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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진단

박물관의 뉴 노멀new normal 시대

글. 편집팀

비대면 사회의 가속화에 따라 박물관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기존의 콘텐츠를 점검하고,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박물관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고민과 개편이 활발히 준비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7월 두 차례의 웨비나(웹+세미나)를 개최하고 ‘코로나 이후의 박물관’이라는 주제 아래 코로나가 바꾼 사회 문화의 변화와 박물관의 과제를 공유했다. 코로나19가 바꾼 박물관의 면면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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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박물관

코로나19는 일상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빠르게 확산되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시대, 이른바 ‘뉴 노멀’로 일컬어지는 크고 작은 변화가 사회문화 전반에서 나타나면서 박물관은 다음과 같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첫째, ‘내가 찾아가는 건물’이 아닌 ‘(온라인으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박물관의 장소성에 대한 개념이 확장되었다. 둘째, 전시장에서 문화재를 감상하는 관람 문화는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택적으로 즐기고 학습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콘텐츠로 확대되었다. 셋째, 4차 산업혁명으로 대두되던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이와 관련된 새로운 개념들이 계속해서 생산되고 박물관에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코로나19의 공포가 만연하지만 박물관의 고민은 현재의 강점과 약점을 진단하고, 문제점은 보완하며, 이것들을 통합하고 연결해 활용하기 위한 기획과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7월 두 차례의 웨비나(웹+세미나)를 추진했다. 1차에서는 장인경 ICOM 한국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탁훈식 한국공공마케팅연구원장, 장경숙 한국박물관협회 사무국장, 김혜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최선주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 코로나19로 인한 문화 환경의 변화에 따른 박물관의 과제, 특히 온라인 서비스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어서 개최된 2차에는 국립박물관 각 분야의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박물관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구체적인 변화의 양상과 대처 방안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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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택트ontact’ 시대의 박물관

최근 삼성, LG, 애플 등 세계적 기업이 온라인을 통해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기업들의 전례 없는 과감한 선택에도 소비자들이 반응했다는 것이다. 기하급수적인 숫자의 시청자들이 개인의 공간에서 온라인을 통해 기업과 소통했고, 이러한 소비문화가 계속 진화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박물관에도 예외는 아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온라인 영역의 구축은 이제 옵션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1차 웨비나에 참석한 마이크로소프트 김영욱 부장은 “전쟁사를 돌아보면 오히려 새로운 것들을 발전시키기도 했다”면서 ‘대신 여행을 해주는 아바타 투어리스트’와 같은 신종 직업군의 예를 들었다. 코로나19는 분명 위기지만 언제든 기회로 바뀔 수 있다고 보면서 온라인을 통해 박물관을 즐겁게 향유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한국공공마케팅연구원 탁훈식 원장도 “지금이 디지털화로의 대전환 시기이며 오프라인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고정적 문화 공간이 이동하면서 분산형 플랫폼으로 관람객을 찾아가는 형식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고민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 박물관의 90%가 문을 닫고, 박물관 고유의 역할과 존속을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우선적으로 박물관은 기존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이전하고 있지만, 앞으로 사용자에게 문화재의 가치와 감흥을 전달하는 온라인 콘텐츠의 질적 성장을 위해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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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향대로 선택하고 즐기는 박물관

코로나19가 위협하는 박물관 생태계는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혜인 연구위원은 전 세계 박물관의 동향에 대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사례들은 대부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형 프로그램을 제안하면서 이용객으로 하여금 박물관에 대한 고정적인 편견을 깨고 온라인의 잠재 고객까지도 발굴한다”고 전했다. 다양한 박물관·미술관과 게임회사 닌텐도가 협업해 게임속에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좋아하는 박물관의 소장품과 개인의 이야기를 엮어 SNS에 올리는 이벤트 등은 박물관이라는 공간과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놀이처럼 즐겁게 학습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박물관을 소비하는 채널과 이용자가 개인화되면서 박물관의 온라인 서비스도 개인 맞춤형(personalize)으로 변해야 함은 자명하다. 이러한 사회 트렌드는 박물관의 존재 이유, 즉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작년 10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ICOM 총회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따른 박물관의 정의에 대한 개정이 논의되기도 했다. ICOM 한국위원회 장인경 위원장은 “박물관은 사용자 의도에 맞게 변해야 하며, 변화의 밑바탕에는 콘텐츠의 민주화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화의 시작은 박물관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위엄을 내려놓고 즐거운 임팩트를 통해 교육·학습을 유도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에 맞춰 지난 3월 국립중앙박물관은 전국 박물관의 소장품 통합 플랫폼인 e뮤지엄(http://emuseum.go.kr)을 통해 나만의 전시를 기획하는 ‘나도 큐레이터’ 공모전을 개최했다. 특별전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과 연계한 #새 보물 패러디 챌린지, 방구석 챌린지 등등 박물관 이용객과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웨비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더 나은 박물관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의 양적,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2020년 8월 기준) e뮤지엄에 전국의 269개 기관이 참여해 190만여 건에 육박하는 소장품이 등록되어 있지만 이것들을 분류하고 검색하고, 개인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데이터 레이블링(labeling)을 위한 기술적 발전에 대한 요구가 현실화되면서 개인과 박물관(문화유산)의 연결고리가 곧 미래의 박물관을 만드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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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박물관을 위한 고민

물론 기회와 가능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급격한 온라인 서비스로의 전환은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21세기형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신인류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 사용자와 비사용자의 양극화, 즉 온라인에 취약한 노년층이나 저소득층 등의 디지털 소외가 초래하는 사회적 불평등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또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예산과 인력의 어려움은 기존의 박물관 생태계에 큰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이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이러한 디지털 불평등을 해소하여 보편적 문화향유권을 지켜나가는 것은 박물관의 주요 과제이다.
가장 중요한 박물관 고유의 가치도 되새겨야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박물관의 변화가 온라인에 편중된 것은 아니다. 이번 웨비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온라인 서비스가 필수적이라는데 공감하면서도 향후 박물관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각각 차별화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온라인 콘텐츠는 박물관의 공간이 주는 웅장함과 감동, 문화재에 녹아 있는 고유의 품격(aura)을 우선적인 요소로 두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립중앙박물관 최선주 학예연구실장은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는 박물관의 새로운 관람 문화를 인정하면서 “디지털 전시에서는 육안으로 활용되지 않는 것들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을 확대하여 자세히 볼 수 있게 하고, 문화재에 얽혀 있는 메커니즘을 이해시키기 위한 다양한 연출이 구현된다면 이용객과의 상호작용은 물론 진품을 보고 싶게 만드는 작용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박물관은 온라인에서 미리 박물관을 경험한 관람객에게 특별한 가치와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해갈 것이다.
변화의 크기와 모습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인 대안 마련은 박물관 관계자들의 공통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2차 웨비나에서는 박물관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해 언택트 시대에 박물관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주제는 온라인 콘텐츠의 질적 성장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 이용객의 관심사와 성향 분석,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위한 애셋(asset) 축적과 빅데이터 마련, 그리고 디지털 관련 전문 인력의 확보와 내부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박물관은 모두가 겪고 있는 지금의 혼란을 더 이상 위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박물관의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관련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생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박물관 콘텐츠를 찾고 경험하며, 더 나아가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고 폭넓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박물관의 본질, 즉 소중한 문화유산이 우리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한 박물관의 진정성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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