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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人터뷰

“코로나와 박물관: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지금 우리 이야기는?

장인경 ICOM 한국위원회 위원장


진행·정리. 편집팀
사진. 홍덕선 소동스튜디오



코로나19 상황으로 혼란스러운 지금, 박물관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인경 ICOM(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코로나19와 박물관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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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ICOM(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코로나19라는 빅 이슈 때문에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실 텐데, ICOM 한국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코로나와 박물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석 달 동안 여러 국가의 박물관 관계자와 많은 온라인 미팅을 했어요. 처음에는 불편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물리적 거리와 시간이 단축된다는 점에서 대면 회의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또 다양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박물관의 장소성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점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한 가지 분명한 건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진다는 것, 그리고 박물관 종사자로서 이런 코로나 사태에서 기존의 기능 중 안 되는 게 무엇인지 점검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확인했어요. 예를 들면, on-site 기능도 물론이거니와 외부에서 바라보는 박물관에 대한 시선을 계속 반영해야 해요.



ICOM 한국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석하신 그간 웨비나(웹+세미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박물관은 현재 어떤 변화를 겪고 있나요?


가장 큰 변화는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죠. 박물관의 기능이 온라인으로 집중되는 지금 상황에서 박물관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뭔가에 대한 고민인 거죠. 기존에는 디지털 콘텐츠가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을 의미했다면, 이젠 온라인을 위한 별도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고 그에 따른 비용과 인력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어요. 콘텐츠를 세분화(segmentation)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접점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의 가능성이 충분해 보이고, 온라인으로 옮겨오면서 더 재미있는 기회도 많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 타이완 국립고궁박물관 IT 전문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어요. 당시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그를 ‘박물관에서 일하는 기술자’라고 생각하더군요. 온라인 콘텐츠가 활발해지면서 과거 시각(인식)이 변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박물관 큐레이터가 더 이상 문화재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키퍼(keeper) 역할로는 충분치 않으며, 박물관 생태계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역할로 넘어가야 한다는 거죠. 젠더 이슈나 다문화 등 세계 공통 이슈를 박물관이 어떻게 이야기하고 전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요.



지난 10월 ICOM KYOTO에서 논의한 ‘박물관 개념의 변화’도 어떤 부분에서는 비슷한 맥락이네요.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된 것은 1972년 산티아고 칠레 선언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전 세계의 다양한 박물관을 통틀어 하나로 규정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르죠. 과거에는 오브제를 다루는 박물관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개념 중심의 박물관이 많아졌거든요. 또 과거에는 고고학, 미술사학으로 역사를 해석했는데 지금은 특정 학문의 패러다임으로만 다루기에는 부족하고,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끝에 도달한 것 같아요. 이제는 개인과 박물관의 연관성(relevance)을 찾아야 하고, 그 연관성을 위해 박물관이 무엇을 해야 할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박물관에서 문화재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된 거예요. 이런 변화에 대한 반항도 있고, 이것이 곧 박물관 패러다임의 전환이죠.



위원장님이 다른 매체와 인터뷰할 때 “박물관은 단순히 골동품을 컬렉션해놓은 집합소가 아니라 ‘과거에서 오늘까지 유물이 나에게 왜 지금 이 순간 중요한지를 해석해주고 전달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 떠오르네요.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운 지금, 박물관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10년에 ICOM에서 국제 수집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for Collecting)가 새롭게 구성되었어요. 100년 후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야기(represent)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우리 목소리를 남기기 위해서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지 논의하기 위함이죠.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박물관의 권한(authority)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수집도 큐레이터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커뮤니티를 포함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다뤄야 할 담론과 범위도 훨씬 넓어졌어요. 또 역사의 증거를 논할 때 지금까지는 ‘우수하다’, ‘탁월하다’로 이야기하거나 문화재 하나로 한국의 미학 전체까지 해석하곤 했죠. 사실 문화재 하나하나에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 사람들, 종교 이론 등 많은 이야기가 내포돼 있죠. 눈앞의 문화재가 만들어질 당시엔 그게 최첨단 재료와 최고 기술이 만난 현대(contemporary) 예술이었을 테니까요.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며 박물관은 바로 그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브제로 시간을 기억할 것이 아니라 역사와 사람, 문화를 이야기로 엮어내는 것, 그것이 곧 박물관이 만들어야 할 새로운 역사죠. 박물관은 물건이 아닌 사람을 위해 존재하니까요.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 해야 하는 또 다른 수집, 그것의 가치에 대한 고민이 박물관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ICOM 한국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어떤 활동이 예정돼 있나요? 기대와 포부도 듣고 싶습니다.


ICOM은 박물관 전문직을 위한 기구이기에 학예연구직이 좋은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결국 변화는 사람들이 만드는 거잖아요. 함께 모여 동질성, 이질성, 박물관 종사자로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국공립, 대학, 사립 박물관 관계자를 모으고 싶습니다. 큰 변화는 만들어내지 못한다 해도 방향을 틀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사회 전반에서 AI가 많이 사용되면서 어떤 면에서는 점점 개인(individual)이 없어지잖아요. 이런 사회에서 박물관이 할 수 있는 틈을 찾는 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ICOM 한국위원회에는 200여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데, 전 세계 박물관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 그 혜택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겠죠. 이런 상황에서 ICOM 한국위원회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고, 온라인으로 대체된 담론의 장을 통해 어떤 메리트를 만들어야 할지도 고민 중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 같이 갈 수 있도록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 같아요. 모든 이의 의견이 존중받고, 창의력이 인정받는 박물관의 담론이 활발히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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