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삶을 위협하는 퇴행성 뇌질환 치매 VS 파킨슨병
감수 _ 유수연 신경과 과장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해 노화의 일환으로 오해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여러 기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기억이 깜빡깜빡하거나 손이 떨리는 등의 증상이 반복될 때, 많은 분들이 혹시 ‘치매’나 ‘파킨슨병’이 아닐까 걱정합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는 105만 2,977명으로 100만 명을 넘긴 것은 처음입니다. 2020년 84만 91명에서 매년 평균 5만 명 넘게 증가해 4년 만에 21만 명 이상이 급증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인 셈입니다. 중앙치매센터는 국내 치매 환자가 2030년 142만 명, 2050년 31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가 2016년 9만 6,764명에서 2021년에는 11만 6,504명으로 5년 사이에 20%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살펴보면 2020년 파킨슨병 환자 중 남성 11.4%(5,267명), 여성 15.2%(9,900명)가 동반 질환으로 치매를 진단받았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치매 환자의 일부는 병이 진행하면서 파킨슨병의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치매와 파킨슨병은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두 질환 모두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해 노화의 일환으로 오해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건망증이나 가벼운 떨림이라도 반복된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신중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정기적인 뇌 건강 검진과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로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건강한 노년을 위해 뇌 건강에 일찍부터 관심을 갖고 꾸준한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기억력이나 몸의 움직임에 이상을 느낀다면 무심코 넘기지 말고 즉시 전문의를 찾아가 조기에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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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기억이 지워지는 ‘치매’
치매는 단일 질병이 아닌, 다양한 원인에 의해 기억력과 사고력, 언어능력, 판단력과 같은 인지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증후군을 의미합니다. 가장 흔한 형태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 증상 초기에는 최근의 일을 잊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다가, 점차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고, 언어 사용이 서툴러지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거나 성격이 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질환이 진행될수록 자립이 어려워지고 결국에는 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 진단 인지 기능 검사, 뇌 영상 촬영(MRI 또는 PET), 혈액검사 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우울증이나 갑상선 질환, 비타민 결핍 등의 다른 질환이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평가가 필수적입니다.
· 치료 치매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 악화를 늦추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약물로는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와 뇌세포 손상을 완화하는 NMDA 수용체 길항제가 있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항우울제나 수면제, 정신 증상 조절 약물 등이 함께 쓰이기도 합니다. 약물 외에도 비약물 치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기억 회상 훈련이나 퍼즐 맞추기 같은 인지 자극 활동, 가벼운 운동, 음악 치료, 사회적 교류 등은 환자의 뇌 기능 유지와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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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몸이 굳어가는 ‘파킨슨병’
파킨슨병은 중뇌의 ‘흑질’이라는 부위에 위치한 도파민 생성 세포들이 서서히 소실되면서 생기는 퇴행성 신경계 질환입니다. 신체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조절하는 핵심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줄어들게 되면, 뇌와 근육 간의 명령 체계에 오류가 생기고, 그 결과로 다양한 운동 장애가 발생합니다.
· 원인 일부는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있지만, 대부분은 명확한 원인이 없는 산발적 발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농약이나 중금속, 독성 물질 등의 환경적 요인과 유전, 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증상 손 떨림, 몸동작 느려짐, 근육 경직, 운동 장애와 함께 우울감, 후각 저하, 통증, 수면 장애, 인지 저하 등의 비운동 증상이 복합적으로 동반됩니다.
· 진단 특정한 단일 검사로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진찰이 기본이며, 필요 시 뇌 MRI나 도파민 관련 기능검사(DAT scan) 등을 통해 다른 질환과 구별합니다.
· 치료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렵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약물은 레보도파(도파민의 전구체)로,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줍니다. 그 외에도 도파민 작용제, 도파민 분해효소 억제제, 항콜린제 등 다양한 약물이 사용되며,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조합을 달리해 투여합니다. 하지만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면 운동 기능이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이상운동증이 발생하거나, 다음 약물 복용 전 약물 효과가 급격히 줄어드는 약효소진 증상과 같은 운동 동요 현상이 생길 수 있어 약물 치료 조절을 위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비약물적 치료 역시 중요합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근육 경직을 줄이고 균형 감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며, 언어 치료나 인지 훈련도 일상 기능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