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혹은 거짓

독립운동의 이면을 보다
<아나키스트>

독립운동의 이면을 보다<BR />영화

글 편집실


독립운동의 이면을 보다
<아나키스트>


감독: 유영식
주연: 장동건, 정준호, 김상중
개봉일: 2000년 4월 29일


‘최초의 한중합작영화’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개봉했던 <아나키스트>. 최근 몇 해 동안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흥행을 거둔 가운데, 이 영화가 재주목 받으며 그 타이틀이 바뀌고 있다. 바로 ‘의열단을 소재로 한 최초의 영화’라는 사실이다.






Q. 영화를 통해 처음 등장한 의열단의 정체는?

1920년 상하이. 일본군의 무차별한 한국인 학살이 자행된 간도참변으로 소년 상구(김인권)는 가족을 잃고 만다. 복수를 하기 위해 일본군 거처에 불을 지르려 했지만 이내 붙잡히고 말았고, 공개 처형장에서 죽음을 맞이할 위기에 처한다. 그때 의열단이 나타나 상구를 구출하면서, 이를 계기로 상구는 그들과 함께 의열단원이 되어 독립운동 활동에 나서게 된다.

항일 무력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의 이름은 ‘정의(正義)의 사(事)를 맹렬(猛烈)히 실행한다’는 뜻이다. 1919년 3·1운동 이후 일부 애국지사들은 일제의 무력에 대항해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무력을 통한 적극적인 투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김대지·황상규·김원봉 등을 중심으로 의열단이 만들어진 것. 이들은 부산경찰서·밀양경찰서·조선총독부 등지에서 폭탄투척의거를 벌이는 등 1920년대에 활발한 무장투쟁 활동으로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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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의열단 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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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의열단은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상구의 눈을 통해 바라본 의열단의 생활은 호화로워 보였다. 늘 세련되고 단정한 양복 차림을 유지하는 단원들은 특히 의거 전에 양복을 갖춰 입고 사진을 찍었다. 의거가 잘 마무리되면 와인과 맥주가 있는 파티장으로 향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로서 지내는 삶은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불안한 생의 연장이었다. 의열단원은 물론, 독립운동가들은 의거를 치르기 전 단정한 모습으로 목에는 결의서를 걸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는 죽음을 불사하는 최후의 결의를 다지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항일운동을 기념하고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남기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평소 혹은 의거 당일 말끔한 양복을 입었던 것은 일경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까닭도 있었다. 일종의 눈속임 역할을 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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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열단 단원 김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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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거 직전 결의서를 목에 걸고 사진을 찍은 이봉창






Q. 마약에 중독된 독립운동가?

세르게이(장동건)와 상구는 윤선생(정원중)의 지시를 받아 독립자금을 되찾아오기 위해 모스크바로 떠난다. 작전은 성공했으나 독립자금의 절반만 상구의 손에 들려오고 나머지는 세르게이가 갖고 잠적해버린다. 의열단은 수배 끝에 베이징의 아편 동굴에서 그를 찾아낸다.

영화 속에서 세르게이는 아편 중독에 빠진 인물로 등장한다. 일제의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잊기 위해 아편에 의존하게 된 그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영웅’이 아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사인(死因) 가운데 상당수는 고문 후유증이다. 정신은 고매했을지언정 항일활동을 한 대가로 평생에 걸친 육체적인 고통이 뒤따랐다. 아편에 취해 흔들리는 세르게이의 모습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뛰어든 독립운동이 개인의 삶에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게 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더욱 선열들이 지키고자 한 뜻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 그들이 짊어졌던 삶의 무게를 짐작하게 하며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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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립운동가들 사이에 대립과 갈등이 있었다?

이근(정준호)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냉정한 한명곤(김상중)의 방식에 불만을 갖는다. 한명곤은 이렇게 말한다. “최근 의열단이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로 갈려 분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무엇으로 그들을 단합시키고 적에 대한 분노를 일깨울 수가 있지?”

허무주의자 세르게이, 양반집안 출신 이근, 냉철한 사고를 가진 한명곤, 머슴 출신의 다혈질 돌석(이범수), 어리버리한 막내 상구까지. 영화 속에서 단원들이 저마다 캐릭터가 뚜렷한 것처럼, 실제로 의열단은 다양한 계층 출신이 모여 결성된 집단이었다. 같은 목표 아래 모였지만 구체적인 방향과 방식에 있어 의견의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고, 때로는 일제가 아닌 한민족 간 이념 대립이 독립운동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의열단, 나아가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에는 내부 화합을 이루는 일 또한 중요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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