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영웅들을 알리는
이 시대의 독립운동가
정상규 작가
글 편집실 사진제공 정상규
투쟁의 역사 속 서거한 이 나라의 영웅들의 잊힌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청년이 있다.
미국 영주권 취득 기회를 포기하고 대한민국 공군에 자원입대하고, ‘독립운동가’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거나 책을 집필하여 영웅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하고 있는 정상규 작가다.
정상규 작가
정상규 작가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한다.
지난 8년간 독립유공자 지원 비영리단체를 운영해온 독립운동사 전문 역사작가이다. 한국에서는 2015년 ‘독립운동가’라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여 잊힌 영웅들을 세상에 알려왔고, 그분들의 후손을 지원해주는 일을 도맡아왔다. 현재는 과거의 독립영웅을 넘어 일반 시민영웅들까지 지원하는 크리스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별히 우리 역사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와 누구도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길을 걸어가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 시작은 대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NGO를 설립해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을 돕는 단체를 운영하며 사회적기업가를 꿈꾸었다. 이후 장교시절에 의열단의 후손이 기초생활수급대상이라는 사실과 폐지를 줍고 다니는 6·25전쟁 영웅을 마주하며, 과거 NGO를 만들었던 때처럼 ‘내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다.
‘위대한 영웅이 있다’는 말은 ‘그 옆에 위대한 조력자가 있다’는 말과 같다. 이제는 소수의 널리 알려진 영웅이 아닌 그들 옆에 그림자처럼 존재한 분들을 조명해야 할 시대라고 생각한다.
최근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재인 『코리아』의우리나라 역사 왜곡 내용이 올바르게수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일제강점기 역사 왜곡(식민지 근대화론,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 위안부 및 강제징용 관련 고의적 누락)에 관해 하버드대학교 한인회와 케네디스쿨 한인회의 서명을 받아 역사 왜곡의 문제와 교재 수정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었고, JTBC 뉴스룸에 단독 인터뷰가 보도되었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신문인 『크림슨』에 이와 관련한 기고문을 게재하였다. 장차 6개월간의 노력 끝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잘못을 인정하고 새로운 개정 교과서를 내었다.
정상규 작가의 『대전자령 전투, 어느 독립군의 일기』 (2020)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수정되었는지 소개 바란다.
결국 『코리아』 교재에는 동해와 일본해가 함께 병기되었고, 이밖에도 다음과 같은 수정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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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식민지배는 일본의 잘못이 아니다. → 식민지배 당시 끔찍한 강제 노동이 이루어졌다.
o 한국 경제와 일본 경제를 통합했다. → 무력으로 일본 제국에 동화시키려 했다.
o 더 산업화되고 교통, 전력, 교육, 행정 그리고 금융 시스템까지도 현대화 → 한반도 인프라와 행정 능력, 일부 산업 개선 사실이나, 주로 일본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성노예 위안부 내용을 추가하여 일본군의 전쟁 범죄를 명확히 했다. 이제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학생들은 왜곡된 한국의 역사가 아니라, 보다 중심잡힌 역사를 배우게 되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는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지만, 결국 역사적 정의와 인권 문제 앞에 하버드대학교는 7년간 유지해온 교과서를 수정하는 결단을 보여주었다.
이 밖에도 일본이 행한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금 무거운 답변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일본과의 국제관계를 일차원적으로 접근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일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세계 속에서 그들의 외교적 성과·능력을 오랜 시간 인정받아 왔다.
2015년에는 대한민국 공군 장교로복무하던 중 스마트폰 앱 ‘독립운동가’를개발했다.
‘독립운동가’ 스마트폰 앱은 잊힌 영웅들을 제보받아 온라인 공간에 게재하여 그분들의 서거일을 핸드폰 문자 알림(푸시알람)으로 보내주는 앱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에, 지금까지 어떠한 광고도 없이 전액 사비로 운영해오고 있다.
이 앱을 개발하던 2015년 당시 한국에는 보훈 관련 스마트폰 앱이 전무했다. 이같은 앱을 기술적으로 개발하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누구도 만들지 않은 이유는 수익성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장교 신분으로서 독립군들의 삶이 공감되었기에, 후배로서 그분들을 예우할 수 있는 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벌써 8년이나 되었다.
정상규 작가가 2015년 개발한 스마트폰 앱 ‘독립운동가’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궁금합니다.
지금도 일제강점기의 피해자분들과 독립운동가의 후손분들이 하나둘 삶을 마감하여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시간은 너무나 가혹할 만큼 빠르게 흐르고 있다. 더 늦지 않게 이러한 영웅들이 더 많이 알려지고 존중받는 사회가 된다면, 오늘날처럼 분열과 분쟁이 가득한 사회가 조금씩 변하고 나아지지 않을까?
모든 커다란 변화는 바로 나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내가 바뀌면 내 주변이 바뀌고, 그 주변이 바뀌면 지역사회가 바뀌기 시작한다. 앞으로도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고, 지금까지 이러한 일들을 비제도권에서 해왔다면 이제는 제도권 내에서 공적인 문제로 대면하려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