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UTUMN Vol. 163
ISSUE HEALTH COMMUNICATION
해외연수기 | 미국 Cleveland Clinic, Ohio 연수

글로벌 의료진과 함께한 1년,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얻다

글 _ 이솔 외과 과장
진료분야 _ 위장관외과(고도비만수술, 당뇨병수술, 상부위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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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Cleveland Clinic에서 1년간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지 벌써 몇 개월이 지났지만, 그곳에서의 경험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으며, 의사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alt▲ Cleveland Clinic Main Campus 전경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딛다

2023년 10월, 가을이 깊어가는 클리블랜드에 도착했을 때의 설렘과 긴장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처음 맞닥뜨린 미국 생활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도전을 안겨주었습니다. 언어부터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차이들까지, 모든 것이 새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클리블랜드는 이리 호수 근처에 위치한 도시로, 겨울은 길고 추운 편이지만 봄과 여름에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이었습니다. 처음 몇 주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아파트 렌트, 휴대전화 개통, 차량 구매, 은행 업무 등 많은 것이 한국과는 달랐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오히려 세상을 더 넓게 보는 시각과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국 사회의 다양성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배경과 문화는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주었습니다.

▲ 클리블랜드 아파트 앞 호수 전경

Cleveland Clinic, 세계 최고의 의료 시스템을 경험하다

Cleveland Clinic Foundation은 미국의 Mayo Clinic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자랑하는 곳으로, 미국 전역은 물론 영국과 아랍에미리트연방에도 병원이 있는 글로벌 Medical Foundation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본원인 Main Campus에서 Dr. Matthew Kroh 교수님의 지도 하에 연구 펠로우 및 방문 학자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Dr. Kroh는 상부위장관 외과 의사이자 내시경 전문의로, 특히 고난도 상부위장관 수술 및 내시경 시술과 비만대사수술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입니다.

Cleveland Clinic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전문성’과 ‘포용성’이었습니다. 병원 곳곳에서 만나는 의료진들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온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아침 콘퍼런스에서부터 수술실, 연구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일할 수 있었던 경험은 제게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Dr. Kroh 교수님의 수술과 내시경 시술을 참관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 안에서의 전문적인 팀워크와 의료진 및 환자 모두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외래 진료에서부터 수술 및 시술 과정,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졌고, 각 팀원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으면서도 상황에 따라 서로 소통하며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특히 미국의 의료 환경 - 광활한 국토로 인한 접근성 문제와 높은 의료비로 인한 입원의 어려움 - 을 고려한 온라인 진료 시스템과 당일 시술, 짧은 입원 기간 등의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한국 의료 체계에도 적용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연구 활동에서도 Cleveland Clinic의 조직적 접근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진행 중인 여러 연구 프로젝트들은 모두 엄격한 프로토콜 하에 운영되었으며, 의사들이 연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 지원 그룹과 체계적인 연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병원에서 제공하는 풍부한 연구 기금을 통해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Dr. Kroh 교수님께서는 저에게 여러 논문 작성 기회를 제공해 주셨고, 그중 일부는 이미 게재되었거나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특히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ASMBS(American Society for Metabolic and Bariatric Surgery) 학회에 참석할 기회를 얻어, 연구자이자 비만대사 외과 의사로서 제가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를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Dr. Kroh 교수님은 내시경, 복강경, 로봇 수술 기구들을 다룰 수 있는 Dry Lab 참여 기회를 제공해주셨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신 수술 기구와 비만대사수술 내시경 장비 조작 기술을 익힐 수 있었고, 의료기기 회사에서 Cleveland Clinic에 평가를 요청한 세계 최신 의료기기들의 테스트 및 평가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 연구 활동을 함께한 펠로우들(이솔 과장, 좌측에서 두 번째)
▲ Bariatric 내시경 Dry Lab

Cleveland Clinic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전문성’과 ‘포용성’이었습니다.
병원 곳곳에서 만나는 의료진들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온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아침 컨퍼런스에서부터 수술실, 연구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일할 수 있었던 경험은 제게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 Dr. Kroh 교수님과 함께
▲ ASMBS 학회 발표, with Dr. Kroh
▲ 교수님 및 동료들과의 즐거운 회식

전 세계에서 온 동료들과의 인상적인 만남

연수 기간 중 태국, 아랍에미리트, 인도, 이집트, 필리핀, 홍콩, 캐나다, 아일랜드, 시리아, 브라질에서 온 펠로우들과 함께 연구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의사소통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서로 협력하고 격려하며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나라에서 경험한 의료 현실과 도전들을 공유하며 좀더 국제적 관점에서 의료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클리블랜드 시내를 탐방하거나 각국의 음식점들을 방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들과의 우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있으며,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이런 글로벌 네트워크는 앞으로 저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한인 교회 공동체와의 만남

미국 생활에서 또 한 가지 위안이 되었던 것은 클리블랜드 한인 교회 공동체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때로는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 교회에서 만난 한국분들의 따뜻한 환대와 관심은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클리블랜드에 정착하신 분들부터 저처럼 단기간 연수나 유학을 위해 오신 분들까지, 각자의 사연과 경험을 나누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특히 먼저 미국 생활을 경험하신 선배들의 조언은 실생활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테니스 클럽에서 만난 친구들

연수 기간 중 또 다른 의미 있는 인연은 Cleveland State University 테니스 클럽에서 만난 친구들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테니스를 즐겨했던 저는 클리블랜드에서도 이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풍성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테니스 클럽에 가입한 후, USTA 중서부 지부에도 등록하여 팀 매치에 참가했습니다. 언어나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테니스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었고, 코트에서 함께 땀 흘리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테니스를 통해 만난 친구들과의 인연은 스포츠가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여행의 추억들

연수 기간 중 틈틈이 피츠버그, 콜럼버스, 디트로이트 등 클리블랜드 주변 도시들은 물론 뉴욕, 알래스카, 콜로라도 스프링스, 하와이,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까지 미국 각지를 여행할 수 있었던 것도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여행의 목적도 다양했습니다. 순수한 휴가를 위한 여행도 있었고, 학회 참석, 뮤지컬 관람, 박물관 견학, 테니스 경기 관람 등 다채로운 활동들로 채워졌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클리블랜드에서 차로 몇 시간 거리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였습니다. 자연의 웅장함 앞에서 느꼈던 경외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여행들을 통해 미국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 실감할 수 있었고, 지역마다 다른 기후, 음식, 자연환경, 문화 등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1년간의 Cleveland Clinic 연수는 제게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경험하며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의사로서 환자를 대하는 자세와 동료들과 협력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서울의료원에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이런 연수 기회를 제공해주신 서울의료원 관계자 여러분과 연수 기간 동안 제 업무를 대신해주신 외과 동료들, 그리고 멀리서도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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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이솔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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