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수탈의 상징,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다
함선재 헤레디움 관장
글 편집실 사진 헤레디움 제공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경제 수탈 기관이었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이 아픈역사를 뒤로하고, 건립 100년 만에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지난 해 12월, 준공을 마친 헤레디움은 최근 아카이브 전시를 선보였다. 함선재 헤레디움 관장을 만나 건립과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함선재 헤레디움 관장
아픈 역사를 가진 건축물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은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 수탈의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이를 통해 미래 세대가 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더 나은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살아있는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이 복원의 주요 목적이었다. 건축사 측면에서도 전체적인 건축물의 형식이나 남아있는 외관을 통해 우리나라 근대 건축의 과도기적 모습과 발전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이처럼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은 구도심에서 사라져가는 역사와 장소성, 그리고 시대성을 대표하는 건축물로써 그 보존과 활용에 큰 의의가 있다.
헤레디움(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 전경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의 변천사가 궁금하다.
1922년 일제강점기, 대전 인동에 조선의 토지와 자원 수탈을 위해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이 지어졌다. 이 건물은 광복 후 대전 체신청과 전신전화국 등으로 사용되었다. 이후에는 민간에 매각되어 상업시설로 쓰였다. 2004년 9월 4일 근대 건축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98호로 지정되었지만, 여전히 상업시설로 이용되어 건물이 훼손된 부분이 많았다. 이후 CNCITY마음에너지재단에서 2019년부터 2년여간 보수 및 복원 작업을 하였고, 지난해 12월 역사적 가치와 상징적 의미를 되새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근대건축물의 활용에 관해 고민이 컸을 텐데….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역사라고 해서 늘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나라를 빼앗기고, 이름조차 숨겨야 했던 아픈 시간도 기억해야 하는 소중한 역사이다. 이 아픈 역사를 증명하는 기록 중 하나가 바로 동양척식주식회사이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현재 대전·목포·부산의 세 지점만 남아있다. 그중 헤레디움으로 거듭난 대전지점이 새로운 세대가 미래를 설계하고 가치를 재창조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창의적인 영감과 다양한 형태의 예술적 표현을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한다.
변형보다는 복원에 집중했다고.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원형의 규모와 모습을 최대한 그대로 복원하려고 노력했다. 건물 내부는 그대로 복원했고 외부 역시 파손된 부분 보수 외에 원형 그대로 살렸다. 약 2년간의 복원 및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최첨단 시설을 갖춘 쾌적한 환경이 조성됐으며, 연주회 등 아트홀로서도 널리 활용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미술품 전시도 가능할 정도의 총 100여 평 규모로 구축해 개방감을 주었다.
1층 전시 전경(좌), 2층 전시 전경(우)
아카이브 전시 <인동 100년: 역사가 되다>를 개최했다.
지난 3월 16일 아카이브 전시를 개최했다. <인동 100년: 역사가 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는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이 가진 역사성과 장소성을 기록하기 위해 역사 아카이브 형태로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약 200점이 넘는 사진 자료를 선보인다. 건물 보수, 복원 과정을 담은 사진작가의 기록도 백미다. 건물이 지닌 100년간의 이야기와 건축사적 가치 등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30일까지 열리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 개관한다. 휴무일은 월요일과 화요일이다. 한편, 이번 전시기간 동안 성인과 어린이 대상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등을 함께 선보인다. 모든 프로그램은 헤레디움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전시를 개최한 ‘3월 16일’의 의미도 크다.
『대전 100년사』에서는 대전지역의 첫 3·1만세운동이 1919년 3월 16일에 일어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대전 인동시장에서 일어난 여러 번의 만세운동은 대전지역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운동이었다. 헤레디움의 첫 전시 개막일은 바로 인동시장 만세운동을 기념한 날짜이다. 헤레디움은 일제 수탈의 아픈 역사와 자주적인 독립운동을 기억함으로써 예술을 통한 인간성 회복과 평화 실천을 꾀하고자 한다. 만세운동을 기념하며 문을 연 이번 전시에서는 인동 만세운동의 역사뿐만 아니라,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이 지닌 100년간의 이야기와 건축사적 가치 그리고 복원의 과정을 함께 소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인동 100년: 역사가 되다> 전시는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중심으로 행해진 일제 침탈의 역사뿐만 아니라 인동의 근대와 현재를 바라볼 기회가 될 것이다. 인동 일대는 대전의 초기 도시형성기부터 1932년 충남도청이 대전천 서쪽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대전의 중심 지역이었다. 당시 인동이 조선인들이 모였던 상권이라면, 원동은 이주한 일본인들의 상권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공공기관이 설치되었던 지역이다.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은 바로 이 경계선상에 설치된 것이다.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에도 인동은 대전 상공업의 중심지였다. 1990년대까지 경제와 문화, 주거의 중심지였으나 현재는 주상복합 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그 흔적이 일부만 남아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에 속하는 지를 배운다. 그리고 과거의 기록에서 교훈을 얻고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물려받은 유산’이라는 헤레디움의 이름을 깊이 이해하길 바란다.
기간 2023.3.16.~6.30.
관람 오전 11시~오후 7시 (월, 화 휴무)
* 해설사 프로그램 매시 정각에 진행
관람료 무료
주소 대전시 동구 대전로 735문의 070-8803-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