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PRING Vol. 161
우리, 나누다 함께, 나아가다 서로, 나누다
Theme |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빛나는 삶, 존엄한 마무리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글 _ 정은진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 편집실

Theme - 인트로

빛나는 삶, 존엄한 마무리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호스피스란 더 이상의 치료가 어려운 말기 질환 환자와 그 가족이 남은 삶을 최대한 편안하고 의미 있게 보내도록 돕는 돌봄 서비스입니다.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돌봄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하도록 돕고,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이 고통과 슬픔을 잘 극복하도록 지원하는 총체적인 돌봄(Holistic care)을 뜻합니다.

호스피스 병동은 단지 죽음을 기다리는 곳일까요?

‘서울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전인적 돌봄이 우선인 공간입니다.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고, 환자와 가족을 두루 살핍니다.

한 사람의 생이 존엄하게 마무리되고 동시에 따뜻한 배웅이 이뤄지는 공간, 호스피스완화의료 현장을 만나봅니다.

Theme - 테마 인터뷰

“따뜻한 돌봄, 아름다운 이별을 함께해요”

‘호스피스는 사랑입니다.’ 서울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구입니다. 치료와 회복이 아닌 ‘사랑’을 우선으로 내세우는 병동은 어떤 모습일까요? 정은진 센터장을 만나 누군가의 마지막 삶이 사랑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다학제 팀의 전인적 돌봄 서비스

서울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 지정 호스피스 전문 기관입니다. 2005년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이 구성된 이래 20년 동안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말기 암 환자를 위한 입원형 호스피스로 15개 병상을 운영 중입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서는 적극적인 치료가 아닌 말기 암 환자의 통증과 증상을 완화하는 돌봄에 집중합니다. 가정에서의 돌봄만으로는 조절하기 어려운 섬망, 식이부진, 수면 부족 등의 증상 및 통증을 나이, 기저질환, 신체적 능력, 인지능력 등을 두루 고려해 맞춤형으로 관리합니다. 이와 함께 환자와 가족의 심리적·사회적·영적인 부분까지 살피며 편안하게 남은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따라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다학제 팀이 전문적 돌봄을 실현합니다.

경청과 소통, 치유와 돌봄의 기본

‘경청’은 서울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가 기본으로 여기는 자세입니다. 이에 매일 1시간 이상 회진하며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채고,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세부적인 요청 사항을 꼼꼼하게 확인 합니다. 회진 후에는 수집된 문제를 의료진, 사회복지사와 함께 논의하며 해결책을 찾아갑니다. 현재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는 정은진 센터장을 비롯해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모두 주치의로 함께합니다.

“많이 지쳐 있는 환자와 가족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늘 소통 창구를 열어둡니다. 손 한번 잡고, 어깨 한번 토닥이는 것으로 마음을 전하기도 하지요.”

가족 간병을 기본으로 하는 시스템도 돋보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오롯이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특히 4인실을 3인실로 개편해 더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고, 서울의료원의 로열층으로 통하는 12층에 자리해 창문으로 확 트인 주변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 모두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쉽지 않은 병동이기에 눈이 오고, 비가 오고, 무지개가 뜨는 창밖 풍경은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가 마련한 특별한 선물로 통합니다.

마음까지 살피는 밝은 병동

호스피스 병동의 분위기는 마냥 무거울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면 잠시 거둬도 좋습니다. 강희정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와 강가람 의료사회복지사는 수시로 이벤트를 만들어냅니다. 명절과 절기,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등 수시로 달력을 살피며 함께 즐길 핑계를 찾아냅니다. 작은 선물과 음식, 흥겨운 노래만으로도 병실의 분위기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정기적으로 음악, 미술, 원예 등의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한 달에 한 번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찾아가는 문화공연’도 펼쳐집니다. 환자와 가족이 안정적으로 임종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한 달에 두 번 진행되는 교육도 열기가 뜨겁습니다.

“병실에서만 지내다 보면 환자와 가족이 빠르게 지치거든요. 아주 작은 이벤트이지만 잠시라도 무료함에서 벗어나기를, 통증에만 메어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합니다. 초콜릿 하나, 풍선 하나가 가지는 힘이 생각보다 크거든요.”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의 중심축으로 자원봉사자와 성직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문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는 목욕, 이미용, 발 마사지와 같은 신체적 돌봄은 물론 환자와 가족의 말벗이 되어 심리적 돌봄을 함께 합니다. 종교(기독교, 불교, 천주교) 성직자가 함께하는 영적 돌봄은 환자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병실을 떠났다고 해서 인연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환자가 임종한 후에는 남겨진 가족을 돌보는 사별가족 모임을 정례화해 추모와 위로를 전하고 있습니다.

서울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말기 암 환자의 평온한 삶의 마무리를 돕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의 두려움과 상실감도 토닥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은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기다리는 곳이 아닙니다. 생의 마지막이 빛나도록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곳입니다.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정은진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가정의학과 과장

작년 8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전공의 때 호스피스 기관을 경험해보고 싶어 관련 교육을 수료했는데 이렇게 인연이 되었네요. 회진할 때마다 환자와 가족들의 한마디에 최대한 귀 기울입니다. 하루, 한 시간이라도 덜 아프고 덜 고통스러울 수 있도록 의료적인 조치를 하는 동시에 말 한마디라도 위로와 힘이 된다면 아끼지 않으려 합니다. 최근 60대 이상 암 유병률과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치료가 당연하지만 치료가 의미 없는 환자는 어디서 어떻게 돌봄을 받아야 할까요? 호스피스 병동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환자가 고통을 덜고 마음을 치유하며 임종을 맞을 수 있는 호스피스 병동이 곳곳에 더 많이 운영되길 바랍니다.

“마무리하는 삶을 함께 하고 싶어요”

강희정 호스피스 전문간호사

‘죽음’ 앞에 조금 가까이 다가선 호스피스 환자와 가족들은 총체적인 고통의 문제를 경험합니다. 이런 여러 문제를 돕고, 개인의 삶에 대한 의미를 발견해 스스로 삶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게 호스피스팀의 역할입니다. 한번은 캐리커처를 진행했는데, 액자 속 웃고 있는 본인의 캐리커처를 보며 “웃으며 살고 싶었는데 저렇게 웃고 있네요.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항상 나보고 웃어줘서 고마워요” 하시며 본인의 삶을 완성시킨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 속에서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으며 마무리를 준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환자와 가족들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돌봐서 “참 잘 살았구나”라고 말씀하실 수 있도록 함께 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담아 오늘도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강가람 의료사회복지사

병원은 아파서 치료하러 오는 곳이기 때문에, 당연히 의료에 집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호스피스는 말기 암 통증을 줄이기 위한 치료가 목적이므로 신체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시됩니다. 그렇다 보니 호스피스 환자와 가족은 다가오는 이별과 관련하여 마음의 힘듦이나 치료비, 임종 준비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선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심리적·사회적 어려움에 대한 돌봄을 호스피스는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으며, 호스피스 사회복지사가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 제게 마음을 열고 기대며 보다 더 편안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 계시는 동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Theme - 줌인

안락하고 섬세한 공간!
마음을 다독이는 특별한 활동!

서울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울의료원 12층, 확 트인 전망과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사랑과 배려가 머무는 공간입니다. 또한 환자와 가족의 마음을 배려한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과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곳곳 둘러보기

  • 병동 입구

    병동 복도에는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따뜻한 문구의 액자들이 반깁니다. ‘고민하지 마세요. 지금 따뜻한 눈빛으로 사랑해라고 표현하세요’, ‘참 잘 살았지요’ 등 가슴 뭉클한 글귀를 만날 수 있습니다.

  • 가족실

    병실을 벗어나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가족들과 집처럼 안락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편안한 가구 비치 및 따뜻한 색감으로 마감해 정서적인 안정을 선사합니다.

  • 옥상정원

    자연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가볍게 산책을 즐기며 바람을 쐬기 좋습니다. 원예 수업도 이뤄지는 곳으로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선보입니다.

  • 입원 병실(1인실)

    보다 개별적인 돌봄이 필요하거나 임종이 임박했을 때 1인실에서 사적인 시간을 오붓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 입원 병실(3인실)

    4인실 병동을 3인실로 개편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 안락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더욱 여유로운 환경을 제공합니다.

  • 아람누리(임종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품위 있고 존엄하게 맞을 수 있도록 별도의 임종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의 특별한 활동 넷

하나, 아름드리 가족 모임

아름드리 가족 모임은 사별 가족 모임으로 임종 후 1년까지 돌봄을 제공합니다. 사별 후 1개월, 6개월, 12개월이 되면 편지를 보내고, 임종일 기준 3~6개월 후 모임에 초대해 먼저 떠난 가족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사별 가족이 슬픔을 정상적으로 표현하도록 이끌어 원활한 일상 복귀를 돕는 게 목적입니다.

둘, 호스피스 교육자료 <담다>

죽음을 금기시하고 호스피스 병동을 두려워하는 인식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의 걸림돌이 됩니다. 이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임상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경험을 토대로 호스피스 교육자료 <담다>를 펴냈습니다. 호스피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며, 가족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돕는 교육자료입니다. 말기 환자의 신체적 증상 변화와 대처를 담은 ‘돌봄을 담다’(환자·보호자 교육자료), 임종과 장례를 자연스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선택을 담다’(사전 의사결정 리스트), 환자 개인의 고유한 삶을 기록하고 가족과 공유하는 ‘나를 담다’(나의 기록 노트), 이렇게 3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담다>는 2018 ‘호스피스·완화의료 우수 교육자료’로 꼽힐 만큼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셋, ‘호스피스의 날’ 기념 행사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은 ‘호스피스의 날’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는 내원객을 대상으로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를 제대로 알리고 인식 개선을 이끄는 ‘호스피스의 날’ 기념행사를 진행합니다. 일반인들은 호스피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목소리를 듣고, 실제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 어떤 돌봄이 이뤄지는지 널리 알리는 뜻깊은 행사입니다.

넷, 요법 프로그램 & 이벤트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서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요법 프로그램과 보호자 소진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문 강사와 함께 진행하는 미술요법, 원예요법, 음악요법은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줄이고, 정서적 안정을 선사합니다. 입원 환자를 돌보느라 어려움을 겪는 가족에게도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커피 원데이 클래스, 도시락 제공 등 정서 돌봄 활동이 이어집니다. 또한 생일 파티, 어버이날 행사, 그림 전시회 등 정서적 지지를 위한 다채로운 활동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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