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벌어진 응급상황,
실제 상황에서 맞닥뜨린 심폐소생
수영장서 쓰러진 심정지 환자를 살려낸 이승구 물리치료사(서울의료원 재활의학과)의 경험담
글 _ 이승구 물리치료사평소와 같던 새벽 샤워장에서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 저는 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 하지만 동시에 다른 답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는 2024년 9월 5일 새벽 6시 55분, 새벽 수영을 마치고 샤워장에 함께 있었던 서울의료원 직원인 저, 한 가정의 가장이자 고3, 고1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이 나에 일어났을까?’
하지만 동시에 다른 답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흉부압박을 하는 그 시간이 억만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119는 왜 안 오는지, 심장충격기는 왜 안 가지고 오는지,
이분 갈비뼈는 괜찮을지, 갈비뼈 골절로 2차 피해가 오면 어떻게 될지,
응급실에 자리는 있을지, 이분은 살 수 있을지... 등등
2024년 9월, 추석이 코앞인데도 새벽 온도는 25도를 넘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새벽 수영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나가려는 찰나, 앞에 샤워 주머니를 줍기 위해 몸을 숙인 남성분이 옆으로 쓰러졌다. 놀란 마음에 다가가 보는 순간, 단순 낙상이 아닌 심정지 상황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분의 얼굴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고통으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얼굴은 마구 일그러지며 힘을 주고 있고, 입술과 그 주변이 파랗다 못해 검게 질렸으며, 눈과 머리 부분은 잔뜩 힘을 줘서 터질 듯이 붉은 모습이었다. 몸은 강직으로 앞으로 굽혀지고, 양다리와 팔은 몸 앞으로 말리면서 손은 비정상적으로 주먹을 쥐듯이 강하게 힘이 들어갔다. 마치 신생아들이 앞으로 손과 발을 들고 있는 듯한 자세였다.
뛰어가 환자의 상태를 보면서도 단순 발작인지 기도가 막힌 상황인지 심정지 상황인지 판단이 어려웠다. 주변에 샤워하던 사람들은 웅성거렸고, 환자의 상태가 급박해짐이 느껴졌다. 맥박을 확인하려고 해도 잡히지 않았고, 내가 잘못 잡았는지 계속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심폐소생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 119와 심장충격기를 요청하고, 수영 강사님과 같이 수영을 하는 일반인 분과 흉부압박을 시행하였다.
수영장 바닥은 낙상 방지를 위하여 거칠었고, 쓰러지신 분의 팔과 몸에서는 상처로 인해 피가 나고 있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우리의 무릎도 빨갛게 눌리고 통증을 느껴 주변 슬리퍼와 가방을 깔고 시행하였다.
그동안 병원에서, 심폐소생술 교육 시 사용하는 실습 모형 인형인 애니(Annie)를 통해 수십 번, 수백 번 시행했던 경험 때문인지 흉부압박을 하면서 숫자를 세고 있었다. 흉부압박을 할 때마다 가슴에서 ‘드드득’ 소리가 울렸다. ‘갈비뼈가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이로인해 사망하지는 않을까?’라는 두려움과 걱정이 순간 머릿속을 스쳤지만, 손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저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인공호흡은 할 수도 없었다. 환자는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입에서도 피가 나왔다. 혀가 말려들어갈까 걱정되어 입을 벌리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럴 땐 흉부압박만 해도 된다는 교육 내용이 생각났고, 흉부압박을 교대하며 계속 시행하였다. 흉부압박을 하는 그 시간이 억만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119는 왜 안 오는지, 심장충격기는 왜 안 가지고 오는지, 이분 갈비뼈는 괜찮을지, 갈비뼈 골절로 2차 피해가 오면 어떻게 될지, 응급실에 자리는 있을지, 이분은 살 수 있을지... 등등 수많은 생각을 하면서도 손으로는 흉부압박을, 입으로는 숫자를 세고 있었다. 교대로 흉부압박을 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고, 주변 분들은 보고 있다가 환자의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에게 계속 물을 뿌렸다.
드디어 누군가가 전달해 준 빨간 가방. 기다리던 심장충격기를 전달받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찰나 가슴에 물을 닦고 패드를 붙이려는 순간 패드를 찾을 수 없었다. 가방 안에 있어야 할 패드가 없었다. 순간 당황하며 ‘아...’ 하는 탄식이 나왔으나 다행히 일체형임을 알고 패드를 찾아 붙이려는 순간 다른 분들은 체온 유지를 명분으로 계속 물을 뿌렸다.
“물 뿌리지 마세요!!”를 외친 후 다시 가슴에 물기를 닦고 왼쪽 가슴 아래와 오른쪽 쇄골 아래 부위에 심장충격기 패드를 붙였다. 분석이 진행되고 심장충격기는 충전 후 버튼을 누르라고 ‘삑삑’ 거렸다.
샤워실과 탈의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심장충격기는 물이 없는 탈의실 쪽에 있었고, 환자와 나는 샤워실 쪽에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버튼을 누를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다.
“모두 떨어지세요!!”라고 나는 소리쳤고, “버튼 누르세요!!”라고 바로 외쳤다. 고민하던 분은 바로 버튼을 눌렀고 이어서 바로 흉부압박을 시행하는 순간 119 구급대원분들이 들어왔다. 나는 샤워 후 몸을 말리러 가는 상태였기에 속옷도 입지 않은 알몸의 상태였고, 여성 대원이 들어와야 하니 나가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수영 강사님께 인수인계를 부탁드리고 나왔다.
수건은 심장충격기 시 사용하여 대충 몸을 말린 후 나왔다. 집으로 가는 차 안의 시계는 7시 10분경을 가리키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중 첫 번째는 ‘응급실에 자리가 있을까?’였고, ‘이분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었다.
집에 도착해 다시 샤워를 하면서 드는 생각은 공포였다. 처음 그분을 발견했을 때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계속 떠올랐다. 갑자기, 나도 언제 심정지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과, 그때 누가 나를 구해줄까 하는 공포와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공포가 가시지 않은 채로, 멍하게 샤워를 했다.
출근 후 혹시 서울의료원으로 오셨을까 하고 응급실 직원분에게 물었고, 의식이 있는 상태로 오셔서 수술에 들어가셨다는 이야기에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119 구급차 안에서 정신이 들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야기하셨다고 한다.
그분은 다행히 서울의료원 응급실로 내원하셨고, 심장 혈관 중 1개가 막혀서 바로 응급 수술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입원한 지 4일 만인 2024년 9월 9일 퇴원하셨다. 그동안 병원과 많은 학회, 협회에서 들었던 심폐소생술 교육에 이런 이야기는 없었다. ‘그냥 청색증이 있고, 목동맥 촉진 시 맥이 뛰지 않는다, 의식이 없다’ 등 이런 깨끗한 상태의 환자만을 대상으로 교육을 들었다. 물론 많은 돌발 상황의 시나리오는 어렵겠으나, 일반적인 상황보다 더 깔끔한 상황이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시나리오를 좀 더 다양하고 현실적으로 각색해야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3일 정도는 잠들기가 어려웠다. 무리한 운동을 하기도 두려웠다. 무섭지만 많은 생각이 드는 일주일이었다.
하지만 그분이 병원을 퇴원하면서 보호자 분과 찾아오셨고, 고3, 고1의 자녀가 있는 가장이라는 걸 알았을 때, 누군가의 목숨을 살렸다는 게 실감 나면서 ‘다행이다. 천운이었다.’라는 생각이 지나갔다. 그동안 매년 병원에서 들었던 심폐소생술 교육과 따로 신청해서 들었던 BLS 교육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반면에 내가 심정지 상황일 때, 주변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올바르게 심장충격기를 사용하여 살 수 있게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변에선 행복이든 불행이든 수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무심코 지나가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이번 일로 심폐소생술 사례를 찾아봤는데 주변에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한 사례가 많았다. 간호사, 소방관, 경찰관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심폐소생술 교육을 들은 일반인분들은 적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금 심폐소생술의 중요함을 깨달았다. 심폐소생술은 누구나 배워야 하고, 모두가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누군가가 심정지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그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주저하지 않고 생명을 구할 수 있길 바란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