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발자취

항일과 친일, 백년 전 그들의 선택

독립의 발자취<BR />

글 편집실

 

일제강점기 독립투쟁 또는 친일을 선택한 인물들을 재조명해보고, 역사의 갈림길에서 상반된 선택을 내린 이들을 통해 국가와 민족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항일과 친일, 백년 전 그들의 선택〉 전시가 현재 경기도박물관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경기도박물관 박본수 학예연구사에게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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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켄지가 양평에서 찍은 의병 사진(1907)

Q. 〈항일과 친일, 백년 전 그들의 선택〉 전시를 소개해주세요.

이번 전시는 경기도 31개 시군의 항일독립운동과 친일파에 대해서 조명하는 특별전으로,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경기도에서 펼쳐진 의병활동과 3·1만세운동의 장소 및 인물을 기리고, 나라를 팔아 부귀영화를 얻은 친일파 및 일제잔재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킴으로써 역사의 엄중함과 국가·공동체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자 기획한 전시입니다.

Q. 항일과 친일의 역사에 대해  설명바랍니다.

19세기 말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아 1910년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한국인에게 일제강점기는 잊을 수 없는 아픔이며 지울 수 없는 상처이지요. 일본의 침략과 국권 강탈에 협조하는 친일파들이 있었고, 시간이 흘러 일본 제국주의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났습니다. 그렇지만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저항하는 사람은 더 많았습니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의병전쟁과 계몽운동은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였고, 3·1만세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이후 국내외의 항일운동과 무장 독립전쟁이 본격화되었습니다. 근대 이후 한국은 수십 년간 식민지라는 암울한 터널을 지났지만, 치열한 독립운동이 있었기에 부끄럽지 않고 초라하지 않은 역사가 되었습니다.

Q. 이번 전시는 어떻게  마련되었나요?

이번 전시는 경기도의회가 지난해 5월 20일 제정한 ‘경기도 일제 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에 따라 기획한 전시입니다. 또 최근 수년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경기문화재연구원, 지역문화교육본부, 경기도박물관)이 수행한 여러 사업의 결과물과 국사편찬위원회의 일제감시대상카드, 국가보훈처의 독립운동현충시설 자료, 문화재청의 자료 등을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조병세, 김병엽, 박찬익 관련 유물 등 그간 경기도박물관이 기증받은 근대 및 독립운동 관련 유물이 이번 전시의 토대가 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민족문제연구소(식민지역사박물관)의 후원과 함께 안성3.1운동기념관,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 등 경기도의 항일독립운동 관련 유관 기관 및 단체, 개인 소장가 등 여러 곳으로부터 유물과 자료, 이미지와 영상물 협조를 받아 전시를 열게 되었습니다.

Q. 눈여겨 볼 자료를 소개해주세요.

1906년부터 1907년까지 2년간 한국에 머물면서 의병전쟁 지역을 답사한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Daily Mail)』기자 출신 매켄지(Frederick Arthur Mackenzie, 1869~1931)는 1907년 11월 7일과 8일 삼산리 전투가 벌어진 직후 기록을 남겼습니다. 또한 1908년 『대한제국의 비극』을 출간하여 자신이 목격한 일제의 만행과 의병들의 저항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그가 찍은 의병 사진은 오늘날 역사 교과서에 실리게 되었고, 이 사진은 2018년 방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의 기록이 없었다면 우리는 의병의 실체를 글로만 배웠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매켄지의 저서와 사진을 직접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Q.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눈길을 끄는데요.

전시장에는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가 제작한 주홍 작가의 샌드 애니메이션 〈도마 안중근〉을 비롯하여 모두 8개의 영상물이 상영되고, 민족문제연구소가 간행한 『친일인명사전』과 지역사연구소·식민지역사박물관이 발간한 『우리 지역 일제잔재를 찾아라』의 PC 검색 코너, 경기일보의 기획기사 ‘경기도의 독립운동가를 만나다’ 등을 QR코드로 확인하는 코너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재청이 최근 국가 보물로 지정한 ‘데니 태극기’ 등 3종의 태극기를 소개합니다. 포토존은 1942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의정원(현재의 국회) 사진을 활용하였으며, 체험존은 ‘소망나무에 메시지 달기’, ‘태극 바람개비 만들기’, ‘나라사랑 태극기 만들기’ 등이 있습니다.


Q.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그간 역사연구기관이나 독립운동기념관에서 친일을 일부 소재로 삼아 소개한 전시는 있었지만, 전시의 대표 주제로 선정한 건 이번이 최초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백년 전 깊은 절망에 빠졌던 사람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스스로 가시밭길을 걸었던 사람들은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을 예측했을까?’라는 물음표를 새겨보시길 바라며, 또한 ‘백년 전 우리는,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이번 전시의 주요 전시품은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서화·판화·유화·사진·신문·도서·엽서·영상물 등 200여 점이며, 제1부 ‘대한제국의 비극, 그들의 선택’, 제2부 ‘항쟁과 학살, 그날 그곳을 기리다’, 제3부 ‘친일(親日)과 일제잔재(日帝殘滓)’, 제4부 ‘유물로 만나는 경기도의 독립운동가’ 등 모두 4부로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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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대한제국의 비극, 그들의 선택’

한말과 대한제국기에 펼쳐지는 일본제국주의 국권침탈의 모습을 그린 임오군란(1882), 청일전쟁(1894), 러일전쟁(1904), 정미의병(1907) 관련 유물과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한 순국열사 조병세, 최익현, 민영환, 이한응의 유품을 소개한다. 또한 무장독립항쟁을 위해 전 재산을 팔아 만주로 망명한 이석영 6형제에 관한 영상물, 지조를 지키는 마음을 표현한 윤용구, 안중식, 오세창, 한용운의 서화 등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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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항쟁과 학살, 그날 그곳을 기리다’

3·1독립만세운동과 화성 제암리 학살 관련 유물과 자료를 전시한다. 국내외에서 전개된 3·1독립만세운동은 총 1,692회에 최대 100만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민족운동이었다. 경기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지속적이고 격렬한 만세운동이 총 367회 전개되었으며, 참여인원도 17~20만여 명에 달하였다. 이에 4월 15일 일본군이 지금의 화성시 제암리에서 주민들을 집단 학살한 만행사건이 일어났다. 전시실에 걸린 대형 유화 〈제암리 뒷동산 만세소리〉(1983년, 김태 작)와 영상물 〈4월의 어느 날〉(2분 50초)은 화성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에서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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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친일과 일제잔재’

경기도의 대표적 친일파 10명(이완용, 송병준, 박제순, 이재곤, 박영효, 박필병, 민원식, 홍사익, 조희창, 홍난파)과 송병준·송종헌 부자의 공덕비 및 팔굉일우(八紘一宇, 세계를 천황 아래에 하나의 집으로 만든다) 관련 자료와 탁본을 전시한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친일파를 ‘을사늑약(1905) 전후부터 광복(1945)까지 일제의 국권침탈, 식민통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한민족을 비롯한 여러 민족에게 신체적, 물리적, 정신적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끼친 자로서 활동 흔적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정의하였다. 일제잔재는 ‘일제의 침략전쟁과 식민통치 기간에 일본제국주의의 영향 아래 생산되거나 정착하였음에도 광복 이후 청산되지 못한 유무형의 부정적 유산’, 친일잔재는 ‘친일 논리의 영향을 받은 유무형의 유산’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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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유물로 만나는 경기도의 독립운동가’

경기도 출신 중 주요한 독립운동가 류근·박찬익·신익희·안재홍·엄항섭·여운형·조성환·조소앙 등의 유물을 전시한다. 특히 여주박물관이 소장한 조성환 유품, 경기도박물관이 기증받은 파주 출신의 독립운동가 박찬익 일가의 유품, 평택의 민세안재홍기념사업회가 소장한 안재홍 유품 등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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