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혹은 거짓

잊었던 역사 속 영웅을 조명하다
영화 <암살>

잊었던 역사 속 영웅을 조명하다<BR />영화

글 편집실


잊었던 역사 속 영웅을 조명하다
영화 <암살>


감독: 최동훈
주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개봉일: 2015년 7월 22일


<암살>은 1930년대 친일파 암살 작전을 펼치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다룬 영화다. 총 180억 원 규모의 블록버스터로, 화려한 라인업과 탄탄한 연출로 천만 영화 대열에 합류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당대 역사에서 실존했던 인물들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어 더욱 주목 받았다.

           


           

Q. 안옥윤의 실제 모델은 저격수?

등장인물들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인물 중 하나는 바로 안옥윤(전지현)이다. 안옥윤은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을 모티브로 탄생된 캐릭터다. ‘여자 안중근’, ‘독립군의 어머니’라 불린 남자현은 총을 주로 다루는 저격수는 아니었으나, 남성 독립운동가 못지않게 무장투쟁으로 일제에 맞선 인물이다. 안옥윤이 간도참변에서 어머니를 잃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면, 남자현은 의병전쟁으로 남편을 여읜 아픔이 있었다. 이는 그녀가 독립운동에 투신하게 된 계기가 되어 사이토 마코토 총독 주살 계획, 『조선독립원』 혈서 작성 등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발자취를 남겼다. <암살>에서 안옥윤의 활약은 남성 독립운동가 중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독립운동가의 존재를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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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속 저격수 안옥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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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윤의 실제 모델 남자현

           


           

Q. 속사포가 나온 신흥무관학교는 어디?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이전에 “나 신흥무관학교 나온 남자야”가 있었다. 일명 ‘속사포’로 등장한 추상욱(조진웅)은 자신이 신흥무관학교 마지막 졸업생 출신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한다.신흥무관학교는 1910년대 만주에서 설립된 일제강점기 최대의 독립군양성기관으로, 이곳을 졸업한 약 3,500명의 독립투사들은 청산리대첩 등 독립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며 독립전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이자 실존 인물인 김원봉도 신흥무관학교 출신이다. 당시 신흥무관학교에서는 군사훈련뿐 아니라 역사·국어·과학 등 다양한 공부를 가르쳤는데, 이는 독립된 이후 나라를 이끌어갈 민족 지도자를 키우기 위해서였다. 오늘날 내로라하는 대학교와 같은 엘리트 양성소라고 할 수 있으니, 속사포가 어깨를 으쓱했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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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살> 속 신흥무관학교 출신 독립운동가 추상욱

        

 


           

Q. 새롭게 주목 받은 독립운동가, 김원봉의 정체는?

영화에서 김원봉(조승우)은 김구(김홍파)와 함께 친일파 암살을 모의한다. 김원봉은 이후 영화 <밀정>에서 이병헌이 맡아 재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가 김원봉의 현상금으로 내건 금액은 100만 원으로 김구에게 걸렸던 현상금 60만 원보다도 훨씬 높은 금액이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무려 32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라고 하니, 그의 활약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의열단을 결성한 그는 국내의 일제수탈수단을 파괴하고 일제 요인들을 암살하는 등 활발한 독립운동을 벌였다. 그럼에도 20년간 단 한 차례도 잡힌 적이 없을 정도로 신출귀몰했기에 일제는 그를 잡아들이지 못해 안달을 부렸다.이처럼 많은 업적을 남겼음에도 김원봉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까닭은 그가 광복 이후 월북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원봉은 북한에서 줄곧 통일을 주장하다가 1957년 김일성에게 숙청되었으며, 밀양에 남아있던 네 형제들도 6·25전쟁 과정에서 처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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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속 김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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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봉

           


           

Q. 실제 변절자의 최후는 어땠을까?

“그때 왜 동지들을 배신했어?” “몰랐으니깐. 해방될지 몰랐으니깐!”

이 대사는 광복 후 안옥윤이 변절자 염석진(이정재)을 처단하기 직전에 나눈 대화다. 한때는 누구보다 열성적인 독립투사였던 염석진은 일제의 고문에 굴복해 밀정으로 돌아서게 된다. 광복 후 고위급 경찰이 된 염석진은 반민특위 재판에 서게 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 받는다, 그러나 “염석진이 밀정이면 죽이라”는 16년 전 임무를 따른 안옥윤과 명우의 총에 맞게 된다.염석진이란 캐릭터는 특히 친일파 노덕술의 행적과 비슷한 점이 많다. 노덕술은 일제강점기 고등계 형사를 지내며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투옥시켜 잔인하게 고문한 인물고, 반민족특위에 회부되었지만 반민족특위 해체로 풀려나 경찰직으로 복귀했다. 광복 이후에도 그는 오랫동안 고위 인사로 지내며 호의호식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영화 속 변절자와 실존했던 친일파의 판이한 결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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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속 변절자 염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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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노덕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