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 저항성 뼈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제 개발 연구를 경험하다
글 _ 김민수 비뇨의학과 과장진료분야 _ 내비뇨, 전립선비대, 요로결석, 배뇨장애, 종양, 정관수술, 요실금

▲ 무어암센터 전경
세계적인 연구진과 협업하다

제가 참여한 연구실은 Christina Jamieson 교수님의 랩(연구실)으로, 뼈전이성 전립선암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곳이었습니다. 이 연구는 한국에서도 4명의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함께 참여할 만큼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2008년 3월부터 서울의료원에서만 17년간 근무하며 수많은 전립선 관련 환자들을 진료해 왔습니다. 외래 진료 중, 전립선 질환 추적 관찰 검사에서 나이가 들면서 전립선 수치가 상승해 새롭게 전립선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고, 전립선암 치료로 호르몬 요법에 반응하던 환자들이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CRPC)으로 진행되어 치료가 어려워지는 상황도 종종 접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임상적 한계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연수를 결심하게 되었고, 샌디에이고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연구 주제 및 참여 과정
제가 참여한 연구의 핵심은 ‘거세 저항성 뼈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제 개발’이었습니다. 전립선암이 국소적으로 발생했을 때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가능하지만, 전이된 경우에는 호르몬 차단 요법을 통한 전신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약 30%의 환자는 결국 호르몬 치료에 저항성을 보이며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로, Wnt5A 항체제(Zilovertamab)를 이용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Wnt5A는 ROR1(Receptor Tyrosine Kinase-Like Orphan Receptor 1)을 통해 신호를 전달하는데, 이를 차단하면 전립선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연구에서는 ROR1이 결손된 PC-3 전립선암 세포주를 활용하여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 과정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주요 실험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첫째, 세포 배양, 동결, 해동 및 관리
랩실에서의 하루는 출근 후 냉장고로 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세포 배양에 필요한 배양액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플라스크에 붙어 있는 세포를 떨어뜨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 트립신(trypsin)을 사용합니다. 트립신은 냉동 상태로 보관되므로, 냉동실에서 꺼내 온수기에 넣고 약 30분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그동안 기본 배양액(Ham’s F-12 medium), FBS, 항생제(penicillin/streptomycin)를 꺼내 무균대 위로 옮기고, 그 사이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준비를 마칩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배양실에 있는 플라스크를 무균대에 옮겨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은 마치 수술실에서 수술을 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소독하고 정밀하게 진행됩니다. 지도 교수님은 항상 세심하게 하나씩 설명해주시며, 무균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작업을 수술방에서 환자를 다루듯 섬세하고 철저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이곳이 바로 대가의 랩실임을 깊이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이를 도와준 책임연구원 자밀라는 항상 옆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제게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세포 배양은 2일 간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반복적이고 귀찮은 작업이지만 실험의 정확성을 위해 세포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이는 연구 결과의 타당도를 높이기 위한 기본적인 과정이었는데, 대가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바로 기본을 지키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 연구팀 동료들과 함께
둘째, 3D 오가노이드 및 편광현미경 촬영 연구
전립선암 세포주 PC-3, PC-3 fucci, PC-3 KO, PC-3 KO fucci, 이 네 가지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각 세포주를 3D organoid로 만드는 과정은 기존 랩 구성원이 작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분석을 위한 Keyence 편광현미경실 촬영은 2~3일 간격으로 2시간에 걸쳐 시행되는 작업으로, 4배, 10배 배율에서 3D organoid에 있는 각 세포의 영역을 수동으로 배치하고 암세포 성장 과정을 모니터링하였습니다. 그 결과 ROR1 KO 세포주에서 암세포 성장 억제가 명확하게 확인되었습니다.
셋째, PDX(Patient Derived Xenograft) 모델 연구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의 대퇴부 뼈 조직을 쥐 대퇴부에 이식한 후, Zilovertamab을 투여하여 치료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실험 결과, 투여군에서 암 성장이 유의미하게 억제됨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넷째, IncuCyte S3 실험
이 실험은 96개 well을 사용하여 약물별로 암세포 반응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다양한 약물 조합이 암세포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였고, 특히 자가포식(autophagy)이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세포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암세포는 자가포식을 통해 생존을 유지하는데, 이를 차단하는 ULK1 억제제를 이용하여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세포의 증식 억제 가능성을 검증하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IncuCyte S3 시스템을 활용하여 세포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다학제적 시각, 환자 중심적인 접근 방식에 집중하다
이번 연수를 통해 최첨단 연구 장비를 활용할 기회를 많이 가졌으며, 연구 과정에서 과학적 사고와 분석 능력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 개발이라는 중요한 연구에 참여하면서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다학제적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환자 한 명을 위해 비뇨의학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치료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은 체계적이고 환자 중심적인 접근이었습니다. 이러한 협력 방식은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며, 국내 의료 시스템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무어암센터의 암 치료 클리닉 운영 방식은 환자 친화적이고 세심하게 설계된 시스템이었으며, 이를 국내 병원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귀중한 연수 기회를 제공해주신 서울의료원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연수 기간 동안 제 빈자리를 든든히 채워주신 비뇨의학과 동료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진료시간표
비뇨의학과 김민수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