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혹은 거짓
인류가 낳은 최악의 불행, 전쟁
영화 <마이웨이>

글 편집실
인류가 낳은 최악의 불행, 전쟁
영화 <마이웨이>
감독: 강제규
주연: 장동건, 오다기리 죠, 판빙빙
개봉일: 2011년 12월 21일
전쟁은 국가 간의 싸움이나, 그로 인한 상흔은 국경을 초월한다. 적으로 만나 동지로 성장한 조선인과 일본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이웨이>는 전쟁으로 비롯된 민족의 아픔을 넘어 인류의 불행을 그리고 있다.
Q. 한국vs일본 경기는 정정당당했을까?
1938년 경성.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김준식(장동건)은 마침내 올림픽 마라톤 선발전에 나서게 된다. 한 일본 선수의 방해로 경기 중 넘어지면서도 1등으로 들어왔지만, 편파 판정으로 실격되고 만다. 이에 준식은 크게 반발했지만, 오히려 일본군에 강제 징집되고 만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받은 차별은 철저하다 못해 치사하기까지 했다. 위 내용은 1910~1930년대 국민영웅으로 칭송 받은 최고의 자전거 선수 엄복동의 사례와 닮았다. 그는 매번 일본을 제치고 우승해 우리 민족의 큰 자긍심이었다. 한 번은 1920년에 열린 대운동회에서 그가 우승을 눈앞에 두자, 일본인 심판이 해가 저물었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돌연 경기를 중단시켰다. 엄복동은 격분하며 반발했지만 주위에 있던 일본인들이 그에게 달려들어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경기는 취소되었다. 이처럼 일제의 시기와 질투로 우리 민족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했다.


엄복동
Q.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복을 세 번이나 바꿔 입었다?
열강들의 전쟁 속에서 적으로 만난 준식과 타츠오는 나란히 포로가 되어 소련군이 되었다가 거듭되는 전투로 독일과 프랑스 노르망디까지 여러 차례 군복을 바꿔 입게 된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찍힌 사진 한 장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졌다. 사진에는 독일 군복을 입고 미군에게 심문받고 있는 동양인 청년 양경종이 있었다. 그는 1938년 18세에 일본군에 끌려가 관동군에 복무하던 한국인으로, 이듬해 몽골에서 벌어진 노몬한 전투에서 포로가 되어 소련군에 강제 입대했으며, 이후 1943년 우크라이나 하리코프 전투에서는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소련군의 포로부대에 배치되었다. 이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복무하다 그곳에 상륙한 미군에 투항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부터 몽골·소련·독일·프랑스 노르망디까지 1만 2,000km 즉, 지구 반 바퀴에 이르는 전장을 가로지른 그의 파란만장한 여정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양경종
Q. 일제를 위해 싸운 조선인이 있었다?
일본군으로 징집된 준식은 그로부터 1년 후, 어린 시절부터 줄곧 마라톤 라이벌이었던 타츠오(오다기리 죠)와 재회하게 된다. 일본군 대좌가 된 타츠오는 일부러 준식을 괴롭히고, 여기에 더해 그를 포함한 조선인들을 소련군의 탱크를 폭파시킬 자살특공대로 선발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패색이 짙어진 일본군은 연합군과 전쟁에서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할 일본군 특공대를 편성했다. 바로 영화에 등장하는 자살특공대, ‘가미카제(神風)’다. 가미카제에는 실제로 조선 청년들이 더러 포함돼 있었다. 지금까지 신원이 밝혀진 조선인 가미카제는 19명, 어떠한 의도에서든 사실상 ‘천황의 군대’로서 활동한 이들은 지금도 친일파라는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전쟁 미화를 위해 일제의 홍보수단으로 쓰인 전쟁의 피해자이자, 나라 잃은 민족의 처참한 현실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Q. 전쟁의 진정한 피해자는 누구인가?
일본군이 소련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준식과 타츠오는 나란히 소련의 포로가 된다. 두 사람이 도착한 소련군 포로수용소에는 포로들의 군기반장을 맡고 있는 안종대(김인권)가 있었다. 그는 일본인들에게 당한 수모를 떠올리며 일본인 포로들에게 앙갚음을 고한다. 한편 독일군에게 쫓기던 소련은 포로들을 전쟁에 내몰며 말한다. “소련을 위해 목숨을 바칠 영광을 주겠노라.”
제2차 세계대전은 우리 민족은 물론이거니와 일본을 비롯한 수많은 세계인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거듭되는 전쟁 가운데 군림하고 군림 당하는 것이 반복되었고, 그 소용돌이에 휩쓸린 개인은 그저 힘없는 한 인간이자 전쟁의 피해자에 불과했다. 이 영화는 전쟁으로 인한 우리 민족의 설움에 주목하기에 앞서 그로 인한 개개인의 불행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이 야기한 인류의 참상을 그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