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SPRING vol.153
ISSUE HEALTH COMMUNICATION
해외연수기

‘의료 선진국’
독일의 최신 혈관 수술을 경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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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권유진 외과 과장
진료과목 _ 혈관외과(하지정맥류, 동정맥루 조성술, 말초동맥질환, 대동맥질환, 심부정맥 혈전증, 중재적 혈관 수술, 혈관 초음파), 이식외과

지난 1년간 독일 베를린 프란치스쿠스 병원과 뮌헨의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병원 혈관 외과에서 연수를 받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연수 준비 과정부터 많은 난항을 겪었지만 혈관 수술에 대한 선진 기술과 최신 기구를 경험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습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동료들을 만나 함께 일했던 시간 역시 연수의 의미를 더하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해외 연수지 선정부터 난항

오랜 기간 도전 끝에 해외 연수가 결정되어 들떠 있는 와중에 터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처음 목표로 했던 미국의 비자 발급이 멈춰 버렸습니다. 대신 유럽의 병원을 알아보았지만, 영국에서도 병원 연수 프로그램이 중단되었고 거의 포기하려던 찰나 동생이 살고 있던 독일에서 제 스승님의 소개를 통해 베를린 프란치스쿠스(Franziskus) 병원의 쇼넨베르크 선생님께 연수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연수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21년 8월 22일 드디어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도착하였습니다.

베를린 프란치스쿠스 병원, 전통 있는 혈관 수술의 강자

인천을 떠나 총 16시간이나 걸린 긴 여행 끝에 만난 동생과 조카들과 4년 동안 쌓였던 회포를 풀고 바로 다음날 출근했습니다. 첫 연수지인 베를린 프란치스쿠스 병원은 1908년 개원하였으며, 혈관 전문 병원으로 대동맥 인터벤션 치료와 수술, 하이브리드 수술은 외과에서, 하지 동맥의 인터벤션 치료는 영상의학과에서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치프인 쇼넨베르크 선생님은 4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혈관외과 의사로 부인이 한국 분이고 1982년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사랑하는 분이었습니다.

베를린 프란치스쿠스 병원 외경

alt베를린 중심 미테지구에 위치한 왕의 교회 베를리너돔

한국을 매우 사랑하는 이리나 간호사, 게르마노스 선생님과 함께

프란치스쿠스 병원에서의 일과는 아침 7시 15분 중환자실 회진을 시작으로, 7시 30분부터 영상의학과와 컨퍼런스를 하고 7시 50분부터는 입원환자 컨퍼런스 및 회진, 그리고 8시 15분부터 수술을 시작하였습니다. 수술이 잡히면 집도의가 곧바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후 3시 30분에 열리는 컨퍼런스에서 치프 선생님이 수술 시간과 수술의를 결 정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저는 예상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수술을 참관하고 새로운 수술 및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은 각 도시에 거점 병원이 있어서 작은 병원에서 거점 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고 거점병원에는 각 분과 전문의 수를 4~5명 유지하여, 당직 근무 다음 날은 바로 퇴근해 푹쉴 수 있고, 휴가는 연 30일로 2주까지는 붙여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전문의 1명이 휴가를 가도 남은 전문의에게 업무 강도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나눠서 시행할 수 있도록 보장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독일에서도 외과 의사는 인기가 없어 타국에서 수입하는 실정이었으나 이런 노력으로 그나마 현상 유지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시스템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된다면 비인기 필수 진료과도 인력 충원이 되고, 당직을 서는 의료진의 피로도를 낮춰 환자 안전이 보장되고, 의료진의 삶의 질도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베를린 프란치스쿠스 병원 동료들과 함께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닉 건물 앞에서 동생과 동생 친구분과 함께

프란치스쿠스 병원은 베를린 중심부인 미테 지구와 2~30분 정도 걸리는 도심에 위치하고 있는데, 옥상 식당은 과거 프로이센 왕의 사냥터였고 현재는 대형 공원으로 조성된 티어가르텐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스케줄이 없는 한산한 저녁에는 한가로이 공원을 걸어 다녔습니다.

독일어 수업이 없는 날은 버스를 타고 베를린 이곳저곳 돌아다녔습니다.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닉이 병원에서 버스로 15분 거리에 있어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LMU 병원 연수 통해 최신 지견 넓혀

베를린 프란치스쿠스 병원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유세피 선생님의 소개를 통해 두 번째 연수지인 뮌헨의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병원(LMU; Ludwig Maximillan University Hospital)으로 이동하였습니다. LMU 병원은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병원으로 11개의 분과와 2,000병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곳 혈관외과는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대동맥 수술 5~6건, 그 외에도 많은 혈관 수술을 시행하고 있었으며 대동맥 수술은 일반 개복 대동맥 수술 외에도 혈관 내 스텐트 삽입술, 창 문형과 분지형 스텐트 삽입술 및 혈관 내 초음파와 혈관내 쇄석기, 혈관 내 레이저 등 우리나라에서 상용화 예정이나 아직 도입되지 않은 다양한 혈관 수술의 최신 지견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창문형과 분지형 스텐트의 경우 복잡한 대동맥류 환자에서 개복 수술 없이 혈관 내 치료로 수술할 수 있어 개복이 힘든 환자에서 매우 중요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쿠스 병원은 전통적인 수술들을 매우 잘하는 병원이었는데 LMU에서는 혈관수술의 최신 지견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2주에 한 번 격주로 랩 미팅을 시행하여 혈관 분야의 최신 지견 및 연구 방향들을 공부할 수 있었고 여러 나라에서 연수 온 선생님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연수지인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병원 외경

LMU 혈관외과 치프 Tsilimparis 교수님과 연수 의사들과 함께

뮌헨에서의 연수를 시작한 것은 12월이었는데 우리나라보다 고위도에 위치한 독일의 겨울은 오전 8시 30분쯤 해가 떠서 오후 4시 30분에는 땅거미가 지는 조금은 우울한 분위기였고 때마침 터진 오미크론 코로나로 인하여 뮌헨의 유명한 행사들인 옥토버페스트와 크리스마스 마켓이 취소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어 봄이 되면서 뮌헨이 매우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꽃들이 피기 시작하고 해가 길어지면서 왜 바이에른 주민이 자기 고향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이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신 시청사에서 내려본 뮌헨 전경. 멀리 알프스가 보인다.

2022 LINC 심포지엄 참가…독일과 유럽의 신기술 공유

연수 중간에 ‘2022 LINC 심포지엄’에 참가하여 사례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LINC 심포지엄은 괴테가 유학하고 바흐가 활동했던 역사 깊은 도시 라이프치히에서 매년 열리는 학회로 다양한 혈관 내 치료의 최신 지견과 기구들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새롭게 개발된 기구들을 경험해 보고 사용법을 익히며 혈관외과의 최신 지견을 접할 수 있었고, 우리 병원의 사례를 발표하고 다른 혈관외과 선생님들과 케이스에 대하여 토의하고 내 지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국내 상용화되지 않은 수술법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

독일은 의료가 일찍부터 발전한 나라 중 하나로 특히 대동맥류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환자를 진단 및 수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많은 혈관 내 수술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독일에서 보낸 1년은 혈관외과의 기본부터 최신 지견까지 다양하게 접하고 연구에 참여할 수 있어서 혈관외과 의사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고 수련할 수 있었던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유익한 연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병원 관계자분과 동료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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