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PRING Vol. 161
우리, 나누다 함께, 나아가다 서로, 나누다
흥미로운 의학 이야기 | 숲과 건강

숲의 신비한 힘

글 _ 이현석 서울의료원장

숲의 가장 큰 효과는 숲 그 자체가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개의 화분을 키우거나 아름다운 숲의 사진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어느 정도는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숲속에 있노라면 / 요람 같은 평화로움이 / 나를 취하게 합니다 / 숲은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 인자하고 따뜻합니다.”

신혜림 시인이 쓴 시의 일부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숲속에 들어가면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숲에 있으면 긴장과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또 숲에 많은 피톤치드는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시키는 등의 작용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암세포와 싸우는 면역세포인 NK세포가 활성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도시에서도 나무가 있는 곳에서는 미세먼지가 감소한다는 보고도 많이 있다. 따라서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는 미세먼지에 대한 부담이 훨씬 줄어들며 광합성 작용으로 인해 산소도 풍부하다.

그러나 가장 큰 효과는 숲 그 자체가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여러 개의 화분을 키우거나 아름다운 숲의 사진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어느 정도는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느낌을 가지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많이 분비되어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호르몬들이 감소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걷기 힘든 말기 암 환자에게 숲을 가상으로 산책하는 비디오 장치를 이용하게 한 결과 통증이 크게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숲에 많이 있는 좋은 성분도 중요하지만 숲 자체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숲이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이유를 다른 측면에서 보기도 한다. 인류학자들은 인류가 약 500만 년에서 700만년 전 동아프리카의 사바나 숲 지역에서 처음 나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에 도시 혹은 국가 형태의 최초 문명은 기원전 4000년 경의 수메르 문명으로 보고 있다.

즉 인간 역사의 99.9%가 원시시대의 삶을 살았고, 수렵과 열매 채취를 위해 숲을 기반으로 살았을 것이다. 따라서 오랜 세월 우리의 몸과 마음은 숲에 적응되어 왔기 때문에 숲속에 가만히 있어도 마치 요람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서 폐결핵이 유행하면서 병원마다 환자가 넘쳐 어쩔 수 없이 임시 병상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중 한 병원이 병원 뒤 뜰 숲에 텐트 병동을 임시로 만들어 결핵환자들을 수용했는데 의외로 숲속에 있는 임시 병상 환자들의 치료 효과가 훨씬 높았다. 그리고 이 사실을 학술지에 보고하면서 숲의 치료 효과가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되었다.

숲을 이용할 때는 온전히 숲 자체를 즐기는 것이 좋다. 간혹 라디오를 크게 틀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떨구게 된다. 그리고 힘들게 등산을 한 다음 술을 마시는 것 역시 숲의 좋은 효과를 없애는 나쁜 방법이다.

독일은 일찍부터 숲의 효과에 주목하여 숲 치유에도 의료보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의사 처방이 있으면 숲 치유 비용이 무료이고, 처방을 받지 않더라도 일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선 민간단체 위주로 숲을 활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발달해 있다.

그러나 숲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도시에 사는 사람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도심 속의 녹색 공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1850년대 뉴욕 한복판에 채석장이자 무단 입주자들의 판자촌으로 시의 골칫거리인 지역이 있었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10만 수레의 돌과 흙을 퍼붓고, 50만 그루가 넘는 나무와 관목을 심어서 언덕과 풀밭, 인공호수를 과감하게 조성했다.

이곳이 세계적인 명소인 센트럴파크인데 면적이 여의도의 절반이다. 지금은 뉴욕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연간 2,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공원이 되었다.

서울의 경우에도 남산 둘레길, 안산 자락길 및 성곽길 등의 숲이 있는 길들이 많이 조성됐고 다양한 녹지 공간이 있는 공원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방 역시 특색 있는 트레킹 코스를 개발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은 건강 측면에서도 소중한 의미가 있다.

*본 글은 언론사 『디지털타임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2024년 12월 23일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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