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UMMER Vol. 162
ISSUE HEALTH COMMUNICATION
건강 VS 건강 | 고혈당 VS 저혈당

서서히 건강을 무너뜨리는 침묵의 살인자 고혈당 VS 저혈당

감수 _ 김태호 내분비내과 과장
혈당 관리는 건강 유지를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혈당 수치가 적정 범위를 벗어나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는 혈당 관리의 중요성과 고혈당과 저혈당에 대해 자세히 소개합니다.

혈당 관리의 중요성

음식이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운반됩니다. 이때 혈액 속 포도당 농도를 혈당이라고 부릅니다. 혈당은 단지 포도당의 양을 뜻하는 수치가 아닌, 우리 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리적 지표입니다.

정상 혈당은 공복 시 70~99mg/dL, 식후 2시간에는 140mg/dL 이하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근 2~3개월의 평균 혈당을 보여주는 당화혈색소(HbA1c) 기준으로는 5.7% 미만이 정상으로 간주됩니다. 그보다 높다면 고혈당(당뇨병 전단계, 당뇨병), 낮다면 저혈당으로 판단합니다.

혈당은 우리 몸의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 대사’와 직결된 수치인만큼,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성인(20~79세) 약 9명 중 1명(약 5억 8,900만 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이 중 약 2억 5,200만 명은 자신이 당뇨병 환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당뇨병으로 사망한 인구는 약 340만 명에 달하며, 당뇨병으로 인한 전 세계 연간 의료비 지출은 1조 달러를 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인 약 600만 명(14.8%)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공복 혈당만으로 진단할 경우 유병률은 14.2%로 추산됩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에서는 10명 중 3명(28.0%)이 당뇨병 환자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많은 이들이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정기적인 검사를 받지 않거나, 증상이 있어도 피로나 스트레스 탓으로 돌린 채 방치한다는 점입니다.

  • 고혈당 VS 저혈당

  • 우리 몸의 핵심 기관들을 조용히 망가뜨리는 고혈당

    고혈당은 혈액 속에 포도당 농도가 정상보다 과도하게 높은 상태를 말합니다. 특히 공복 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식후 2시간 혈당이 200mg/dL 이상, 또는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인 경우 당뇨병으로 진단됩니다.

    · 원인 | 가장 흔한 원인은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 습관입니다. 당분이 많은 음식 또는 과도한 음식 섭취, 운동 부족, 복부 비만, 수면 부족,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유전적인 요인과 고령화도 큰 몫을 합니다.

    · 증상 |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시기를 지나 혈당이 더 많이 높아지게 되면 갈증이 심해지거나, 소변 양이 늘고, 이유 없이 피로하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 위험성 | 고혈당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매우 느리게 진행되어 자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조용한 살인자’라고도 부릅니다.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고혈당인 상태가 계속되면 심장과 신장, 눈, 신경 등 우리 몸의 핵심 기관들이 서서히 손상되고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심혈관 질환, 신부전, 당뇨병성 망막병증(실명 가능성), 당뇨병성 신경병증(말초신경 손상) 등이 있습니다.

    · 진단 | 공복혈당, 설탕물을 마시고 나서 변화를 보는 경구당부하검사, 당화혈색소 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합니다. 한 번의 검사로 확진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필요한 경우 여러 차례 검사를 통해 당뇨병 여부를 평가합니다.

    · 관리 방법 | GI(혈당지수)가 낮은 식품 위주의 식사,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 체중 감량 등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 경구용 혈당강하제나 인슐린 치료가 병행되기도 합니다.

  • 심하면 심정지로도 이어질 수 있는 저혈당

    저혈당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70mg/dL 이하일 때를 말하며, 이때는 뇌가 제대로 활동하기 어려워지면서 여러 가지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원인 | 주로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를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가 식사를 거르거나, 약을 과다 복용한 경우, 격렬한 운동 직후 영양 보충이 부족할 때, 술을 많이 마셨거나, 간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증상 | 빠르게 극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식은땀, 떨림, 두근거림, 극심한 공복감 등으로 시작해, 심하면 의식 소실이나 발작,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응급처치 | 의식이 있다면 사탕, 주스, 설탕물 등 흡수가 빠른 당분을 즉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5분 후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추가 섭취가 필요하며, 상태가 심각할 경우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의식을 잃은 상태라면 119를 즉시 호출해야 하며, 보호자는 상황에 따라 글루카곤 주사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위험성 |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자신도 모르게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혼자 거주하는 고령자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 진단 | 저혈당이 의심되면 우선 자가혈당측정기를 이용해 혈당을 검사합니다. 당뇨병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데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관리 방법 |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운동 전후에는 반드시 혈당을 확인하며, 알코올 섭취는 최소화해야 합니다. 장시간 공복을 피하고, 피로 누적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항상 비상용으로 당분이 포함된 간식을 휴대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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