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선선한 4월의 중순. 집에만 있기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모처럼 가족 나들이에 나선 다둥이 아빠, 김채기 팀장 가족. 그들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바로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전주 경기전이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잔뜩 신이 난 얼굴로 한달음에 달려가는 네 아이를 바라보며 김채기 팀장 부부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가족의 나의 힘이자, 원동력
문을 열고 발걸음 하나 내디뎠을 뿐인데 시간여행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다. 바로 눈앞에서 조선시대 풍경이 장엄하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 풍경 위를 마음껏 거닐며 여기저기 발 도장을 찍기 바쁜 아이들은 이미 부모의 손을 벗어난 지 오래다.
옛 흔적의 결을 차곡차곡 담아낸 한옥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구석으로 몸을 숨기도 하고, 벽을 쓸어 보기도 하는 아이들. 네 자녀의 반경이 이렇게 넓은 이유는 아이마다 뿜어내는 에너지가 다양하기 때문일 터.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닌, 넷이기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다양한 색의 화음을 내며 김채기 팀장 부부의 얼굴에 웃음을 옮겼다.
“다둥이라서 좋은 점이 얼마나 많은데요. 또래보다 더 많이 양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많은 형제들과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양보가 몸에 베이거든요(웃음).”
평소 가족으로부터 위안을 얻는다고 말하는 김채기 팀장. 그는 가족을 ‘삶의 원동력’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가족을 통해 힘을 얻는 만큼, 그 역시 가족과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점이다. 평소 아이들과 함께 눈높이를 맞추며 운동하는 것이 노력의 방증이다. 가족 간에도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경기전 뒤편에는 투호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김채기 팀장 가족도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저마다 손에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 열심히 던져보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마냥 신이 난 아이들은 한 움큼씩 막대기를 쥐고 투호를 향해 힘껏 팔을 벌렸다.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에서
전주 경기전 어진박물관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포함해 조선 임금 6명의 어진을 보존하고 있다. 박물관에서 조선 역사의 흔적을 훑은 아이들이 잠시 웃음소리를 내려놓고 시선을 고정했다. 아내 최영숙 씨도 어진 옆에 있는 일월오봉도를 꼼꼼히 살피며 아이들에게 설명을 곁들였다.
박물관에서 빠져나온 후 진행된 포토타임. 아이들의 개성이 적극적으로 표출되는 시간이다. 진준이는 사진을 찍는 동안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막내다운 장난기를 선보였다. 반면, 첫째 채영이는 맏딸답게 의젓함을 뽐내며 동생들을 아우르기 바빴다.
“채영이의 돌 사진을 찍기 위해 경기전을 찾은 지 10여 년 만에 다시 이곳에 오게 되었어요. 예전 생각도 나고 감회도 새롭네요. 그때는 아이가 하나였는데, 지금은 넷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데요(웃음).”
가족 나들이 소감을 전하는 김채기 팀장의 얼굴에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행복감과 동시에,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공존해 있는 듯 보였다. 물론 아쉬움은 조만간 계획한 가족캠핑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5월에는 내장산으로 가족캠핑을 떠날 계획이에요. 경기전에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체험하게 했다면, 내장산에서는 자연,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어요.”
아내와 네 자녀의 손을 잡고 다시금 집으로 향하는 김채기 팀장. 이들의 뒷모습에는 아이들의 수만큼이나 풍성한 행복의 기운이 넘실거렸다. 그것은 단순히 다둥이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터. 늘 밝은 미소로 부모에게 힘찬 기운을 불어넣는 아이들과 김채기 팀장 부부의 사랑이 함께한 덕분일 것이다.
“아이들이 꿈을 갖고 열심히 달려 나갔으면 좋겠어요. 아내에게는 그동안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 많았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어요.”
이날 경기전 체험을 통해 다시금 끈끈한 가족애를 확인한 김채기 팀장 가족. 앞으로 그들이 함께할 생애 모든 순간들이 봄날의 햇살처럼 늘 빛나기를 바라본다.
개성만점, 다둥이를 소개합니다!
[첫째 채영이]
올해 11살이 된 맏이입니다. 여자아이답게 섬세하면서도 남동생 셋을 잘 보살피는 듬직한 장녀이지요. 이제 4학년이 된 채영이는 학업 성적도 우수하답니다.
[둘째 진율이]
채영이와 한 살 터울의 둘째 남자아이에요. 성격이 밝아서 교우관계가 좋은 편이지요. 태권도가 특기일 만큼 운동에도 소질을 보이고 있어요.
[셋째 진완이]
이제 7살이 된 셋째 진완이. 누나와 형을 잘 따르고 막내를 잘 챙기는 착하고 순수한 아이에요. 물론, 가끔은 개구쟁이다운 면모도 발휘하지요.
[막내 진준이] 진완이보다 한 살 어린 막내예요. 전형적인 장난꾸러기이지요.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담당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