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SUMMER vol.154
ISSUE HEALTH COMMUNICATION
건강한 내일

엠폭스: 질병을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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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최재필 감염관리실장(감염내과 과장)
진료과목 _ 감염성 질환, 불명열, 에이즈, 신종감염병

엠폭스(MPOX)는 원숭이두창바이러스(Monkeypox Virus)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으로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성 매개 질환이다. 서울의료원은 엠폭스의 국내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감염내과, 권역응급의료센터, 격리병동, 약제팀, 주사실 등 많은 부서의 직원이 감염 의심 환자의 검사와 확진 과정, 확진된 환자의 진료, 위험 노출 가능자의 예방접종에 노력하고 있다.

1958년 처음 발견된 엠폭스…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박멸 어려워

엠폭스는 1958년 코펜하겐 국립혈청연구소가 사육하던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된 폭스바이러스과(Poxviridae)의 진성두창바이러스(Orthopoxvirus)속에 속하는 DNA바이러스로 설치류, 원숭이, 다람쥐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 병원체이다. Orthopoxvirus속에는 두창 바이러스, 두창치료제로 쓰이는 백시니아바이러스, 지금은 없어진 우역 바이러스가 함께 친척으로 포함되어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것은 인간에서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도 동물들 사이에서 병원체가 있다가 인간에게로 언제든 넘어(spill over)올 수 있어 완전히 박멸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2018년 이후 서구에서 대규모 발생… WHO “관리 가능한 감염병이다”

중앙, 서아프리카에서만 발생하였던 엠폭스는 두창과 유전학적으로나 밖으로 드러나는 모양이 유사하고, 치사율이 10%로 상당히 높은 신종감염병이었지만 서구 등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풍토성 질환으로 무시되었었다. 그러나 이것이 2018년 이후 유럽, 북미 등에서 대규모로 발생하게 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7월 공중보건 위기(PHEIC)를 선포하고 치료와 예방, 관리에 집중하였으며, 아직 엠폭스 유행은 지속 중이나 백신과 치료제를 통해 관리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10개월 만인 2023년 5월 10일 비상사태를 해제하였다.

엠폭스는 성 접촉으로 전파… 피부 병변 발생 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엠폭스는 전염력이 있는 상태의 파트너와 성 접촉을 한 뒤 1-2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서 갑자기 발열, 근육통, 두통, 임파선이 커지는 등 앞선 증상이 수일 동안 나타나다가 평평한 반점, 구진(볼록 솟은 발진), 물집, 고름집, 딱지 순으로 형태가 변하고 피부 병변이 탈락되면 병의 경과가 끝나게 되고 전염력이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 모든 병변을 다 거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비특이적인 경우도 많아 모르는 사람과 하룻밤을 보낸 뒤 피부에 병변이 생긴다면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성 건강을 위해 면담하고 검사받을 때 성병검사, HIV, 매독 등의 검사를 한번 같이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 성 매개로 전파되므로 성 접촉이 있었던 부위나 주변에 주로 문제가 발생하여 생식기, 회음부, 항문, 손가락, 입 등에 물집, 패인 반점 등의 병변과 주변의 임파선 멍울이 만져진다.

엠폭스가 정액으로 전파될 수 있는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바이러스가 존재하므로 보건당국에서는 격리 해제가 되고 나서도 3개월까지는 성 접촉을 삼가도록 권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22년 11월 ‘원숭이두창(Monkeypox)’이라는 질병 이름이 특정 집단·인종·지역에 대한 차별·낙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엠폭스’(MPOX)로 질병 이름을 변경하였고 국내 역시 현재 이를 사용하고 있다.

엠폭스 노출 위험군·의료진 대상 예방접종 실시

이전의 두창 예방접종과 달리 국내 들어와 있는 3세대 예방접종인 진네오스(JYNNEOS)는 비복제 생바이러스 백신으로 두창과 엠폭스의 예방에 85%의 효과가 있어 현재 정부에서는 예방접종을 시행하여 엠폭스 발생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예방접종 대상자는 성 접촉을 통해 엠폭스에 노출될 수 있는 젊은 남성들과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필자도 접종받았는데 비교적 안전한 접종이다.

엠폭스 치료는 통증 등의 증상에 대한 대증치료를 시행하며 대부분 자연 회복된다. 그러나 면역이 약화되어 있는 환자(혈액암, 에이즈, 이식환자, 면역억제제 사용자)나 중증환자, 병변이 심해서 구조적 이상을 일으킬 수 있거나, 1세 미만의 아이, 산모 수유부의 경우 두창의 치료제로 개발된 테코비리마트(티폭스)라는 항바이러스제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감염병 관리에 해가 되는 환자에 대한 매도 및 낙인은 피해야

세계보건기구는 2022년 11월 ‘원숭이두창(Monkeypox)’이라는 질병 이름이 특정 집단·인종·지역에 대한 차별·낙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엠폭스’(MPOX)로 질병 이름을 변경하였고 국내 역시 현재 이를 사용하고 있다.

팬데믹과 달리 특정그룹에서 발생하는 것 같이 보이는 질환, 특히 그것이 사회 안에서 일반인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나타날 때 우리는 이들을 문란한 사람,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하고 ‘타자화’하는 성향을 보이기 쉽다. 또한 ‘당신도 가능한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서사를 통해 사회에 불합리하고 과도한 위험의 공포를 조장하기도 한다. 이는 모두 감염성 질환의 관리에 있어서 해가 되므로 피해야 하고 낙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엠폭스는 현재 2급 감염병으로 일반 병원에서는 검사 자체도 두려워하고 격리 치료를 하는 질환이나, 성 매개 감염병의 특성을 따르고 있어서 향후에는 일반적인 진료실에서 진료하고 병원이나 집에 격리를 강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엠폭스는 일상 접촉으로 발생하는 병이 아니라 성 접촉을 통해 전파가 일어나는 성 매개 감염성질환으로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고, 검사 및 치료가 가능한 일반적인 질환이다. 질병에 대한 의료진과 사회의 시선을 정상화(normalize)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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