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듬뿍 영양만점 <홍합죽>
글 _ 황인철 산부인과 과장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지도 2년이 넘어가는데 오히려 전파력은 더 강해져 나타났다. 하루 확진자가 1천 명만 넘어도 나라가 망할 것 같이 말하던 이들이 이제는 10만 명을 넘어서도 깜짝하지 않는다. 코로나19에 대해 오랫동안 접하다보니 정신적 면역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론 강한 전파력만큼 낮아진 치명률도 한몫을 단단히 차지함에는 이견이 없다. 위드 코로나 시대라고, 더불어 살아야 된다고 말하지만 바이러스와 같이 생존하면서 살아간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집에서도 마스크 생활…‘생존’을 위한 식사
식구들이 하나씩 기침을 하며 감기증상을 보인다. 이 시기만 되면 연례적으로 하는 행사지만 과거와 다른 것은 혹시 코로나에 걸린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다. 그때마다 자가 검사를 해서 음성을 확인하는 것이 새롭게 추가되었을 뿐 과거 감기 증상과 다르지 않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고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다가 혹시나 딱 마주치면 서로 숨어버리는 웃지 못할 풍경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식사다. 한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 식구의 의미보다는 각자 생존을 위해 식사를 해결한다. 이미 식사시간만큼은 식구가 아님에는 분명하다.
정성이 듬뿍 담긴 영양만점의 <홍합죽>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죽을 쑤고 나왔다. 어제 싱싱한 홍합을 아는 지인이 산만큼이나 많이 주어서 홍합으로 죽을 끓였다.
잘 불린 쌀에 들기름을 두르고 손으로 10분 정도 치대준다. 들기름의 고소함이 밥에 배인 맛은 다 끓여진 죽에 들기름을 두르는 것과는 비교불가의 맛을 보여준다. 잘 치댄 쌀에 홍합국물을 붓는다. 쌀이 잠길 정도로 붓고 계속 저어주면 금새 국물이 졸아들어 없어지고, 다시 국물을 붓고 저어주고를 반복한다. 처음부터 많은 양의 국물을 붓고 죽을 쑤면 국물의 진한 맛이 없고 밍밍해진다. 위의 과정을 30분 남짓 반복하면 홍합국물이 진하게 쌀에 배어 감칠맛뿐 아니라 바다의 향까지도 전해질 수 있다.
죽은 정성이라는 말이 딱 맞다.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죽이 눌어붙어 그동안의 노고는 한순간에 날아간다. 잘 저어 만든 죽 한 숟가락 맛을 보면 파스타의 알단테처럼 쌀 속에 심이 느껴진다. 그러면 불을 최대한 줄이고 약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풀어지지도 않은 찰진 맛의 죽을 맛보는 최상의 순간이다. 마지막에 달걀 노른자를 하나 올려주면 시각적으로도 환상이고 영양학적으로도 최고다. 단백질의 화룡점정이라고 할까?
병원에 출근하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아무쪼록 코로나와 같이 살건 어쩌건 간에 이 기나긴 재난 상황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랄뿐이다.
모두 뜨끈한 죽 한 그릇 드시고 환절기 건강 조심하세요. 파이팅입니다!
재료 삶은 홍합과 국물, 쌀 4인분, 들기름, 소금
② 불린쌀에 들기름 두 스푼을 두르고 10분 정도 치대준다.
③ 홍합국물을 한 국자씩 부어주면서 죽을 쑨다.
④ 마지막에 소금 간을 하고 달걀 노른자를 올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