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답을 찾다
자유란 무엇인가

글 이성주 역사칼럼니스트
자유란 무엇인가
항일독립운동의 영원한 횃불이자 겨레의 민족지도자 백범 김구.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제에 분노를 참지 못했던 그는 약관의 나이에 일본인 쓰치다 조스케(土田壤亮)를 처단하면서 항일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대개는 김구라고 하면 독립운동에 매진한 투사의 이미지만을 떠올리지만, 그는 독립 이후의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누구보다도 깊었던 인물이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린 민족지도자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너무도 유명한 말이다. 『백범일지』에 밝힌 김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70년 가까이 된 지금. 우리나라는 김구가 그토록 염원한 나라가 되었나.
▲1876년 황해도 해주 출생 ▲1896년 치하포 주막에서 일본인 쓰치다 조스케 처단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참여. 이후 의정원 의원·경무국장·내무총장·국무총리 대리·내무총장 겸 노동국 총판·임시정부 국무령·국무위원·국무위원회 주석 등을 역임 ▲1924년 만주 대한통의부 박희광을 통해 친일파 처단 및 주요공관 파괴 지휘 ▲한인애국단 조직. 이봉창·윤봉길 의거 지휘 ▲1945년 광복 이후 신탁통치 반대 운동, 미소공동위원회 반대 운동 추진▲1948년 1월 남북협상 참여 ▲1949년 6월 26일 안두희의 흉탄에 암살당함
선생의 발자취는 곧 우리나라 독립의 역사다. 우리 민족에겐 자랑스러운 저항의 역사이지만, 일본에게는 이가 갈리는 ‘숙적’의 기록이자 패배의 역사라 할 수 있다. 당시 일제의 김구에 대한 평가는 그의 목에 내건 현상금으로 알 수 있다. ‘일제는 내 목에 1차로 20만 원, 2차로 60만 원을 내걸었다.’ 『백범일지』의 기록이다. 쌀 한 가마니가 20원 선이었던 시대를 감안하면, 지금은 60억 원 상당의 거액이 현상금으로 걸려 있었던 것이다. 60억 원. 일본에게 김구는 지워버리고 싶은 역사다.
자유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김구가 바라마지 않았던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수차례 회자된 바 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자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광복한 조국, 이제 일본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김구는 자유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내렸다.
“자유와 자유 아님이 구분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법이 어디서 나오느냐에 달렸다. 자유 있는 나라의 법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에서 나오고, 자유 없는 나라의 법은 국민 중의 어떤 한 개인 또는 한 계급에서 나온다. … 나는 우리나라가 독재의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독재의 나라에서는 정권에 참여하는 계급 하나를 제외하고는 다른 국민은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다.”
자유와 자유 아님에 대한 역설. 빛을 되찾은 조국 땅에서 김구는 자유를 외쳤다. 자유가 법의 울타리 안에 있다면 그 법은 누구로부터 나오는가를 주목한 그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었다.
정치는 ‘권위에 의한 분배’란 말이 있다. 국민은 세금을 내고, 자신의 권한을 정부에 위임한다. 정부는 위임받은 권한으로 국민을 지키고, 국민 복지를 위해 힘써야 한다. 이는 상식과도 같은 진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당연한 사실을 몸으로 체감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다. 이 법은 어디로부터 나오는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자유란 곧 의사결정 과정의 참여다. 작게는 우리 개인의 운명을 좌우하는 일이고, 크게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투표다. 국민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광장에서 의견을 직접 표현하기도 한다. 김구가 꿈꾼 자유는 ‘법의 탄생’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함께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법치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말하고 싶다면, 그 법이 어떻게 나왔는지, 우리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김구가 꿈꾸었던 국가가 도래한 오늘, 우리 스스로 이 자유를 얼마나 소홀히 대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이성주
시나리오 작가 겸 역사칼럼니스트.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글쓰기를 목표로 『조선의 민낯』, 『왕들의 부부싸움』과 같은 역사서를 출간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국제정치와 관련된 연구 및 집필에 열중하고 있다.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시리즈 1, 2, 3권을 출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