 매화꽃이 피었다 하여 이름 붙었다는 이곳은, 자연을 벗 삼아 쉴 수 있는 통나무집·산장·캠핑장·야영장·운동장 등 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

서후리숲: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거북바위1길 200 / 031-774-2387 / www.seohuri.com
사나사: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 305-1 / 031-772-5182
설매재 자연휴양림: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로 510 / 031-774-6959 /
www.snr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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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후리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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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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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을 중심에 둔 양평의병의 근거지

웅장한 용문산과 천년고찰 용문사는 양평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절집 마당 옆에는 동양 최대를 자랑하는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다. 10월 중순경부터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이 은행나무는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중 꽂아놓은 지팡이가 자라 거대한 은행나무가 됐다는 전설이 있다.

용문사와 용문산은 우리 민족이 나라를 잃었을 때 분연히 일어난 ‘양평의병’의 근거지이자, 6·25 당시 대표적 승전지다. 용문사 들머리에 있는 한국민족독립운동발상지·양평의병기념비·용문항일투쟁기념비 등 우리 민족의 항일정신을 기리는 기념비가 그때의 역사를 말해준다. 일제가 대한제국의 황제를 강제 퇴위시키고 군대를 해산시키기 이전부터 청운면 출신인 김백선 장군을 비롯한 포수 500여 명이 의병에 참여해 대일 항전의 기치를 드높였다. 양평의 독립운동은 용문산(사)을 비롯해 용문사계곡 서쪽 기암절벽에 기대선 상원사·용천골의 사나사·양동 양서 서종 일대·읍내의 옛 갈산시장(현 양평 전통시장)·객사터(현 양평경찰서)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양평군은 그 숭고한 뜻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표석을 설치했다.

용문사·상원사·사나사는 양평의 대표적인 사찰로 그 당시 의병들은 이 산사 등지에 식량과 무기를 비축해 놓고 인근 지역의 관아와 파출소, 우편소 등을 습격해 일제의 기를 꺾어놓았다. 일제는 의병 탄압을 위해 군대를 파견했고, 이에 분노한 의병들은 1907년 8월 24일 일본군과 격전을 벌였다. 양평의 동쪽인 양동에 가면 한말 을미의병을 처음 일으켰던 의병장 안승우·이춘영·이승룡 생가터와 정미의병 때 일본군과의 전투가 벌어졌던 삼산리 전투터, 독립만세운동 기념비가 있는 만세공원, 양동 지역 의병장들을 모신 의병 묘역과 독립유공자묘역·어록비·기념비·추모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양동면 석산리가 고향인 의병장 안승우는 그 당시 지역 최고 명문가로 알려진 안종응의 아들로 이춘영과 함께 의병을 이끌었다.

용문사: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782 / 031-773-3797

상원사: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상원사길 292 / 031-773-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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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로 이어지는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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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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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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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의병 어록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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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을 빛낸 독립운동가 여운형

남한강변인 경의중앙선 신원역 철길 근처의 묘골엔 독립운동가 몽양 여운형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강산이 휘감아 도는 양지바른 터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영회암(永懷菴)은, 택호에서 보듯 ‘영원히 이름과 명예를 지키라’는 함양 여씨 집안의 가풍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몽양여운형기념관에는 성장 과정부터 민족을 위한 여러 활동 이력, 안타까운 죽음까지 파란만장한 그의 삶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여운형은 1914년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에 진력을 다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18년 11월 상하이에 머물던 무렵,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했던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에게 편지를 보내 일제 치하의 우리 민족의 실상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1919년 3·1운동 직전에는 신한청년당의 대표로서 김규식을 파리강화회의에 파견했으며,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전시장 한편에는 피 묻은 겉옷 상의가 전시돼 있다. 1947년 7월 19일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벌어진 광복 후 12번째 테러 당시, 여운형이 총탄에 맞아 세상을 떠날 때 입고 있던 옷이다. 신원역 출구 맞은편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운형 벽화가 그려져 있고, 기념관 길(몽양 어록길)에는 얼굴 조형물을 음각으로 새긴 애오와공원이 있다. 애오와(愛吾窩)는 여운형의 친필로 ‘나의 사랑하는 집’이란 뜻이다.

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몽양길 66 / 031-772-2411 / mongya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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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형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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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형 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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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오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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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과 힐링이 있는 곳
용문산 동쪽 자락에 솟은 중원산은 그 밑으로 깊고 맑은 골짜기를 빚어 폭포와 기암을 둔 중원계곡이 있다. 중원산과 도일봉 사이를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마치 지리산의 한 귀퉁이를 옮겨놓은 듯 우렁차다. 양평군에는 무엇보다 푸르른 녹음이 빛나는 곳으로, 자연의 정기를 흠뻑 맞을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이 있다. 중원산에서 나와 홍천 방면으로 가다가 산음자연휴양림에 들러 다양한 수림 속을 거닐 수 있고, 양평군에서 진행하는 헬스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맑은 자연 속에서 혈압, 스트레스 지수 등 몸의 변화를 느껴보는 이색 체험도 할 수 있다. 이밖에도 경의중앙선 오빈역 앞 남한강변에 들어서서는 토종 야생화 200여 종을 볼 수 있는 들꽃수목원 등 돌아오는 길까지 자연의 다채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물 맑은 청정지역 양평에서 도시의 묵은 때를 벗기고 청량한 자연을 깊이 들이마시며 심신을 정화해보자.
들꽃수목원: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수목원길 16 / 031-772-1800 / www.nemunim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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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투어 프로그램 소리산 힐링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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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