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발자취

그 시대를 웃고 울린 베스트셀러 

‘딱지본’

독립의 발자취
글 편집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완판본문화관과 함께 마련한 <이야기책 딱지본> 특별전을 통해 1900년대 초 대중적 출판물이었던 딱지본 소설을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 30일까지 한국학중앙연구원 내 자리한 한국학도서관 1층 로비에서 개최된다. 찬바람 부는 겨울, 옛 감성이 가득한 전시를 보며 온기를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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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책 ‘딱지본’이란?

딱지본은 1900년대 초 신식 활판 인쇄기로 찍어 발간한 책을 말하는데, 고전소설과 신소설 같은 소설류가 대부분이다. 대중을 겨냥하여 표지 디자인이 화려하고, 활자는 비교적 크며, 50장 내외 짧은 분량으로 비교적 값이 저렴했다. 이때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으로 이루어진 표지가 마치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딱지처럼 화려하다고 해서 ‘딱지본’이라고 불렸다. 당시 국수 한 그릇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었다고 해서 ‘육전소설’이라고도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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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구운몽』, 『홍길동전』 딱지본 표지(좌), 전시된『홍길동전』 딱지본(우)

그 시대를 휩쓴 베스트셀러

1935년 조사에 따르면 ‘춘향전’은 연간 7만권, 심청전이 6만권, 홍길동전이 4만5000권 팔렸다고 한다. 요즘 기준으로 봐도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한 판매량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딱지본이 책읽기의 대중화·근대화에 결정적 계기를 가져 왔다고 평가한다. 대량 생산된 값싼 책이 대중에게 퍼지면서 문자문화가 확산되고, 책과 독서에 대한 탈(脫)신비화가 진행된 것이다.


딱지본 = 구활자본 소설

근대 이전의 책들은 제작하는 방식에 따라 필사본/방각본/구활자본 등으로 나뉘었는데, 20세기 초반 신식 활판 인쇄기가 도입되면서 딱지본은 주로 납활자로 인쇄되었다. 이와 동시에 이른바 ‘신소설’로 불리는 장르의 소설책들이 출간됨에 따라 고전소설과 신소설들이 납활자로 인쇄되었고, 이에 따라 딱지본의 또 다른 이름은 ‘구활자본 소설’이다.


·방각본 : 목판에 새긴 판본으로 찍어낸 책 

·필사본 : 인쇄하지 않고 손으로 글을 베껴쓴 책 

·구활자본: 활판 인쇄기(납활자)로 인쇄한 책


고전소설의 출판 방식을 한눈에

이번 전시는 대중적 출판물인 딱지본 소설의 가치를 알리고 그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손으로 직접 베껴 쓴 ‘필사본’과 목판에 새겨 인쇄한 ‘방각본’을 거쳐 활자로 인쇄한 ‘딱지본’까지 당시 제작된 방각본 목판과 대중 소설을 직접 눈으로 보며 고전소설 출판 방식의 변천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점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전시에는 춘향전, 홍길동전, 이해조의 신소설 구마검 등 한국학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딱지본 46점과 완판본문화관이 소장하고 있는 방각본, 필사본 등 14점 등 총 60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번 특별전의 관람 포인트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책표지 그림이다. 딱지본의 표지는 작품의 내용 가운데서 흥미로운 장면을 채색 그림으로 표현해 독자의 시선을 끌도록 인쇄되어 있다. 표지 전면에 소설 속 인물·공간 등을 배치하여 독자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그림은 상업적인 책표지 디자인의 시작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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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흥부전』 딱지본 표지(좌), 전시된 『춘향전』 딱지본(우)


관람객에게 전하는 말

안병우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이번 특별전은 현재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 소설 읽기의 역사적 변화를 근대 베스트셀러였던 딱지본 소설을 중심으로 직접 확인할 소중한 기회”라며 “한국학도서관에 소장된 방대한 근대자료를 지속해서 연구·수집하고 공유해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보존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야기책 딱지본〉 전시 속으로

 

첫머리, 딱지본이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

전시의 ‘첫머리’는 근대 신문 및 작가의 회고록 등 다양한 기록물을 통해 딱지본이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을 소개한다. 부녀자와 노동자, 농민 등 당시 독해력이 부족했던 사람들에게 읽을거리에 대한 허기를 채워 준 조선시대 도서대여점 세책점(貰冊店)과 소설을 전문적으로 읽어주던 전기수(傳奇?) 등의 기록이 테마별로 구성된다.


제1부, 딱지본 탄생의 의미

‘제1부’는 딱지본이 판매를 목적으로 민간에서 간행한 필사본·방각본 소설에 이어 독자들에게 대량 유통된 기원과 문화적 파급력을 살펴본다. 완판본문화관에 소장된 필사본, 방각본(목판본), 딱지본 표지를 세긴 목판 등을 전시해 딱지본 탄생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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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제2·3부, 고소설 딱지본과 신소설 딱지본

‘제2부’와 ‘제3부’는 한국학도서관에 소장된 딱지본을 고소설과 신소설로 구분해 전시한다. 세책점에서 대여해주는 도서를 초고로 활용한 고소설 딱지본과 신소설 대표 작가 이해조의 작품 등 다양한 애정 신소설이 선보인다. 끝으로 전시 관람후기를 남길 수 있는 QR코드와 방명록도 비치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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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좌), 제3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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