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독립기념관 11월호
사(史)적인 여행

살아 숨 쉬는 습지와 역사

전라남도 순천

 

글·사진 박광일 (역사여행작가·여행이야기 대표)

 

날씨가 추워질 때 아름다워지는 곳이 있다. 

단풍이 짙어지는 곳이나 혹은 바다와 닿은 자리에 억새와 갈대가 피어나는 곳들이다. 

오늘 떠나볼 순천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역사 유적, 그리고 독립운동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순천으로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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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순천을 대표하는 역사 유적, 낙안읍성

낙안읍성은 1,400미터 정도의 둘레를 돌로 쌓은 성벽으로, ‘낙안’은 좋은 땅이라서 백성들이 살기에 좋다는 의미가 있다. 세 개의 성문이 있는 낙안읍성은 동서를 관통하는 도로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민가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공공시설인 관청과 향교가 있다. 그러므로 이곳을 자세히 살펴보려면 성벽 위를 걸으며 주변의 풍광도 즐기고. 읍성 안으로 들어와 마을을 구경하는 것이 좋다. 

읍성 위를 걷다가 보면 성벽을 지키기 위해 만든 시설도 보인다. 성문 앞에 둥그렇게 성을 쌓아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옹성, 성벽 일부분을 튀어나오게 해서 적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든 치성이 있다. 또한 성벽 밖으로 개울이 흐르도록 해서 적의 접근을 막는 해자 역할을 하도록 했다. 

한편 낙안읍성도 우리나라의 다른 읍성과 비슷하게 북문이 없다. 중국은 평지에 성을 쌓아서 네 방향 모두에 성문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배산임수 곧 읍성의 북쪽은 언덕이나 산에 기대는 경우가 많아 성문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Tip 1. 낙안읍성을 오롯이 즐기는 법

낙안읍성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읍성과 마을의 모습이 옛 모습 그대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옛 가옥에는 사람이 살고 있어서 읍성 안의 분위기를 느끼고자 한다면, 민박을 하거나 읍성 안 식당에서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또한 낙안읍성의 성벽 위를 걷다 보면 읍성 안의 모습과 읍성 밖의 모습을 비교해서 볼 수 있다. 

특히 서쪽에서 남쪽으로 돌아설 때, 검은색 돌로 쌓은 성벽을 사이에 두고 성안과 밖에 노란색 초가지붕이 펼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읍성 옆으로 넓게 펼쳐진 들녘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서면 이 마을의 이름이 왜 ‘낙안’인지 짐작할 수 있다.


Tip 2. 꼭 기억해야 할 인물, 임경업·김빈길 장군

낙안읍성에 왔다면 두 명의 역사 속 인물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사당인 충민사에 모셔진 임경업 장군이다. 병자호란시기에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임경업은 모함으로 억울한 죽음을 맞은 인물이다. 그런 임경업이 낙안군수가 되어 이곳에 잠시 머물 적에 무너진 성벽을 수리하기도 했으며 선정을 베풀었다고 한다. 그를 기리는 충민사는 자연스럽게 마을의 수호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한 명의 인물은 바로 김빈길 장군이다. 낙안 출신의 무인으로서 여러 벼슬을 받은 김빈길은 1397년 조선 건국 직후에 낙안에 읍성을 쌓았다. 왜구에 대비하느라 급히 토성으로 성을 쌓았는데, 30여 년 뒤 세종 때 다시 석성으로 쌓으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김빈길은 태조 때 왜선 3척을 격파하는 전공을 세웠으며, 전북 사진포에서 왜군을 몰아내다 전사했다. 아쉽게도 왜구를 토벌한 김빈길의 사당은 일제강점기에 사라져 버렸다. 이러한 상황을 아쉽게 여기던 중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최근 그의 동상이 읍성 밖에 생겨났다.


낙안읍성 주소 & 관람시간 & 문의

전남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  |  11, 12, 1월 오전 9시~오후 5시 30분  |  061-749-8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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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습지

갈대와 갯벌, 철새가 어우러지는, 순천만습지

순천에는 겨울이 되면 빛을 발하는 곳이 있다. 바로 순천만습지이다. 겨울 바다의 차가움과 함께 갈대가 일렁이는 갯벌의 모습은 상당히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순천만은 소설가 김승옥의 『무진기행』 배경으로 알려진 곳이다. 소설 속 묘사처럼 갈대와 갯벌 그리고 철새가 어우러지는 곳이다. 

무진교를 지나 넓게 펼쳐진 갈대밭 데크길을 따라가다 보면, 데크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이어진다. 다소 숨 가쁘게 산을 오르다 보면 용산전망대에 도착하는데, 이곳에서 순천만의 전망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만약 저녁 시간에 간다면,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 일몰 시각에 맞춰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편 순천만 인근에는 ‘순천만 국가정원’이 있다. 처음부터 함께 방문할 계획이라면, 먼저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입장을 하고 이후 순천만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다만 하루가 온전히 걸릴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니 여유를 가지고 각 장소의 입장 마감 시간을 염두에 두자.


Tip 3.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순천만습지

순천만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안습지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곳이며 2021년에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참고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갯벌은 네 곳으로, 순천만 외에 전북 고창, 충남 서천, 전남 신안의 갯벌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순천만을 보면 다시 보인다.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철새 종류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230여 종이 순천만에서 확인된다.


순천만습지 주소 & 관람시간 & 문의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  |  오전 9시~오후 6시  |  061-749-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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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호국기념관

호국영웅을 기리기 위한 공간, 호남호국기념관

순천에 있는 호남호국기념관은 호국영웅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모두 세 개의 상설전시실이 있으며, 제1전시실은 <6·25전쟁을 마주하다>, 제2전시실은 <6·25전쟁 속 호남>, 제3전시실은 <호국정신을 기억하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호남의 의병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영화 <암살>을 보면 ‘(대한제국은) 총 한 번 쏘지 못하고 망한 나라’라는 표현이 나온다. 대한제국이 일본과 제대로 싸우지 않았던 것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범위를 넓혀보면 이 말은 틀린 말이다. 관리·선비·평민·천민은 의병의 이름으로 일본에 맞서 치열하게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의 의병이 강하게 저항하였다. 일본은 이른바 ‘남한대토벌작전’이라는 이름으로 군대를 동원해 의병을 학살했다. 지리산 연곡사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고광순 의병장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불원복’(‘머지않아 되찾겠다’라는 뜻)이라는 세 글자를 쓴 태극기를 남긴 인물이 바로 고광순이다. 이러한 의병장의 저항이 사라질 때 비로소 일제는 우리나라의 국권 침탈을 강행했다. 국권을 빼앗길 당시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의병장·의병부대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의 역사이다.


호남호국기념관 주소 & 관람시간 & 문의

전남 순천시 원연향길 17  |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  0507-1398-063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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