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혹은 거짓

동료인가 적인가,
밝혀지지 않은 정체
영화 <밀정>

동료인가 적인가,<BR />밝혀지지 않은 정체<BR />영화

글 편집실


동료인가 적인가, 

밝혀지지 않은 정체

영화 <밀정>


<밀정>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무장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의 폭탄 테러 작전을 그린 영화다. 나라를 잃은 시기, 일제가 심어 놓은 ‘밀정’은 같은 민족임에도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과연 동료인가 적인가. 영화는 내내 친일과 반일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Q. 영화 속 폭탄 밀수 작전은 역사적 사실인가?

1923년 3월 경기도 경찰부 소속 황옥 경부와 의열단이 조선총독부·동양척식회사·경찰서 등 일제 주요 기관을 파괴하기 위해 헝가리 혁명가인 폭탄 제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중국에서 국내로 폭탄 36개를 반입하다가 발각된 사건이 있었다. <밀정>은 바로 이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영화에서는 여러 어려움 끝에 마침내 고위 경찰들이 참석한 연회장에서 폭탄을 폭발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경성까지 폭탄을 반입하는 데 성공했던 이들은 거사 전에 발각되어 폭탄 압수는 물론이고, 황옥을 포함해 의거에 가담한 단원 모두 검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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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속 의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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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열단(항일무장독립운동단체)


           

Q. 등장인물들의 실제 모델은 누구인가?

영화의 중심 내용 중 하나는 이정출(송강호)이 일제의 끄나풀인지 아니면 의열단원인지에 있다. 이정출은 실제로 황옥 경부 폭탄 사건에 비밀리에 가담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황옥이 모델이다. 조선인 출신인 황옥은 조선총독부 경무국 경부 자리에 오른 인물로, 경무국장의 지시를 받아 의열단원 김시현에게 접근해 폭탄 계획에 함께했다.김시현은 <밀정>에서 김우진(공유)이라는 인물로 나온다. 김우진은 이정출이 일부러 자신에게 접촉한 것을 알았으며, 두 사람은 도자기 밀수 사업으로 친분을 쌓았다. 실제로도 김시현은 의열단에 잠입한 황옥의 의도를 눈치 채고, 그와 아편 밀수를 계획하며 가까이 지냈다. 그외에도 조회령(신성록)은 김재진·연계순(한지민)은 여성 의열단원 현계옥·김장옥(박희순)은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이 일어나기 전 1923년 1월 12일 종로경찰서투탄의거를 일으킨 김상옥을 모델로 했다. 또한 영화에 잠깐 등장했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의열단장 정태산(이병헌)은 실제 의열단장이었던 김원봉에서 비롯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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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속 이정출(황옥)과 김우진(김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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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옥 경부 폭탄 사건 당시 재판 받는 황옥(왼쪽)과 김시현(한국민족문화대백과)


           

Q. 일제강점기에 스파이가 존재했다?

폭탄을 싣고 가는 열차 안에서 김우진은 일경의 포위망이 좁혀오는 가운데, 자신들의 계획을 외부로 흘리고 있는 ‘밀정’이 누구인지 찾기 시작한다.남의 사정을 은밀히 정탐해 알아내는 사람. ‘밀정’은 ‘스파이’나 ‘첩자’ 등의 단어가 생기기 훨씬 이전인 일제강점기에 등장했다. 일제는 독립운동 세력에 밀정을 심어 이들의 계획을 사전에 파악해 잡아들이고 세력을 분열시키고자 했다. 실제로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은 의열단원 김재진의 밀고로 실패하고 말았던 사건이다. 이처럼 독립운동에 몸담던 항일 인사들 사이에서도 변절자가 나오는 등 밀정이라는 일제의 계략은 민족 간 대립과 갈등이 불거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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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황옥은 독립운동가 or 친일파?
황옥은 경찰부 직속 도경부에 특채로 입성, 고등과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던 인물이다. 황옥 경부 폭탄 사건으로 검거된 황옥은 재판과정에서 "경찰 관리로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성공하면 경시(警視)로 승진도 시켜주리라고 믿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제 경찰 조직에서 조선인은 대개 경부까지 올랐을 뿐, 경시로 승진하는 일은 아주 이례적이었다. 그는 형을 언도 받고 2년 뒤 가출옥했다. 이 과정에서 아직까지 그가 밀정인지 아닌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광복 이후 김원봉이 황옥을 의열단원이라고 증명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그가 의열단을 도운 동기를 규정할 만한 이렇다 할 사료가 남지 않았기에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의열단의 저지하기 위해 일제가 심은 밀정’ 또는 ‘일경을 가장한 의열단원’, 황옥의 정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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