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UMMER Vol. 162
ISSUE HEALTH COMMUNICATION
기획특집

여름철 감염병

글 _ 이소원 작가

뜨거운 계절, 퍼지는 위험!
여름철 감염병

기온이 30℃ 이상으로 치솟고 습도까지 높은 여름철은 각종 세균 등 병원성 미생물이 증식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입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에 코로나19 유행과 방역 조치의 영향으로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 발생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거리두기 완화 이후 또다시 여름철 감염병 증가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또,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 달 동안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 환자 수가 무려 80만 명에 달했습니다.

여름철에는 곤충 매개 감염병의 위험도 커집니다.

질병관리청은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의 활동이 7~8월에 가장 활발하며, ‘살인진드기’로 불리는 참진드기의 성충 또한 6~8월에 가장 많이 발견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호 기획특집에서는 여름철에 특히 주의해야 할 감염병과 여름철 건강 관리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기획특집 | 인터뷰

“여름철에 특히 유행하는,
다양한 감염병에 주의하세요”

성재은 감염내과 과장

여름철 감염병은 단순한 계절적 유행을 넘어 공중보건의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위생 관리와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 시기, 서울의료원 감염내과는 특히나 분주합니다. 감염내과 성재은 과장을 만나 여름철 감염병의 종류 및 원인, 증상 등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오염된 물이나 식품을 통한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은 병원성 미생물 또는 독성 물질에 오염된 물이나 식품을 섭취했을 때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위장관에서 병원균이 증식한 뒤, 분변을 통해 다시 외부로 배출되고, 또 다른 감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공공보건 차원에서도 중요한 감염병으로 분류됩니다.”

감염내과 성재은 과장은 대장균, A형 간염, 살모넬라균 감염증, 캄필로박터균 감염증, 노로바이러스 및 로타바이러스 감염증, 장내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증 등이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에 해당하며, 주로 날달걀이나 덜 익힌 달걀, 상한 육류, 정수되지 않은 물을 섭취했을 때, 혹은 감염된 환자의 배설물이나 구토물과 접촉했을 때 전염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살모넬라균 감염증은 여름 동안 신고 건수가 증가하는 대표적인 수인성 질환으로, 감염된 지 6시간에서 72시간 이내에 경련성 복통, 발열,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설사는 수일간 지속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탈수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에 급증한 캄필로박터 감염증은 과거 5년 평균을 웃도는 발생량을 보였습니다. 주로 덜 익은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섭취했을 때 발생하고, 조리 중 오염된 닭고기에서 조리대나 조리도구를 통해 다른 식품으로 균이 옮겨가는 교차오염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자연 회복되지만, 영아나 면역력이 낮아진 고령자와 같은 고위험군에서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가볍게 여기고 방치할 경우, 설사나 구토로 인해 수분과 전해질이 빠르게 손실되면서 쇼크나 신장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해질 불균형으로 근육 경련이나 의식 저하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장점막이 손상되면 균이 혈류로 침투해 균혈증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성재은 과장은 강조합니다.

증상이 매우 치명적인 곤충 매개 감염병

여름철에는 얼룩날개모기와 작은소피참진드기를 매개로 한 감염병도 급증합니다. 잘 알려진 말라리아는 얼룩날개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감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경기도, 강원도 북부, 인천 등 휴전선 인접 지역에서 삼일열말라리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말라리아는 평균 14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증상이 나타나며, 삼일열말라리아의 경우 길게는 1년 가까이 간에 잠복해 있다가 뒤늦게 발병하기도 합니다. 오한기, 발열기, 발한기로 이어지는 패턴이 특징이며, 오한과 함께 두통, 구역, 잦은맥박, 빈호흡 등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성재은 과장은 잠복기가 긴 만큼 증상을 자세히 관찰한 후, 작은 증상이라도 의심이 되면 반드시 감염내과에 내원할 것을 당부합니다.

또 다른 곤충 매개 감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하 SFTS)은 작은소피참진드기(일명 살인진드기)에게 물려 감염되는 바이러스 질환입니다. 이 진드기는 주로 수풀이 우거진 장소에 서식하며, 사람이 수풀 사이를 지나갈 때 피부나 옷에 붙어 이동합니다.

“진드기에게 물린 후 1주일에서 2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치며 고열, 구토, 설사,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증상이 심할 경우 콩팥 기능 저하, 혈압 저하와 같은 다발성 장기부전이나 어지러움, 발작, 혼수상태 등의 신경학적 증상으로 진행되어 치명률이 높은 감염병으로 분류됩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진드기의 비율은 전체 채집 개체 중 약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부 진드기에게 물렸을 때만 SFTS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성재은 과장은 SFTS는 백신이나 특효약이 없어 조기 발견과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물린 후 7일의 잠복기가 지나고, 발열, 구토, 설사, 근육통, 혈변 또는 혈뇨가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진드기에게 물린 이후 1~2주 이내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에 방문할 것을 권고합니다. 또한, 진드기를 직접 채집해 가져오거나 사진을 찍어오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환경과 야외 활동 증가로 감염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감염병은 개인의 위생만으로는 완벽히 차단하기 어려운 만큼 사회 전체가 생활 속 감염병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냉방기기 사용과 함께 증가하는 호흡기 감염병

냉방기기 사용이 잦아지는 여름에는 레지오넬라증과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특정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 질환은 제3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지속적으로 감시되고 있으며, 냉방기기의 위생 관리 중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레지오넬라증은 에어컨 냉각수에 증식한 레지오넬라균이 비말 형태로 흡입되면서 발생하는 감염병입니다. 이 균은 25~35℃에서 번식이 활발하며, 최근에는 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다중이용시설에서 집단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성재은 과장은 초기에는 두통, 근육통, 오한, 발열과 같은 일반적인 증상이 나타나다가, 심할 경우 기침, 호흡곤란, 폐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의 경우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아데노바이러스는 유행각결막염, 인두염, 폐렴 등 다양한 임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로 여름철 수영장이나 밀폐된 공간에서 전파되기 쉽습니다. 감염되면 고열과 인후통, 결막 충혈, 눈의 통증이 동반되며 호흡기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여름철 호흡기 감염병은 흔히 감기와 혼동하기 쉽지만, 고열이나 폐렴 증상 등이 동반될 경우 조기에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성재은 과장은 당부합니다.

여름철 해외여행 시 예방접종 등으로 건강 지키기

“여름 휴가 등으로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해당 국가 및 지역에서 유행하는 감염병에 대한 예방접종은 필수입니다.”

또한 성재은 과장은 여행지와 여행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예방접종이 다르므로 출국 전에 반드시 감염내과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합니다.

해외여행 중 전체 여행자의 절반 가까이 경험할 만큼 흔한 질환인 ‘여행자 설사’는 음식이나 음료가 주요 원인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때, 탈수 증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수분을 보충하고, 비교적 증상이 가벼울 경우에는 스포츠음료를 통해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현지 상점이나 약국에서 경구 수분 보충 용액을 구매해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회 전체, 우리 모두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감염병은 특정 집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여름철의 고온다습한 환경과 야외 활동 증가로 인해 누구나 쉽게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감염병은 개인의 위생만으로는 완벽히 차단되기 어려운 만큼 사회 전체가 생활 속 감염병 예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역 습관을 갖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끝으로 성재은 과장은 안전불감증에 대해서도 당부했습니다. 식중독 증상을 단순한 배탈로 여기고 병원에 가지 않아 중증으로 악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은 1~2일 이내에 호전됩니다. 하지만 24시간 동안 6회 이상 묽은 변을 보거나, 구토물이나 배변물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 70세 이상의 고령자이거나, 소변 색이 짙고 탈수 증상이 뚜렷할 때는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기획특집 | 줌인

성재은 과장이 추천하는
여름철 감염병 예방을 위한 똑똑한 생활 습관

물놀이, 캠핑,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여름철에는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감염병의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생활 속 작은 수칙만 잘 지켜도 여름철 감염병은 예방이 가능합니다. 감염내과 성재은 과장의 조언을 바탕으로, 여름철 감염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 속 실천법을 소개합니다.

감염병 예방의 기본,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가장 기본이자 효과적인 방법은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입니다. 특히 손은 병원성 미생물이 쉽게 묻고, 다시 입이나 눈, 코를 통해 체내로 들어가는 가장 흔한 감염 경로입니다. 1960년부터 2007년까지 발표된 손 씻기 관련 30편의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손 씻기는 위장관 질환의 발생률을 31%, 호흡기 질환 발생률을 21%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기침과 재채기 시 발생하는 비말을 통해 호흡기 감염병 등이 전파될 수 있는데, 이때 마스크 착용은 감염병 차단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권고하는 예방접종은 반드시 접종하기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파상풍 예방접종이 매우 중요합니다. 파상풍은 파상풍균이 생산하는 독소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질환으로, 오염된 상처를 통해 감염됩니다. 특히 흙, 먼지, 동물의 분변, 오염된 도구 등에서 파상풍균이 존재할 수 있어 야외 활동 중 상처를 입었을 때 감염 위험이 커집니다. 파상풍 예방의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 접종이며, 백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항체가 감소하기 때문에 10년마다 주기적으로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해외여행 시 남아시아, 아프리카와 같은 열대 지역을 방문할 경우에는 A형 간염, 장티푸스, 파상풍, 말라리아, 황열 등 지역별 유행 감염병에 해당하는 예방접종을 출국 전에 반드시 확인하고 접종해야 합니다.

첫째,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

· 설사 증상이 있는 사람은 음식 조리를 피합니다.
· 채소나 과일은 검사가 완료된 지하수나 수돗물 혹은 끓인 물과 같은 안전성이 확인된 물로 깨끗이 씻습니다.
· 도마와 칼 등 조리도구는 육류, 어패류, 채소류로 용도를 구분하여 사용합니다.
· 음식은 반드시 85℃ 이상에서 충분히 익혀 섭취합니다.
· 조리된 음식은 상온에 오래 두지 않고 가능한 한 빠르게 섭취합니다.
· 조리 후 2시간 이내에 먹지 않은 음식은 반드시 냉장 보관하여 세균 증식을 막아야 합니다.
· 냉장고 보관이 필요한 음식은 반드시 5℃ 이하, 냉동식품은 -18℃ 이하로 유지하고, 보관 중인 식품은 유통기한과 상태를 확인하여 섭취합니다.
· 캠핑장 등 냉장·냉동 시설이 부족한 야외에서는 식재료를 아이스박스에 넣어 차갑게 운반해야 합니다.

둘째, 곤충 매개 감염병

· 방충망과 모기장을 활용하여 실내 모기 유입을 차단합니다.
· 스프레이나 바르는 형태의 모기 기피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 야외에서는 밝은색의 긴소매 옷과 긴 바지를 착용하여 피부 노출을 최소화합니다.
· 모기의 흡혈 활동이 활발한 밤 9시부터 새벽 3시 사이에는 외출을 자제합니다.
· 야외 활동 후에는 피부에 붙은 곤충을 제거하고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샤워를 합니다.
· 작업 시 착용한 옷과 일상복은 구분하여 착용하고, 야외 활동 후에는 착용한 옷을 즉시 세탁합니다.
· 풀밭 위에 직접 눕는 것은 피하고 돗자리를 사용해야 하며, 사용한 돗자리는 햇볕에 충분히 말린 뒤 보관합니다.
· 모기 서식지가 될 수 있는 고인 물은 수시로 제거하여 관리합니다.

셋째, 에어컨·냉방기기 감염병

· 에어컨, 냉각탑, 가습기, 온수 욕조 등 냉방·수계 시설은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소독하여 세균 번식을 방지합니다.
· 에어컨 필터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점검하고, 곰팡이나 먼지가 발견될 경우 즉시 세척 또는 교체합니다.
· 냉방기기 사용 시 실내 공기가 정체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합니다.
· 레지오넬라균은 25~35℃의 온도에서 잘 증식하므로, 에어컨 냉각수를 주기적으로 교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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