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AUTUMN vol.155
ISSUE HEALTH COMMUNICATION
건강한 내일

노란색 한가위 보름달은
다이어트에 노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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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한건희 가정의학과 과장
진료과목 _ 비만, 골다공증, 갱년기, 피로

지난 여름은 무더위, 폭우와 태풍으로 매우 다사다난하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제 가을이 성큼 다가왔는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며 곧 민족의 대명절 추석 연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봄·여름엔 ‘다이어트’, 가을·겨울엔 ‘체중 증가’

흔히 봄·여름을 ‘다이어트의 계절’, 가을·겨울은 ‘체중 증가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2020년에 유럽에서 시행된 대규모 연구에서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체중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가을 초기(10~11월)까지 가장 많은 체중 감량을 보였고 12월 이후 급격한 체중 증가를 보였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연령에 따라 다른 경향을 보였다는 점인데, 30대 이하는 여름 내내 체중을 감량했고 이는 가을 중반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40~60대는 여름이 끝날 무렵부터 체중이 반등했습니다. 공통으로 겨울에 체중이 많이 증가하였고, 특히 서양권 최대 명절이라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기간에 매우 가파른 체중 증가를 보였습니다. 가을 이후에 체중이 증가한 이유는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음식물 섭취의 증가와 신체활동의 감소, 체온 유지를 위한 기초대사량 감소가 그 원인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권의 연구는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건강한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5월에서 10월까지 전반적으로 체중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10월 이후부터 체중이 증가하였고 이는 겨우내 이어졌습니다.

이 두 가지 연구를 우리나라 사정에 맞춰보면 계절과 기온 변화가 큰 일본과 비슷하며, 최대 명절인 추석에서 설로 이어지는 시기, 즉 가을부터 겨울까지 급격한 체중 증가가 예상됩니다. 또한, 앞서 살펴본 일본의 연구에서 아주 중요한 결과가 하나 있는데, 가을 동안 체중이 늘지 않았던 집단은 다음 해 봄까지 체중을 유지 또는 감량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다이어터들이 가을과 겨울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입니다.

요요 위험 구간에 접어드는 가을, 다이어트 성패의 시기

가을 체중 증가는 흔히 요요라고 불리는 ‘웨이트사이클링’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의미심장합니다. 다이어트 초기 체중 감량에 어느 정도 성공해도 이 체중을 6개월 이상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심지어 1년 내내 유지하는 경우는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연초에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6개월 정도가 지나는 초여름부터는 이미 체중 정체 또는 요요 위험 구간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가을 이후에 감량을 계속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가을, 특히 추석 명절 기간 동안 체중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최대한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는 것이겠지만 지키기 어려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다이어터를 위한 가을철 건강관리 팁

1. 추석 기간 늘어난 체중은 2주 안에 다시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명절 동안 급격히 칼로리 섭취가 증가하게 되면 체내에서는 대부분의 열량이 글리코겐과 수분으로 먼저 저장됩니다. 아직 체지방이 증가하지는 않은 상태여서 의외로 단기간에 체중을 정상화하기가 수월합니다. 추석 이후 체중증가가 확인되면 이후 2주 동안 집중적으로 평상시 식사량보다 20-30% 정도를 감량해야 합니다. 되도록 밥이나 빵, 디저트, 설탕이 들어간 음료 등의 탄수화물을 많이 감량하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2주에서 1달 사이에 정상 체중으로 돌아가면 이전과 동일하게 식사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 달 동안은 하루 1시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2. 추석 동안 다이어트 일기를 작성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쉽게 작성할 수 있는 다이어트 일기 앱이 나와 있어 끼니때마다 섭취하는 칼로리가 확인 가능합니다. 당일 작성이 어려우면 다음 날에 대략 작성해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칼로리는 체중에 바로 반영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전이나 튀김 같은 적은 양으로도 높은 열량을 보이는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 바로 체중 증가가 되지 않고 최소 2~3일 정도 지나야 반영이 됩니다. 따라서 즉각적인 계산을 위해서는 다이어트 일기 작성을 해야 합니다. 성인 남성 기준 하루 필요 평균 2400kcal, 여성 2000kcal 정도로 생각하고 이를 초과한 칼로리 섭취량은 연휴 이후에 동일하게 덜어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3. 되도록 술을 적게 마셔야 합니다.

다이어트 일기를 작성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술 때문입니다. 흔히 식사 중 술에 대한 칼로리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주 한 병이 550kcal 이상이고 막걸리 한 병이면 400kcal 이상, 맥주 500ml 한 캔은 200kcal 정도 됩니다. 그리고 알코올 칼로리는 체내에서 우선적인 소모 대상이 됩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술과 함께 섭취한 음식은 먼저 알코올 칼로리가 소모된 뒤 그다음에 사용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음식의 칼로리는 소모되지 않고 내 몸에 저장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4. 일상에서 간단한 다이어트 식습관을 실천합니다.

그 외에 가능한 조그만 접시로 덜어 먹기, 기름을 적게 사용하고 에어프라이어 사용, 추석날 송편 적게 먹기(송편 6개가 밥 한 공기), 오래 씹어 먹기, 대화하면서 먹기, 과일 적게 먹기(큰 사과 1개가 밥 한 공기), 녹차 마시기, 커피믹스 말고 블랙커피 마시기, 차량 이동 중 군것질 적게 하기, 휴게소에서 고칼로리 음식 피하기 등의 노력을 하면 체중 증가를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추석을 포함한 가을철 동안 체중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만약 증가했더라도 최대한 빨리 이전 체중으로 복원시키는 노력을 한다면 겨울까지 이어지는 지속적인 체중 증가를 막을 수 있습니다. 연초부터 잘 이어온 다이어트, 이번 가을에 좀 더 노력해서 모두 꼭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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