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WINTER vol.160
ISSUE HEALTH COMMUNICATION
흥미로운 의학 이야기

흑인 청소부가 심장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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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이현석 서울의료원장

당시 심장은 신이 만든 성스러운 장기여서 인간이 수술을 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고 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청색증을 나타내며 혈압이 떨어져 쇼크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원인 규명도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소아과 의사 타우식(Taussig)과 함께 그 원인을 밝혀서 새로운 수술을 고안했기에 두 사람의 이름 첫 자를 사용하여 ‘B-T 단락’이라고 부른다.

심장 수술의 역사는 1943년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블래락이라는 의사가 동맥의 한 가닥을 폐동맥에 연결해 주는 수술을 한 것이 그 효시다. 이 방법은 지금도 일부 선천성 심장질환에서 본격적으로 심장에 대한 수술을 하기 전 단계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당시에는 불가피하게 동맥의 일부를 희생시켰지만 지금은 인조혈관으로 동맥과 폐동맥을 연결시켜 기존 동맥의 손상을 피하고 있다. 기본 개념은 같다.

당시 심장은 신이 만든 성스러운 장기여서 인간이 수술을 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고 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청색증을 나타내며 혈압이 떨어져 쇼크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원인 규명도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소아과 의사 타우식(Taussig)과 함께 그 원인을 밝혀서 새로운 수술을 고안했기에 두 사람의 이름 첫 자를 사용하여 ‘B-T 단락’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실은 이 수술을 개발하는데 주역이었던 사람이 따로 있었는데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청소부로 일하던 젊은 흑인 청년 토마스였다.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어 1930년 20살의 나이에 밴더빌트 대학 청소부로 일하면서 몰래 수술과 실험하는 것을 보고 혼자 연구한 아이디어를 적었던 노트가 우연히 블래락의 눈에 띄었고, 당시 최고의 의사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에 놀란 블래락은 토마스와 함께 동물 실험을 하면서 토마스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었다. 그러나 의사면허가 없었던 토마스는 정작 본인은 수술에 참여하지 못하고 옆에서 조언을 하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자기의 아이디어로 인해 수술이 성공하면서 심장 수술이 발전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지만 정작 토마스 자신은 흑백 차별이 극심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소부 월급을 받으며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고 영광은 블래락 한 사람에게만 집중된다. 그 후 블래락이 1941년 존스 홉킨스 대학에 스카웃되면서 토마스에게 실험실을 맡기는 조건을 내세워 같이 갈 수 있게 되었다. 흑인은 뒷문으로 출입하고 화장실도 따로 사용하는 등 흑백 차별이 심했던 존스 홉킨스에서 많은 차별을 받으면서도 토마스는 뛰어난 실력으로 심장 수술을 발전시키고 수술에 필요한 각종 도구들을 개발하면서 의사들을 교육시키게 된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68년 존스 홉킨스 대학 역사상 처음으로 의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명예의 전당에 블래락과 함께 대형 초상화가 걸리고 1976년에는 명예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이 이야기는 ‘신이 만든 어떤 것’이라는 영화로도 소개됐는데 이 영화 제목은 토마스가 수술한 동물 심장을 보고 블래락이 신의 솜씨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지금은 B-T 단락을 블래락 토마스 타우식(Blalock-Thomas-Taussig) 단락이라고 부르는데 탁월한 실력을 가진 토마스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고졸에 흑인이라는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발탁한 블래락 그리고 어린 시절 병으로 인해 청력이 심하게 손상된 상태에서도 특별히 개발한 청진기로 수많은 아이들을 살린 헬렌 타우식, 이 세 사람에 의해 심장병 수술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겨났다. 그리고 지금도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는 본과 1학년 학생들을 4그룹으로 나누어 교육시키는데 그 중 한 그룹의 이름을 토마스라고 부른다.

선천성 심장 질환은 100명 당 한 명 정도로 발생하는데 질병의 종류에 따라 피가 검은 색을 띠는 청색증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청색증이 없는 경우도 많다. 선천성 심장 질환은 워낙 종류가 많기 때문에 질환이 심각한 정도와 증상도 매우 다양하다. 필자의 경우에도 아무 증상도 없는 상태에서 예방주사를 맞으러 온 소아를 청진해서 선천성 심장질환인 심실중격결손을 발견해 수술을 받도록 한 경험이 있다.

우심방 사이에 구멍이 나 있는 심방중격결손이나 폐동맥과 대동맥 사이에 비정상적으로 혈관이 연결 되어있는 대동맥 개존증의 경우에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술보다는 가느다란 관을 통해 기구를 넣어 막아주는 방법을 주로 하게 된다. 그리고 심실 사이에 구멍이 나 있는 심실중격 결손은 크기가 크거나 문제가 되는 위치에 있을 때는 곧바로 수술을 해야하지만 크기가 작은 경우는 3, 4세 경에 저절로 막히기도 하므로 정기적으로 초음파를 하면서 지켜보다가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반대로 복합성 심장질환인 몇몇 심각한 질환은 거의 모든 환자가 4주 이내에 사망하므로 진단이 내려지면 곧바로 수술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천성 심장 질환은 수술을 하면 정상인과 똑같이 성장하고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겁을 먹거나 좌절하기 보다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본 글은 언론사 『디지털타임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2019년 6월 27일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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