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한 호랑이의 추진력으로

권영필(前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前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

『박물관신문』 1974년 1월(통권 30호)


금년은 호랑이 해라고 한다. 원래 호랑이란 놈은 용맹스럽고 날래기도 하려니와 언제나 앞으로만 향해서 달려드는 그 우직성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공포와 찬사를 함께 지니게 된다. 그의 특유한 돌진성突進性과 앞을 내다보는 안광眼光이 아마도 그를 백수百獸의 왕으로 군림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앞으로 보는 눈, 시공時空을 초월한 천리안千里眼, 소위 비전이 있는 미래未來 상등相等과 같은 그의 성질이 인간으로 하여금 그를 영물화靈物化하고 상징화象徵化하여 소치所致가 된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부회附會련가.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 미래에 대한 희망과 바라봄(내다봄)을 표현할 때 회자膾炙되는 구절이다. 


오 거센 서풍西風, 너 가을의 숨결이여 

너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存在로부터 죽은 잎사귀들은 

마치 마법사에게서 도망치는 유령처럼 쫓겨 다니누나. 

(중략)

예언豫言의 나팔이 되어라!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봄이 멀 수 있으랴?


영국의 낭만파 시인詩人 퍼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는 가을의 서풍西風을 노래하면서 벌써 봄을 예찬禮讚하여 바라보았다. 이렇게 앞을 내다보는 마음은 인간人間에게 공통적인가 보다. 한겨울에 접어들면서 굳이 ‘입춘立春, 우수雨水...’ 하는 여유와 바람은 다 무엇인가. 

어느 해를 막론하고 납월臘月이 지난 한 해 동안의 일을 반성해보는 달이라고 한다면, 정월은 대개 앞으로 다가올 일 년 동안의 계획을 세워서 그 실천의 첫발을 내딛는 달이다. 말하자면 연말은 뒤를 돌아다봐야 하는 시기이고 연초는 앞을 내다보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금년은 호랑이와 같은 영험靈驗으로 사리事理의 전개展開를 내다보고, 그 용맹스런 추진력으로 실천의 채찍을 가해 훌륭한 결실을 맺을 수 있어야겠다. 

금년에도 몇 차례의 특별전시를 계획하고 그 준비작업을 지금부터 서두르고 있다. 그야말로 봄은 멀지않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봄의 대제전에 여러분을 초대할 것이다. 금년에도 예나 다름없는 아낌과 후원을 바라며 두더지가 새해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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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辯’은 1970년 『박물관신문』 창간과 함께 수록된 박물관 사람들의 현장 에세이입니다.

본 원고에서는 원문을 현대 표기법에 맞춰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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