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SPRING vol.157
ISSUE HEALTH COMMUNICATION
건강레시피

식객 허영만 선생님의 벌교 꼬막 이야기

alt

글 _ 황인철 산부인과 과장
진료과목 _ 산전관리, 고위험임신, 정밀초음파

금남의 장소로 꼽히던 부엌이 이제는 남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사회적인 분위기에 일탈이라도 하듯 2012년 “아내가 샤워할 때 나는 요리한다”라는 나의 첫 책은 웃음거리이자 하나의 충격을 던지긴 했지만 12년 후인 2024년 지금,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남자들의 요리 이야기가 엄청난 인기다.

설탕의 한 스푼 마법, 백종원 사업가

남자들을 부엌으로 끌어들인 3대 장인을 꼽으라면 첫째, 음식 사업가인 백종원씨를 꼽는다. 설탕의 한 스푼 마법으로 달걀 프라이와 라면 하나밖에 끓일 줄 몰랐던 남성들을 나이 불문 부엌으로 불러들인 레전드라고 할까? 또한 앞치마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닌 남성과의 공유물로 변화시킨 전지전능한 분이기도 하다.

천상계 미식의 장인, 허영만 화백

그리고 내가 꼽는 둘째 장인은 허영만 선생님이다. 미식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소개한 천상계 미각의 장인이라고 하면 어떨까? 이런 허영만 선생님을 코로나가 유행하기 한 달 전 음식점에서 우연히 뵌 적이 있다. 염치 불문하고 와인 한 병 들고 다가가서 인사를 드리자 처음에 뻘쭘하게 보시던 눈빛이 이내 바뀌시면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눈 기억이 있는데 그때 허영만 선생님과 나를 이어준 이야기가 바로 꼬막이다.

꼬막에 대한 나만의 철학

“꼬막은 어떻게 삶아야 맛있는 줄 아나?” 뜬금없는 질문이긴 했지만 때마침 며칠 전 삶아서 양념장에 찍어먹었던 꼬막을 떠올리며 내가 삶은 방법을 이야기 해드렸다. “저 혼자만의 개똥철학일지는 모르겠지만 꼬막은 다른 조개처럼 입이 확 벌어지면 개인적으로는 질기면서 맛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꼬막을 손질하는 힘이 들긴 하지만 꼬막이 입을 벌리려고 할 때, 시간적으로 한 10분 내로 살짝 삶습니다. 오동통한 핏기를 머문 꼬막이 젤 맛나요”

나의 대답이 맘에 드셨는지 그 이후로는 나이도, 친분도 다 잊은 채 선생님과 음식에 있어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식객 “꼬막”편에 내 이야기를 꼭 넣어준다는 약속도 받았다는 이야기는 나만 아는 비밀이기도 하다. 요즘은 방송에, 집필에 더 바쁜 생활을 보내시지만 음식에 대한 애정과 지식은 단언컨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겠는가.

우리 마음 속 최고의 셰프, 나의 어머니

그리고 마지막 장인은 모두들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최고의 셰프 어머니다. 어머니의 손맛 장인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뭉클하지만 다음 이야기에 풀어보기로 하고 오랜만에 벌교에서 온 꼬막으로 무침을 만들어봤다.

꼬막을 깨끗이 씻어(허영만 선생님은 너무 씻으면 꼬막의 맛이 날아간다고 해서 조심하라고 알려줌) 끓는 물에 7분 정도 삶았다. 꼬막이 살짝 입이 벌어질라치면 얼른 불은 끄고 냄비 뚜껑을 덮어서 3~5분 뜸을 들인다. 그리고 껍질을 살짝 돌려 까면서 등장한 탱글탱글 꼬막은 설명이 불가하다. 다른 양념장 없이 참기름에 살짝 찍으면 그야말로 다른 세상의 꼬막이라고 할까?

마지막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꼬막은 벌교 꼬막하는데 사실 벌교가 아니라 여수시 율촌면 소댕이라는 갯벌이 원조네. 왜 그럼 벌교냐구? 태백산맥 소설 한 번 읽어보시게...

Recipe
재료
재료 꼬막 1kg 양념장 간장 5-6T, 설탕 1T, 참기름 1T, 통깨 1T, 미림 1T, 고춧가루 1T, 청양고추 2개, 홍고추 1개, 쪽파 2개

alt

꼬막을 깨끗이 씻어 해감한 후 끓는 물에 7분 정도 삶는다. 삶을 때는 물을 시계방향으로 휘저으면서 삶아준다. 꼬막이 입을 벌릴 무렵 뚜껑을 덮고 3-4분 정도 뜸을 들인다. 양념장에 찍어 먹거나 무쳐서 먹는다.
HOME
SNS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