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SUMMER vol.150
ISSUE HEALTH COMMUNICATION
‘일상회복’ 기획특집Ⅰ

‘방역의 시대’ 이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글 _ 송관영 서울의료원장

서울의료원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울의료원장 송관영입니다.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한 이후 2년여 동안 우리 사회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대유행에 맞서 방역과 진단, 그리고 치료를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습니다. 특히 서울의료원은 대한민국 방역체계의 중심축으로 코로나19 발생과 함께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확진자 진료의 최전선에서 싸워왔습니다. 신내동 본원과 강남분원, 태릉과 한전 생활치료센터를 통해 현재까지 2만 5000여 명의 확진자가 입원해 국내 단일 병원 중에는 가장 많은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그토록 염원하고 갈구해왔던 ‘코로나 종식’은 비현실적인 목표가 됐고, 이제 우리는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라 코로나의 후유증을 잘 관리해야 하는 ‘롱 코비드’를 대비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 의료계는 그동안 코로나19에 대응해 온 것처럼 롱 코비드 역시 잘 준비해가고 있습니다. 지역의 개인병원에서는 1차 진료를, 좀 더 집중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환자들은 공공병원에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매끄러운 협진과 연계관리를 위해 지자체와 보건소가 힘을 모으는 롱 코비드 대응 시스템은 코로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솔루션이 될 것입니다. 서울의료원도 감염내과와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주축이 된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을 운영하여 맞춤형 진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 관리하여 건강이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모든 인력과 자원을 쏟아 부었던 감염병전담병원들은 코로나19 대응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코로나 발생 이전의 경영 상태를 복구해야 하는 숙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 역시 평상시에는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병원 이용객을 늘려 적정한 의료실적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여 공공의료 정책 수행과 일반 병원 경영을 동시에 이뤄내야 합니다. 이 점이 우리에게 당면한 중대한 현안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전담병원 해제와 함께 일반 병상을 확대하여 입원 환자를 늘리고 외래 진료도 정상화하여 코로나 발생 이전에 우리 의료원을 찾아 주셨던 시민들이 안심하고 다시 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발생하게 될 새로운 감염병 재난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재난이 5년마다 돌아오는 발생주기를 보이고 있는데, 코로나가 이미 2년 반의 시간을 빼앗아 갔기 때문에 새로운 감염병 발생으로부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어쩌면 2년 남짓밖에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겪은 국가적 피해 규모를 감안할 때 향후 감염병에 대비한 투자는 아무리 크다고 해도 과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은 서울의료원을 포함한 공공병원과 소속 의료진 등 종사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선진국 대비 열악한 현재의 우리나라 공공의료 여건을 봤을 때 다음 차례의 새로운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한다면 이번에 경험한 시행착오를 또다시 되풀이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번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삼아 감염병 환자를 전담해 치료할 수 있는 대규모 전문병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더욱 효율적이고 발전된 정부와 지자체, 공공의료기관과 지역 의료계 간 소통체계 또한 마련되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상시적으로 수집하고 반영해 그에 대응조치가 연동되는 컨트롤타워도 꼭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은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를 내밀 수 있지만 향후 발생할 새로운 감염병 재난은 준비 부족이라는 핑계를 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종식 직후에도 다음 감염병을 대비해야 한다고 많은 곳에서 주장했지만 현실은 국가적인 종합 대비 시스템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에서도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비록 다른 나라들 보다 안전하고 모범적으로 대응해 왔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없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서울의료원 구성원은 앞으로 찾아올 새로운 감염병 위기를 대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 여러분 모두의 도움 없이는 이루어내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피해를 경고의 메시지로 삼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
송 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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