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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
〈해양 제주 OCEAN JEJU〉(8.11.~10.11.)

박물관이 들려주는 제주바다 이야기

글. 김진경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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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1. 네덜란드 배의 제주도 난파기와 조선 국기│헨드릭 하멜 Hendrik Hamel(1630~1692), 프랑스, 1670년(초판본)│세로 15.4cm│국립해양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은 세계 섬 문화 네트워크의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 그동안 섬과 바다를 조명하는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을 기획해왔다. 2020년 특별전 〈해양 제주 OCEAN JEJU - 바다에서 바라본 제주바다〉(2020. 8.11.~10.11.)는 그중에서도 ‘제주섬’, ‘제주바다’ 그리고 ‘제주사람’에 대한 전시다. 국립제주박물관 소장 고지도와 표해록,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17~19세기 서양의 해양지도, 제주대학교박물관 소장 제주 고유의 민속품 등 10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1부 〈바다를 건너다〉는 제주바다를 건너간 사람들, 그리고 제주바다를 건너온 이방인들의 이야기다. 제주사람들은 일찍부터 제주바다를 건너 육지를 왕래했다. 오랜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어 제주바다에는 일정한 바닷길이 형성되어 있었지만, 제주바다의 독특한 해저지형과 계절풍, 해류, 조류에 따라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양을 건너다니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선원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 1630~1692)조차 제주바다에서 길을 잃고, “이 해안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 섬에 접근하기란 아주 위험하다. 보이지 않는 암초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조선시대 지도와 표해록 등에는 육지로 가는 바닷길과 제주사람들이 말하는 제주바다 이야기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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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여러 유럽 국가가 아시아의 바다로 진출하지만, 제주는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았고 제대로 불리지 않았다. 18세기 후반 항해자들에 의한 본격적인 탐사가 이뤄지면서 한반도 남쪽 바다 한가운데 ‘켈파트(Quelpart)’가 지도에 정확히 표시된다. 전시에서는 16~19세기 서양의 해양지도에서 제주가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통해 이방인들에게 제주섬과 제주바다가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2부 〈바다에서 살아가다〉는 바로 그 제주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주사람들에게 섬은 사는 모습을 결정짓는 조건이고, 바다는 삶의 터전이다. 화산섬의 척박한 환경에도 바다가 있어 그래도 살 만했다. 따뜻한 검은 해류인 구로시오 해류를 따라 올라온 자리돔과 멸치 등은 바다밭을 풍요롭게 만들었고, 배를 대기조차 힘든 돌바다는 천연의 돌그물이 되었다. 어부들은 족바지와 자리눈 등을 챙겨 테우를 타고 앞바다로 나갔고, 해녀들은 테왁과 망사리, 빗창 등 단출한 도구만 챙겨서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제주섬의 혹독한 기상과 척박한 토양에도 제주사람들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적응했다. 그리고 인간의 지혜가 닿지 않는 바다에서 살아가야 했기에 제주섬은 수많은 신들의 고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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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3. 테왁·망사리│근대│테왁 지름 31.0cm│제주대학교박물관



이번 전시는 제주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고 ‘탐라국’이 있었던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던 이름의 사람들, 혹은 이름을 남기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언제인가 본 듯한 삶의 모습들을 이야기한다. 제주바다를 건너고, 제주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체 전시를 이끌어간다. 전시실 한가운데 12m 길이의 ‘제주숨길’을 따라 제주바다로 들어가면 바다 한가운데 제주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홍정표, 김수남, 김흥구 등 작가가 찍은 사진 속 제주사람들은 지금 우리 눈에 낯설지 모르지만, 얼마 전까지도 이들은 제주에서 가장 보통의 존재들이었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고산리 자구내포구의 도대불이 서 있다. 제주바다가 시작되는 곳, 섬의 가장 끝에는 등대 이전에 도대불이 있었다. 이 전시는 바람에 흔들리는 도대불을 등대 삼아 바다로 나가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늘도 보았을 푸른 파도와 검은 바위의 제주바다가 이번 전시로 관람객들에게 다른 의미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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